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석 전 거제교육장

필자는 처음으로 인문계고등학교 관리자로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거제 평준화가 절실히 필요함을 가진 기억이 난다.

상위권 학생의 유치 노력, 대입진학 상황, 학생 학부모는 학교 서열화로 인한 자멸감의 압박 등이 거제에서는 유난히 많은 문제가 나타나는 현실을 보면서 무척 가슴 아픈 안타까운 일을 경험한바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인문계 중앙, 옥포 두 학교를 거치면서 자체적으로 만회해 보려는 숱한 노력을 쏟은 기억이 되살아난다.

또한 2006년 거제교육장 재직 시에도 거제제일고에서 고(故) 박대현 교육위원회의장, 도 국장, 과장, 도의원, 시민단체 대표, 관계자와의 토론회도 가진 적이 있었지만 당시 평준화 대상 고교도 지금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적은 숫자였고 교통사정, 거제제일고 여건(반대의견), 수용학생 상태 등 상당히 어려운 여건으로 끝내 이루지 못하였지만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

이제 다시 서열 없는 평등교육에 씨 뿌리는 작업이 시작되니 추진위에 큰 박수를 보내면서 감회가 새롭게 든다. 특히 진보 보수를 망라한 49명의 공동 대표가 발족한 기자회견은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한다.

고교평준화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정책이든 찬반의 양면성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평준화의 찬반양론에서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의 본질은 바른 인성을 기반으로 타고난 재능을 잘 키워서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평준화와 비평준화에서 어느 제도가 학생의 바른 인성을 가꾸어 주고 타고난 재능을 잘 키워주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며 교육으로 인해 우월의식과 패배감, 가족 간의 갈등 등 교육외적인 영향을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거제지역의 고교 진학은 중학교 내신점수에 따른 학생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알게 모르게 어느 고등학교는 선호하게 되고 또 어느 고등학교는 선호하지 않게 되어 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고등학교에 간 학생은 자존감이 낮아지고 이는 바른 인성을 가꾸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과거에는 수능 점수에 의해 대학을 진학하였지만 지금은 학생의 학교생활에 의한 수시전형이 약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평준화가 대입진학에 유리하고 바른 인성과 학생의 재능을 잘 가꾸어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는데도 비평준화보다는 평준화가 더 유리하다고 본다.

그러면 평준화를 위해서 고려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는가? 평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서 학생이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비평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제일 우려하는 것은 하향평준화에 따른 학력 저하 문제다.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것과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받을 때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보여 진다. 이는 대입제도 개선과 맞물려 고교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있고 성공한 선행 평준화의 사례들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학부모들의 우려를 없애도록 교육청과 학교는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평준화 시 학생들을 어떻게 배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통학거리, 희망하는 학교, 남녀 학생 배분의 문제, 학구 조정, 농어촌 전형, 기숙사, 학교환경 등을 종합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선결되지 않고 일방적인 평준화를 시도한다면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학교 간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학교 간 고른 내신 등급 내에서의 학생 희망에 따른 배정이 있어 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학교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희망하여 평준화의 의미를 상실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고현지역과 옥포 및 장승포지역 2학구로 나누어 시행한다면 통학거리에 따른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여 진다. 농어촌 전형을 희망하는 학생은 우선적으로 농어촌학교에 배정하면 될 것이다.

셋째, 남•녀 배정은 모든 학교가 1:1이 되도록 하면 될 것이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는 원래 취지가 사회적 배려대상자, 원거리 통학생을 위한 것이므로 이런 학생들이 기숙사가 있는 학교를 원하다면 우선 배정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넷째, 면 지역에 위치한 관계로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학교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평준화에 배제되는 학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청과 거제시에서 함께 중지를 모아 기숙사 여건, 교육환경 등 학교 환경 개선에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학생의 고통과 부담에만 초점을 둔 느슨한 교육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져 학력저하의 우려가 되는 문제가 발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평준화후에도 학교간 우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평준화를 찬성하던, 반대하던 모두 교육적 목표는 동일하다. 한 쪽은 반드시 옳고 다른 쪽은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평준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돕도록 하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준비된 평준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학생 배정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신뢰를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인재육성은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여야 정치인 모두 거제의 고교평준화가 원만히 이루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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