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원 공사, "나중에 누가 어떤 경우를 당하는가 봐요"(?)
구 신현읍을 비롯하여 연초면에 거주하는 시민 11만여명이 하루 쏟아내는 오폐수는 4만톤에 이른다. 현재의 중앙하수처리장은 하루 15,000톤 밖에 처리하지 못해 하수처리장 증설은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이다.
4만여톤 중 나머지 2만2천톤은 가정이나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여 고현천 장평천 연초천 등으로 방류, 고현만에 모이고 있다. 고현만은 썩고 있으며, 아파트 자체 처리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출해야 하며 이 돈은 아파트 입주민의 분양가에 숨겨져 있다.
현재의 중앙하수처리장에 유입되는 오폐수는 하루 18,000톤 가량으로 처리용량 15,000톤을 넘긴 3,000톤은 1차 침전만 하고 바이패스(by-pass)관을 통해 그대로 고현만에 내보내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7월 15일 열린 거제시의회 간담회에서 옥기재 의장은 "3천톤이 침천지를 거쳐 바로 방류되고 있다. 언론이 간담회에 들어올려고 하는 것을 못들어게 했다. 언론이나 환경단체가 알면 거제시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제시는 2008년 2월 환경부로부터 15,000톤의 중앙하수처리장 증설을 승인받았다. 이보다 앞서 2007년 5월 도하종합기술공사가 하수처리장 증설 기본 및 실시설계 업체로 선정돼 설계를 진행하고 있으나 증설을 어떠한 공법으로 해야할 지가 결정되지 않아 마무리를 못짓고 있다.
중앙하수처리장 증설의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 기존의 중앙하수처리장의 처리시설과 증설부지에 새롭게 들어설 처리시설 용량을 합쳐 구 신현읍 지역에서 발생하는 오폐수 발생량을 최대한 빠르게 소화해내는 것이며, 그 다음 처리수질을 높이는 것이다.
기존 하수처리장, 증설할 처리장 용량을 합쳐 모자라는 것은 하수처리장을 새로 하나 더 지으면 될 것 아니냐가 쉽게 말할 수 있지만 환경부로부터 국비를 따내기는 그렇게 만만치 않다.
이번 사업은 하수처리장 증설 200여억원, 증설에 따르는 하수관로 공사까지를 합치면 400~500억원에 이르는 대형공사이다.
마침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이나 시의원들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왜 이렇게 늦어지고 있는지, 또 어떠한 사연이 있는지 그 내막을 한번 들여다보았다.
"(공법을 결정하지 못하고) 2년간 계속 끌고 있는 이유가 HBR-2 공법으로 당연히 가야할 것으로 어떤 식으로 어디서 로비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다. 뭐하는 짓이고?"
"내가(의장) (의회에) 보고를 하라고 했는데 하도 잡음이 많아요. 개인적인 로비도 심하고 해서 현황이 어떤가 보고를 듣기 위해서 한 것이다."
"엄청나게 외부에서 얘기가 나와요. 나중에 누가 어떤 경우를 당하는가 봐요. 뭐 조금만 해도 소문이 나는데 엄청나게 확장되어 있고 자문위원이 누구라고 다 나가 있어요."
위에 인용한 세 문장은 지난 7월 8일과 15일 거제시의회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으로, 세 문장만 읽어보면 하수처리장 증설 이면에 숨겨져 있는 온갖 이전투구를 단번에 읽을 수 있다.
"왜 법에도 없는 '공법자문위원회'에서 증설공법을 선정할려고 하느냐. 오픈(open)해서 투명하게 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시의원 몇 명이 본격적으로 끼여들기 시작했다.
거제시는 방침을 바꿔 지난 8월 25일 전국의 하수처리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제안서 제출안내 공고'를 내고, 9월 18일 마감한 결과 기존의 중앙하수처리장 공법인 HBR-Ⅱ공법을 비롯해, ACS공법, KSMBR공법, MS-BNR공법 4개 업체가 응모했다.
공법심사위원회는 '외부전문가 50% 이상'이 포함돼야 한다는 법적 기준에 연연하지 않고 '외부전문가 100%'의 공법심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는 것이 관계 공무원의 답변이다.
거제시의회는 지난 7월 8일과 15일 두 차례의 시의회 간담회를 가진 후 이번달 14, 15일 거제시청 공무원과 함께 옥천, 부여, 창녕 등 지난달 18일 응모한 네 개 업체가 운영하는 다른 하수처리장 시설을 견학했다.
견학에는 하수처리장 소관 부서인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시의원은 한명도 가지 않았다. 옥기재 의장, 유수상 총무사회위원회 위원장, 한기수 시의원이 갔다왔다.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시의원은 "증설 공법은 공법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데 괜한 오해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며 한 명도 가지 않았다.
이에 반해 견학을 간 시의원은 "7월 15일 시의회 간담회에서 견학을 가자고 결정한 것을 가지 않았을 경우 더 이상하지 않느냐"며 견학을 갔으나 또 다른 이유가 궁금해진다.
응모한 4개 업체는 400여억원의 규모인 하수처리장 공사를 따내기 위해 앞으로 구성될 '공법심사위원회'를 대상으로도 전방위 접촉이 이뤄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여기에다 임기 말 '틈새 개입'을 노릴 것으로 추정되는 몇몇 인사들까지 가세해 하수처리장 악취가 거제시 앞마당으로 옮겨온 느낌이다.
'나중에 누가 어떠한 경우를 당하는 지 봐요'라는 거제시의회 간담회 발언이 사실(fact)로 귀결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