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천 전 거제시 해양관광국장

돈 후안과 카사노바, 이 둘의 공통점은 '세기의 여성 편력가'라고 한다. 그럼 카사노바와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의 공통점은, 눈치 챘겠지만 '지독한 굴 애호가'다. 카사노바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50개의 생굴을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루이 14세가 굴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다음의 이야기가 말해 준다. 매일같이 굴 파티가 열린 어느 날 궁전의 주방장이 갑자기 자살하고 만다. 왕이 좋아하는 굴이 파티에 맞춰 제때 도착하지 못하자 왕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죽음으로 대신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서양인들은 어패류를 날것으로 잘 먹지 않는다. 그러나 굴은 거의 유일하게 생식하는 식품으로 오래전부터 즐겨 왔다. 그리스로마신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가리비에서 탄생하는 장면은 고대 사람들이 패류을 에너지와 생명력의 원천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달리 표현하면 굴을 '사랑의 묘약'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굴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하는 아미노산과 아연이 넘쳐 난다. 굴이 비단 남성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옛날부터 어촌에는 배 타는 어부의 딸 얼굴은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 얼굴은 하얗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굴에는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물질이 있어 미백효과가 탁월하다. 클레오파트라 같은 미인도 즐겨 먹었다는 말이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우리의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한국인들이 굴을 즐기는 방식은 매우 다채로웠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이 ‘입에 들어가면 몹시 입맛을 돋우어준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생굴로도 즐겼고, 꼬챙이에 꽂아 기름을 발라 구워 먹기도 했다. 매콤한 초장에 찍어 먹는 생굴은 우리만의 자랑거리다. 서울로 여행 온 프랑스인들이 가장 놀라는 요리가 초장에 찍어 먹는 굴이라고 한다. 노릇노릇 익힌 굴전은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고소하다.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전어의 명성을 넘고도 남는다. 굴국밥, 굴죽, 굴밥, 굴김치, 굴장아찌 등 전국에 펴진 굴 요리들을 연구할수록 그 가짓수에 놀란다. 우리 조상들이 굴을 익혀 먹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약식동원’(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의 개념에서 출발해 음식도 음양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봤다. 익히면 굴 특유의 냉한 성질을 보완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먹거리를 쾌락만 추구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 몸을 지키는 약으로 보는 철학이 깔려 있다. 굴이 남성고환이 부였을 때 사용하는 구급약이었다는 기록(<산림경제>)도 있다.

도서인 우리시에는 하청, 둔덕, 거제, 동부해역의 944헥타에서 매년15,000 톤의 생굴을 크고 작은 40여개의 가공공장에서 아주 위생적으로 생산하여 수출로 외화를 획득하고 또 국내 판매 그리고 겨울철 고용창출로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효자 상품이다.

그리고 우리시 생산되는 굴은 미 FDA에서 인정하는 청정수역에서 생산되므로 깨끗하고 안전한 식자재로 이용하는데 손색이 없다고 한다. 본격적인 굴 출하 시기다. 굴은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물론 맛도 이때가 제일 좋다. 겨울철 최고의 강장·미용 식품으로 꼽히는 이유다. 요즘 핵가족, 나홀로 세대에 맞추어 300g부터 간편한 소포장을 개발하여 가족단위 식단과 선물 또는 각종행사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완전식품이자 겨울철 웰빙수산물로 각광받는 굴을 많이 먹어 어업인도 돕고 우리의 건강도 찾자. 남자, 여자 모두에게 좋다 하니 부부가 함께 먹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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