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년 이맘 때 조선을 지킨 옥포승첩…424년 후 옥포만에 부패·비리 악취(惡臭) 진동

▲ 옥포만의 대우조선해양
어느 일간신문 16일자 1면에는 감사원의 대우조선 감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대우조선을 뜯어먹은 하이에나들”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부제(副題)로 “경영자들은 부실 감추려 1조5000억 분식회계…‘거짓 흑자’로 흥청망청, 임직원‧노조는 작년 5조 손실, 회사 쓰러지는 상황서도 877억 ‘격려금’ 잔치, 감시자 산업은행은 방만경경 알고도 방치…자기 배당금은 12년간 2500억원 챙겨”라고 했다.

또 사회면 10면 탑기사 제목으로 “손목엔 2억 시계, 옆자리엔 내연녀…그는 대우조선 대신 페라리를 몰았다”며 8년간 180억원을 빼돌린 대우조선 임 모 차장의 이중생활을 보도했다.

임 모씨는 횡령한 돈으로 호화생활을 했다. 또 건물 두 채 사는 데 60억원, 주식 투자 10억원, 자동차 리스 6억원, 시계 등 명품 사는데 10억원, 유흥비 등 카드결제로 18억원, 은신처서 발견된 현금 5억원 등이 주요 사용처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가 2억원에 상당하는 스위스 브랜드인 ‘바쉐린 콘스탄틴’ 시계도 증거물로 압수됐다.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각종 비리, 부패, 횡령 혐의가 감사원 감사,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수사 등을 통해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각종 비리는 더 이상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것처럼 2013년부터 2년간 40여개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1조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사실 외에도 2006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대우조선해양이 저지른 분식회계 규모가 5조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알려졌다.

검찰은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모른 척하거나 감독을 게을리 한 채 금융 지원을 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산업은행으로부터 일반 대출 2조4000억원과 경영 정상화 금융 지원액 3조2000억원 등 모두 5조6000억원의 금융 지원을 받았다.

검찰은 또 대우조선해양의 외부 감사기관인 안진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돕거나 묵인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한편 검찰은 남상태 전 사장이 물류운송 사업을 하는 대학 동창 정모(65)씨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것 외에도 정씨 회사 주식 10억원어치를 차명(借名)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건축가 이창하 디에스온(DSON) 대표도 검찰 수사 선상의 중심에 있다.

검찰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 회삿돈 120억 빼낸 정황을 포착했다며 남 전 사장의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급기야 17일 이어지고 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74명이 상담역, 고문, 자문역 등 다양한 직위를 맡아 경영자문을 했다. 근무기간에 따라 900여만 원에서 2억5천여만 원을 챙겼다. 이중 31명은 대우조선 출신이었다. 하지만, 국정원(3명), 한나라당 국장, 열린우리당 교육특별위원회 등 조선업과 무관한 경력을 보유한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특히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특보를 맡았던 함영태 전 국민관광개발 대표이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6명의 전‧현직 대통령을 촬영해 ‘대통령 사진가’로 알려진 김재환 ‘란 스튜디오’ 회장도 이름을 올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듯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정치권, 은행, 회계법인, 현장 직원 등 이해관계인들은 한결같이 ‘대우조선을 뜯어먹은 하이에나들’이었다.

1592년 음력 5월 7일, 이맘때쯤 옥포만에서는 옥포대첩이 있었다. 5월 7일 낮 이순신 장군을 필두로 한 조선 수군(水軍)은 판옥선 24척, 협선 15척, 포작선 46척을 합쳐 85척의 함선(艦船)으로 옥포항에 진격했다. 옥포항에 정박하고 있던 왜선 30여 척 중 26척을 쳐부수고 임진왜란 첫 승전고(勝戰鼓)을 울렸다.

“왜선 26척을 총통으로 쏘아 맞혀 깨뜨리고 불태우니 넓은 바다에는 불꽃과 연기가 하늘을 덮었습니다.” 함선 85척 중 포작선(鮑作船)이 46척으로 절반이 넘는다. 포작선은 ‘바다에서 해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타는 배 또는 보자기(해녀)들이 타는 배, 어선’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추론컨대 포작선은 바다 지형을 잘 아는 어민들이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민초(民草)들이다. 이순신 장군과 수군(水軍), 민초가 힘을 합쳐 일본군을 물리쳤고, 조선을 지켰다.

공자는 “지도자의 처신이 올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그 뜻을 받들어 행하지만, 지도자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하면 아무리 명령해도 사람들이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고 했다.

424년이 지난 지금 옥포만에는 ‘악취(惡臭)’가 진동한다. 대우조선해양 관련 일간신문 기사 끝에 실린 한 국민의 댓글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어떠함을 보여준다. “(분식회계 규모가) 5조가 사실이라면 대우조선해양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폐쇄가 마땅하다. 더불어 10년 간 이루어진 일이라면 정말 많은 썩은 인간들이 관여돼 있다. 모조리 찾아내어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 최근의 부실기업들 행태를 보면 국민들이 세금을 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만약 이번에도 대충 넘어가면 세금 보이콧하겠다!!”고 지적했다.

지역신문 한 기자가 16일부터 열리고 있는 옥포대첩 기념제전을 취재하면서 “사골국 우려먹듯 옥포대첩 기념제전 행사 시나리오가 몇 년째 똑같다”며 “가장행렬에 참여한 학생들이 신기전을 아예 거꾸로 끌고 간다”고 지적했다.

▲ 16~17일 개최된 옥포대첩기념제전 행사의 가장행렬서 신기전을 끌고가는 모습
아니다! 젊은 학생들은 신기전을 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신기전의 화살이 겨누는 곳은 적이 아니다. 거제 역사를 책임지고 있는 현재의 기성세대에게 신기전을 겨눴다. “이순신 장군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 옥포만을 더 이상 더럽히지 마라!”

“눈덮힌 들판을 걸어갈 때는 그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라.”(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기성세대로써 너무나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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