국민권익위 주재, 14일 시청에서 거제시·빅아일랜드·반대대책위 첫 간담회

◆ 서로 간 입장차로 합의조정 무산…‘항만개발 민자참여 제도보완 필요’ 지적도

고현항재개발 사업지내 1만평 주차장부지 확보나 49층 앞 공원화 계획은 시행주체별 의지만 있었을 뿐 실질적인 답은 없다는 게 재확인됐다. 국가가 발주하는 항만재개발사업을 민간업자가 시행하다보니 과도한 도시개발 사업으로 변질되는 듯 해 정부차원의 제도개선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고현항매립반대대책위 주선으로 국민권익위 조사관이 거제를 찾으면서 거제시와 시행사, 반대대책위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4자 테이블’이 14일 오후 2시 거제시청 소회의실에서 마련됐다. 국민권익위 강태욱 조사관이 주재한 이날 간담회는 시에서 옥주원 전략기획담당관과 임우정 담당이, 시행사(빅아일랜드)에선 박권일 AMC 대표와 안규천 이사가, 반대대책위에서 배진구 위원장과 송만수 부위원장, 신기방 홍보위원장, 김두호 사무국장, 이헌 교수 등 총10명이 참석했다.

국민권익위 강태욱 조사관은 “고현항재개발사업은 국가사업이면서도 민간업자가 시행사로 참여하는 독특한 사업이다. 잘하면 국가적 모범사례로 남겠지만, 자칫하면 제도개선을 요하는 폐해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거제시와 시행사, 반대대책위 목소리를 들어보고, 권익위 차원에서 상충되는 입장에 대한 조정을 권고해 이 사업이 선도적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간담회 배경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오후 2시부터 5시 반까지 3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간담회는 현황조사 업무를 병행하는 지루한 진행 탓에, 쟁점 공방의 긴장감이 약했고 참석자들의 결정권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결국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핵심쟁점은 결론을 내지 못했고, 거제시·시행사·반대대책위 간 합의서 유도도 무위에 그쳤다. 다만, 강태욱 조사관이 별도의 출장보고서를 정리하고, 이를 통해 권익위차원의 제도보완 및 조정권고안을 정부 측에 제시키로 했다.

이날 간담회의 핵심 사안은 ▲1만평 주차장 부지확보 ▲49층 앞 공원화 ▲장평지역 교통대책 등 세 가지. 반대대책위측은 권민호 시장 스스로 시민들에게 약속한 이 부분을 성사시키기 위해 거제시와 시행사가 어떤 의지를 갖고 있고,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공공성 확보차원의 이 세 가지 약속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있다면 더 이상의 반대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옥주원 전략기획담당관은 “거제시장이 공개석상에서 공언한 내용임을 알고 있다. 시에서도 해수부와 시행사관계자 등을 두루 접촉하며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옥 담당관은 지난 3일 반대책위와의 면담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한 바 있다. 당시 옥 담당관은 “1만평 주차장은 지분참여자 합의를 통해 해수부에 요구하고, 49층 앞 공원은 실시설계 변경을 통해 반영하며, 교통대책은 추후 시 차원에서 별도 수립 하겠다”고 밝혔었다.

반면 시행사의 입장은 거제시와 사뭇 달랐다. 빅아일랜드 AMC 박근일 대표이사는 “49층 앞 공원화는 이미 롯데자산개발에 매매가 예약돼 있는 곳인데다 사선충돌 문제는 고현항사업과도 무관한 내용”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교통대책과 관련해서는 “장평 쪽 해안도로변 5차로, 49층 앞 7차로로 계획하고 있다. 해안도로변 추가차로 확보는 연쇄적 설계변경 등이 이뤄져야 하는 애로점이 많다”며 난색을 표했다.

1만평 주차장 확보와 관련해서는 “주차부지 확보는 해수부 실시계획 조건에 권고사항으로 들어가 있어 시행사도 의지를 갖고 협의 중”이라면서도 “1만평에 이르는 주차장 부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 후 위치나 공급시기, 주변지역과의 연계 등을 면밀히 고려해 전체를 용역을 통해 진행하고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행사측의 뜬금없는 주차부지 용역주장에 대해 조정에 나섰던 강태욱 조사관이 “그건 용역이 아닌 정책판단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꼬집었고, 심지어 옥주원 담당관조차도 “용역이 아닌 정책적 판단이 맞다”며 “용역결과 필요한 주차부지가 500평이라고 나오면 500평만 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반대대책위 측에서도 “권 시장이 약속한 1만평 주차장은 용적률 기준이 아닌 대지면적 1만평이고, 그것도 ‘구 도심가 가까운 곳’이라는 위치까지 한정했다”며 “시행사 측의 주장은 결국 의도된 용역을 통해 일정면적을 확보한 뒤 이곳에 주차타워를 세워 억지로 주차면수를 늘리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강하게 따졌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뚜렷한 합의나 현안에 대한 결론 없이 서로간의 의지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강태욱 조사관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이 사업이 민자사업인 만큼 도로 등 기반시설과 공용지는 처음부터 가능한 한 충분하게 확보해 놔야한다. 지금 그렇게 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손도 쓸 수 없는 각종 도시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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