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보근 노동자

■ 야당인사·재벌회장 노동자 깔보는 갑질…노동자가 벌어 먹여살린다는 점 알아야

한 야당의 원내 수석부대표라는 사람이 파업 중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러 나쁜 사람들, 미친놈들이니 하는 막말을 쏟아내고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라며 비하해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다. 그런데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그녀가 쏟아낸 막말의 강도보다 더 세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을 저미고 사람들 마음을 헛헛하게 만들었다.

막말을 쏟아내기 전 소속 정당 원내정책회의에서의 그녀는 사뭇 달랐다. 회의에서 그녀는 파업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파업은 헌법 정신에 따른 노동자의 권리이긴 하지만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권리 주장을 해주면 좋겠다며 인건비가 오르면 식재료비가 줄어들어 아이들 식단의 질이 떨어진다고 했다. 언뜻 듣기에는 파업 노동자들을 옹호하고 아이들을 지극히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어서 그녀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부가가치나 생산성이 높아지는 직종이 아니므로 정규직화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조금 보장되는 비정규직이 현실적이라 했다. 단순 노무직이므로 호봉제보다 직무급제로 해마다 물가상승률 정도의 급여 인상을 해주면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녀가 이 약한 자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드러나지만 소속 정당의 색깔이 그러하니 으레 하는 소리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기자와 통화에서는 회의에서 에둘러 말한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다. 단지 파업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들을 그녀는 이렇게 보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조리사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거든. 그냥 어디 간호조무사보다도 더 못한 그냥 요양사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이 국회의원 나리에겐 차별 없이 제대로 대접받고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으려 몸부림치는 이 절절한 외침을 보잘것없고 약한 자들이 아이들의 급식을 볼모로 잡고 갑질하는 것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드러나 그렇지 겉으로 받드는 것처럼 굴면서 이런 속내를 지닌 이들이 어디 한둘일까.

"월급쟁이 ××가 일하는 거 보면 꼭 양아치 같아. 너는 월급 받고 일하는 ××야. 잊어먹지 말라고. 너한테 내가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거야. 인마 알았어? 애비가 뭐 하는 놈인데…. 개소리하지 말고 ××야." 차마 지면에 올릴 수조차 없는 이 육두문자는 뒷골목 동네 건달이 내갈긴 말이 아니다. 한 해 매출액이 1조 원 가까운 제약회사 회장님의 말씀이시다. 금빛 서양종이 흔들리며 웅장한 한국종소리가 어색한 광고의 그 제약회사다. 운전기사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던 그가 떠밀려 발표한 사과문은 1분 15초 남짓이었다. 보상할 수단을 찾아보겠다 운운하는 인면수심의 얼굴에서 반성은커녕 재수 없이 걸렸다는 느낌이었다.

작년 이맘때 민중을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던 교육부 고위 간부가 내뱉은 말이 함께 떠오른다. 자기 아버지가 일당 800원 받던 경비원이었다는 한 야당의 대표는 방송국 경비원이 근무 수칙대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넌 또 뭐야? 니들 면상 보러 온 거 아니다. 네까짓 게… 라고 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1%가 99%를 대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 나라를 꾸려 나가고 백성을 먹여 살리고 다스린다고 생각한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근면 성실하게 근로하고 주면 주는 대로 먹다 남긴 대궁밥이나마 감지덕지해야 하는데 이것들이 파업이니 인권이니 을의 주제에 갑질을 하려 드니 나라 꼴이 엉망이라 느낀다.

이런 속내를 지니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아닌 보살 하는 이 대단하신 분들께서 모르는 게 있다. 이런 국회의원 없어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 무너진다. 한 해 매출액 200조 원이 넘는 전자 회사. 회장이 잡혀 들어가도 주가 빵빵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99%의 약자들이 단 며칠만 일손을 놓아도 세상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을 것이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치고 물류 대란에 한양이라 천 리 길이 보름이다. 약은 회장이 만드는 게 아니라 노동자가 만드는 것이다. 회장이 벌어서 직원들 월급 주는 게 아니라 노동자가 벌어서 회장에게 기사 딸린 차 사준 것이다. 속 다르고 겉 다른 이 막돼먹은 짓거리에는 약한 자들의 제대로 된 갑질이 약이다. 지난겨울 감격하지 않았던가. 약자들이 보여준 도도한 갑질의 힘을.<경남도민일보. 7월 18일자 인용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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