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파견 공무원의 시장 과잉충성에 시의원 자율권 침해 심각 지적

"시의회 의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근간을 (의회 파견) 공무원들이 묶어버린다면 시의원들은 왜 존재하나? 시의회와 시의원이 왜 필요한가?"

한기수 시의원은 14일 거제시의회 129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이같이 발언했다. 시의회 파견된 공무원의 시장에 대한 과잉충성으로 인해 시의원들의 활동이 크게 제약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거제시의회 본회의장 모습

거제시의회에는 의회사무국장(4급), 시의원들의 활동을 보좌하는 전문위원실, 의정계, 의사계 등에 17명의 공무원이 파견돼 있다.

한기수 시의원은 14일 '5분자유발언'을 통해 거제시장이 아주동재활용선별장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연차 유급휴가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밝힐 예정이었다.

본회의에서 의원의 5분 자유발언시간을 4명 전후로 조정하기 위해 하루 전에 원고를 의장에 제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5분 자유발언의 원고는 시장의 답변이 뒤따르는 시정질문과 같이 거제시에 원고를 보내지 않는다.

아주동 재활용선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기수 시의원의 5분 발언 내용이 11일 의장에게 제출되자마자 시의회 공무원 중 일부가 한기수 의원의 발언 내용을 거제시에 재빠르게(?) 보고했다.

한 의원은 "금요일 오전에 원고를 의장에게 넘기고 나서 (거제시 공무원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전화를 받았고, 만나자고 했다"며 "아주동 재활용선별장의 문제점이 불거질 경우 김한겸 시장의 입장이 난처하니 원고를 줄여달라는 청탁성 접촉이었다"고 했다.

한기수 의원의 신상발언을 통해 시의회 파견 공무원들의 거제시장에 대한 과잉충성은 이미 관형화되어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 의원은 "(평소에) 예산결산위원회 (계수 조정) 회의를 하고 있는데 실소장, 과장, 국장이 (해당 예산을 삭감시키지 말고) 살려달라는 문자메세지가 온다"며 "삭감 예산을 살려달라고 살려주면 시의회가 왜 필요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원은 "(재활용선별장의 문제점 지적 내용을) 줄이거나 수정해달라는 부탁으로 인해 잠을 못자게 사람을 괴롭혔다"며 "동료의원들이 발언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고 의회 의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근간을 공무원들이 묶고 있는 것은 의회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다"고 했다.

한 의원은 "시의회 의장도 의회에 파견되어 있는 공무원들에게 기강을 확실히 잡아야 하며, 공무원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지만 (시의원들이 공무원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의회의 자주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시의회 의장과 시장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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