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호 시장 기자간담회 마무리…권 시장 "한푼이라도 뇌물 받았다면 시민 앞에서 자결하겠다"

권민호 거제시장이 지난 3일 재선에 당선된 후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1시간 20여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 시간 동안 권민호 거제시장은 많은 말을 쏟아냈다.

처음에는 “목이 좀 좋지 않다”며 질문을 좀 적게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가, 나중에는 ‘마음껏 물어보세요’라는 눈치였다.

'관상불여음상(觀相不如音相)'이라는 말이 있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얼굴을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의미다. 개개인의 목소리는 건강·자신감 등 현재 처한 모든 상황이 압축·응축돼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유심히 경청해보면, 그 사람이 현재 처한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3일 권민호 시장 기자간담회를 반추(反芻)해보자. 많은 발언 중에 몇몇 발언만 간추려, 권 시장이 말한 의도가 다소 왜곡될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 시장은 “(시장 재임) 1년에서 7년까지 오면서 다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 견디기가 어려운 고통이 진정성을 몰라주고 쏟아내는 비판의 소리가 굉장히 힘들었다. ‘공직사회 부정부패를 일소시켜야 되겠다. 공직사회 관행을 타파해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마치 시장이 부정하고 돈이나 받아먹는 것처럼 얘기가 들릴 때 가장 고통스럽고 힘들다. 그 걸 깨기 위해 나의 가족들 애경사도 희생시키고 들어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진행되는 큰 사업마다 온갖 특혜 소리에다가 마치 공무원들하고 부정이나 저지르는 것처럼 느낄 때가 제일 힘 빠지고 힘든 고통이다. 근거도 없는 것을 가지고 설을 만드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급기야 권 시장은 지난 10일 발행된 지역신문에 이같은 발언을 하면서 “한 점 부끄럼이 없다. 한푼이라도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밝혀지면 거제시민 앞에서 자결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자회견에서 ‘재선 시장을 끝으로 3선 거제시장에는 출마를 안 할 것이냐’고 물었다. 권 시장은 “재선 시장되고 나서 1개월 만에 ‘3선을 안 한다’고 선언을 했다. 변함이 없다. 어차피 후임‧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다른 곳에서 봉사한번 해봐야 되겠다는 그런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서 3선 시장 출마는 “안 한다”는 직접적인 발언은 없었다. 단지 옛날 발언한 것에 견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우회적 답변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권 시장의 ‘3선 불출마 발표’에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분위기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권 시장이 3선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 않느냐. 또 조직원을 동원해 민주당 입당 원서를 받고 있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왜 알려지겠나. 권리당원을 많이 확보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민주당 내 경선을 준비하는 것으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생각이 변했고, 시민 여론이 시장을 출마하라고 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얼마든지 3선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권 시장은 기자간담회 때 올해 4월 18일 자유한국당 탈당과 관련해서도 장황하게 언급했다. 권 시장은 “탈당을 할 때는 도지사를 도전하기 위해서 탈당을 한 것은 아니다. 보수 진영의 시장으로 새로운 정부하고 부딪혀서 풀어나갈 때 굉장한 어려움이 있겠다고 생각을 해봤다. 시정을 잘 봐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수개월 고민하다가 탈당을 했다. 정치적 이미지는 많이 훼손될 것으로 각오하고 비난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탈당했다. 시장으로서 탈당을 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 정치적 길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입당하는 것이 어려움이 아니다. 십수년 동안 보수 진영에서 옷을 입고 있었다. 지지하는 많은 사람이 보수 진영에 있었다. 다시 보수 진영에 돌아간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치를 한다면 이제 새로운 진영으로 가야 된다. 거기서 새로운 판을 만들고, 지지층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고민 속에서 탈당을 했다.”

권 시장은 이어서 “탈당을 하고 난 후, 대선 선거 운동 기간에 입당 요구가 있었다. 대선 때는 입당하겠다는 의사가 없었다. 현직 (시장)이기 때문에 입당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민주 정당에 범법자가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입당을 할 수 있다. 다만 현직 시장이기 때문에 그냥 가볍게 입당하기는 좀 어렵다. 민주당에서 영입 케이스로 입당을 시켜줘야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입당을 자청해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영입케이스로 입당을 시켜주면 민주당에 들어갈 것이다. 입당원서를 자청해서 먼저 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는 논지다.

나아가 10일 지역언론 인터뷰서는 “내가 입당한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분들이 너무 긴장하는 것 같다. 그분들은 도지사에 나가려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들의 기득권이 훼손될 우려는 전혀 없다. 만약 그러한 경우가 된다면 입당을 안하겠다. 이렇듯 부딪힐 일이 없으니 만약 민주당에 가더라도 서로 어려움이 있으면 힘을 보태고 도우면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 영입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사회공헌기금 70억원 출연금에 대해서도 권민호 시장 답변이 길게 이어졌다.

권 시장은 “부정당업체 (제재를) 감(減)해달라고 거제시에 정식으로 요청이 들어왔다. 감(減)해달라고 했을 때 매우 어려웠다. 시장이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법이나 조례 규정은 없다. 현대산업개발이 선의적으로 시에다가 기부를 하겠다는 것이 있다. 그 이후에 5개월을 (1개월로) 4개월 감해 주었다. 의회가 결의안도 냈고 시민단체는 받아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시민단체가 받아오라고 할 것 같으면 그 당시의 시민단체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시장에게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거 잘못하면 계속 논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현대산업개발에서 주는 돈을 받아올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시민단체가 만약에 ‘그 돈 받으십시오’ 하면은 직접 받으려 나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권 시장은 “그게 정리가 되면은 ‘가져오라’고 해야지. 자기들이 약속을 했던 것을 가지고 오라고 해야지. 시민 단체가 입장을 정확히 ‘그 당시 판단이 잘못됐다’라고 하던지, 시민단체가 가서 받도록 노력하던지 정리가 안되면 시장이 지금 입장이 말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법이나 조례 규정은 없다'는 권 시장의 발언은 입찰참가경감 조처가 합법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사곡해양플랜트 국가산단 관련해서는 많은 말을 했다. “전체 500만㎡가 되는데 이중 90여만평이 바다 공유수면 매립으로 들어가야 될 것이고 거기에 관련해서 토사석의 매립토를 확보해야되는 산이 절토돼서 들어가는 것이 20여만평이다. 그래서 환경적 문제도 굉장히 민감하게 돼 있고, 특히 해수부 중심으로 정주영 회장이 서산 간척지의 매립 이후에 제일 규모가 큰 바다매립이기 때문에 이런 정부 해당부처의 모든 심의나 행정 절차를 밟기가 굉장히 난해하다. 두 개의 국가산단보다도 국가산단 조성이 어려운 현실이다. 행정절차에 어려움이 있다 말씀드린다.”

“해양플랜트굮가산업단지라고 이름이 명명되어 있다지만 애초에 시작할 때는 조선과 관련되어서 다목적 중소기업의 대규모의 산업단지를 만들자. 그 당시 차세대였죠. 그러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해양플랜트 산업을 국가의 중요산업으로 추진하자는 공약이 들어있어 가지고 국가산단이 저도 봤을 때 대규모의 토목과 공유수면 매립 이라서 인허가 받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래서 국가의 방향에 따라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으로 이름 지어서 줄기차게 요구를 해서 추진이 되어 왔다. 하지만 전체 면적이 해양플랜트 산업을 다 채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권 시장 발언이 국가산단 최종 인허가 단계서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밖에도 권 시장은 거제시 여러 현안에 대해 많은 발언을 했다. 장목관광단지도 모 건설사와 4,250억원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사업주체인 경남개발공사는 투자협약 사실에 대해 ‘금시초문(今時初聞)’ 입장이었다.

권 시장의 기자 간담회 발언은 이리 들으면 이리 해석될 수도 있고, 저리 들으면 저리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많았다. 권 시장의 기자간담회 후 떠오른 글귀가 있어 몇 구절 되뇌어졌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다언삭궁 불여수중(多言數窮 不如守中)'이라는 말이 있다. '말이 너무 많으면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으니, 오히려 말없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법정 스님은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생각이 맑고 고요하면 말도 맑고 고요하게 나온다”고 했다.

‘호문즉유(好問則裕) 자용즉소(自用則小). 즉 묻기를 좋아하면 풍부해지고. 지혜를 스스로 써버리면 작아진다’는 말도 있다.

‘논어’에 ‘질승문즉야(質勝文卽野) 문승질즉사(文勝質卽史) 문질빈빈연후(文質彬彬然後) 군자(君子). 바탕이 겉치레의 꾸밈보다 두드러지면 투박하게 되고, 걷치레가 바탕보다 두드러지면 기교적이 된다. 바탕과 겉치레가 잘 어울려야 군자인 것이다.’

청나라 석성금(石成金)이 전가보(傳家寶)에 남긴 말이 있다. ‘석인운(昔人云) 화불가설진(話不可說盡) 사불가주진(事不可做盡) 막차만봉풍(莫撦滿蓬風) 상유전신지(常留轉身地) 궁태만즉절(弓太滿則折) 월태만즉휴(月太滿則虧) 가오야(可吾也)’라고 했다.

해석컨대, ‘옛 사람이 말했다. 말은 할 말을 다해야 맛이 아니고, 일은 끝장을 봐서도 안 된다. 봉창에 가득한 바람을 편 가르지 말고, 언제나 몸 돌릴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한다. 활은 너무 당기면 부러진다. 달도 가득차면 기운다. 새겨둘 일이다.’

정민 한양대 교수는 이 말의 의미를 “당장에 상대를 말로 꺾어 기세를 올려도 그 말은 곧바로 부메랑이 되어 자기에게 돌아온다. 끝장을 보자는 독설,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독단의 언어는 독이 될 뿐 득이 없다”고 했다.

‘샤를 드골’은 “정치인은 자신이 말했던 것을 자기 스스로 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말했던 말을 누군가가 믿어주면 놀란다(Since a politician never believes what he says, he is surprised when others believe him.)”고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

▲ 기자회견장에 배석한 김덕수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상임이사와 거제시 간부급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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