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피닉스밴드, 거제 유일의 직장인 풀밴드로 자선공연도 활발

징징징... 두구두구 쿵쿵따! 저녁 8시경 환하게 켜진 연습실에 20여명의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연주에 열중이다. 현란한 손놀림의 기타연주자부터 열정적인 모습의 드럼연주자까지 업무에 지친기색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손에 쥐고 있는 악기는 제각각이지만 같은 곡을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삼성중공업 피닉스밴드. 음악을 좋아한다면 남녀노소 구분없이 사원가족까지도 대환영이다.

1983년 몇몇 사원들이 단순한 취미생활로 시작한 밴드는 2003년 지금의 최흥우(47·광영기업) 단장이 입단하면서 차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는 11년간 군예술단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단원들의 연주지도부터 행사기획까지 새로운 시도를 계속했다.

최 단장은 “당시만 해도 20년이 다된 낡은 악기가 대부분이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서 힘이 되어주자는 다짐들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다. 그 때의 초심(初心)이 지금의 피닉스밴드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점차 체계를 갖추게 된 밴드는 이듬해 회사의 문화행사 ‘사원노래자랑’에서 전체 반주를 담당해 사람들의 인식 속에 ‘피닉스’라는 세 글자를 각인시켰다. 덕분에 회사로부터 악기와 연습실을 지원받아 본격적인 활동의 계기가 되었다.

지역 직장인 동호회로는 거의 유일하게 드럼, 베이스, 키보드, 보컬 등을 모두 갖춘 풀밴드인 만큼 대외적인 행사도 많다. 사회복지시설 위문공연을 비롯해 환우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거제시 여성페스티발 등 매달 연주가 없는 달이 없을 정도라고.

이렇게 어디서나 공연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음향장비 설치는 물론 각 악기의 소리를 조절하고 하나로 묶는 음향 믹싱까지 모든 것이 자체적으로 가능하기 때문. 그만큼 단원들의 자부심과 보람도 크다.

기타를 맡고 있는 이상준 (29·생산운영팀) 사원은 “장애우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이 나이트클럽이라는 얘기를 듣고 낮에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그 때의 즐거워하는 모습과 웃음소리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0일에는 거제시 고현동의 한 가게를 빌려 결손가정 아동돕기 일일호프를 열어 좋은 호응을 얻었다. 이날 수익금은 사회공헌파트와 함께 지역의 소년소녀가정에 전달될 예정이다.

황선일(42·선체설계팀) 회장은 “규모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을 찾아가 공연하고 싶다”며 “25년 이상 이어 온 전통에 참신함을 더해 이전보다 더 왕성한 활동으로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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