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어린이집 원장 바뀌자 어린이 놀이터 '싹뚝'…동심 '멍들어'

수양어린이집 문제가 또 다시 지역언론에 보도된 후 27일 현장을 방문했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 수양어린이집 정문에서 어린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던 오똑이 인형이 '무참히' 짓밟혀 공사 현장에 나뒹굴고 있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마음껏 뛰놀 놀이터를 잃어버린 놀곳없는 수양어린이집 어린이들의 동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 공사현장 모습. '아동 안전 지킴이' 인형이 멍든 동심을 대변해주고 있다.
▲ 공사가 시작되기 전 수양어린이집 정문 모습. '아동 안전 지킴이' 오똑이 인형이 어린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 입구에 서 있다.
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수양어린이집은 1983년 8월 29일 박 모씨 소유의 땅 200평을 기부채납, 새마을 유아원으로 개원한 후 박 씨의 부인 정 모씨가 25년 9개월 동안 원장으로 봉직하면서 지난 6월 30일 정년퇴직했다.
▲ 기부채납서
정 모 씨는 "10억 땅(83년 부지가 200,000원)을 기부했는데, 60세 정년이 됐다는 이유로 내쫒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지의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한 적이 있다.

정 모씨는 6월 30일 원장을 그만둔 후 '시설장의 정년을 60세로 규정한 거제시 보육시설 관리 및 운영조례는 무효다"며 거제시장을 상대로 지난 7월 7일 창원지방법원에 조례무효 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거제시 조례
이번에는 그동안 수양어린이집 정문과 어린이놀이터로 사용된 부지가 문제를 일으켰다. 수양어린이집 실외 놀이터 중 147㎡(45평)은 정 모씨의 아들, 박 모씨 소유의 땅이었다.

아들 박 모씨는 수양어린이집 뒷편 898번지에 다세대 주택을 신축하면서 어린이 놀이터로 사용하고 있는 부지와 국유지인 구거 중 일부를 점사용허가 받아 다세대 주택의 진입로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 지적도
거제시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아들 박 모씨에게 놀이터를 훼손하지 않고 놀이터 위쪽 국방부 소유의 부지를 매입해 대체 진입로를 확보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자며 '공사중지요청' 공문을 7월 발송했다.

국방부 대체 진입로 부지 매입 행정소요기간을 감안하여 진입로 반대편 운전학원 입구 도로로 일정 기간 진출입하도록 사용허가도 거제시가 나서 받아놓은 것으로도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아들 박 모씨는 지난 8월 5일 거제시에 '수양어린이집 부지 내 (본인) 소유부지 사용에 대한 대안' 서신을 통해 "땅을 사용하는 동안 수양어린이집 운영을 가족에게 달라", "수양어린이집 운영권을 주지 않을 경우 (놀이터 147㎡의) 사용료 매달 1,000만원과 (사용료를) 매년 5%씩 인상해라"는 거제시가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했다.

아들 박 모씨는 회신에서 덧붙여 "1년6개월 동안 수양어린이집 운동장을 존속시키기 위해 막대한 금융비용을 부담하면서 공사를 착공하지 않았는데 (거제시로부터) 더 이상의 답이 없어 공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양어린이집 정문과 놀이터로 사용됐던 박 모씨 소유 부지는 현재 다세대 주택 진입로 공사가 마무리 단계이며, 진입로와 수양어린이집과는 1.2m 높이의 콘크리트 옹벽이 처져 있었다.
▲ 다세대 주택 진입로 공사가 한창이다. 진입로와 어린이집 사이에는 두꺼운 옹벽이 처져있고, 진입로 왼편 어린이놀이터는 주인을 잃고 방치돼 있다.
정문이 없어진 수양어린이집은 원생들을 부엌 출입구를 통해 등하교시키고 있었으며, 31일 진입로 공사를 시작해 20일 정도 지나야 제대로 된 진입로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 수양어린이집 원생들이 임시로 출입하고 있는 부엌문
아들 박 모씨 소유의 땅이 수양어린이집 원생 수 산정 면적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놀이터가 싹뚝 잘려나간 후 원생 수도 113명에서 99명으로 줄어들었다.(원생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정 모씨 측에서 했다고 거제타임즈 보도)

학부모들은 "거제시와 정 모 씨와의 감정악화로 이 지경에 이르게 됐고 애꿋은 어린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수양어린이집 2층에 있는 비상출입구도 아들 박 모씨가 짓고 있는 다세대 주택부지와 연결돼 있어 또 다른 불씨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회에 원생들이 비상시에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대체 비상구 시설도 완벽하게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 수양어린이집 2층에 있는 비상출입구.
"눈 덮인 벌판을 걸어갈 때에도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내가 걸은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는 서산대사 휴정 스님의 시와 이 시를 사표를 삼아 올곧게 산 백범 김구 선생이 떠오른다. 

한시 원문 :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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