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빅3' LNG선 수주 '제로'…발주 취소·연기
국제유가 1배럴 10달러대 '추락'…유가 60달러 돼야 해양플랜트 발주

2015년부터 5년 동안 ‘고난의 보릿고개’를 겪고 이제 겨우 허리를 펴려고 하는데, 코로나19와 저유가 때문에 또 다시 조선산업이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와 함께 거제시민의 삶도 더 위축되지 않을까 고심이 깊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 코로나19 영향으로 고부가 가치 LNG선 발주도 ‘잠수(潛水)’

조선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와 물동량 감소를 더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14척'(2019년 1분기) 대 '0척'(올 1분기).

지난 1분기 우리나라 조선사는 고(高)부가 가치 선박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지난해 1분기 14척을 수주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성적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유가 급락으로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1% 감소했다. 우리 기업의 주력 선종인 LNG선 발주는 단 2척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중국 기업이 가져갔다.

코로나19에 유가하락까지 겹치면서 선박 발주가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줄었으며, 이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다시 글로벌 수주절벽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업계 전체에 깔려 있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CGT로 전년(810만CGT) 대비 30% 수준에 그쳤다. 한국 조선소의 주력 건조 선종인 대형 LNG선 발주는 하나도 없었다.

1분기 발주된 선종을 살펴보면, S-Max급 유조선과 A-Max급 유조선의 발주가 전년 대비 각각 150%, 70% 늘어난 반면, 벌크선(-79%) 초대형 유조선(-72%), 컨테이너선(-11%)은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대형LNG선 발주는 14건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0건을 기록했다.

이에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전세계 발주 예상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업체 클락슨 리서치도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선박 발주 규모를 지난해 987척에서 23.4% 감소한 756척으로 하향조정했다. 연초 전망치였던 1324척에서 44% 감소한 수준이다.

실제로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의 올해 수주량은 저조한 수준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올해 157억 달러 목표를 세웠으며, 지금까지 12억 달러를 수주했다. 유조선과 LPG선 등 총 19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84억 달러 목표 중에서 5억 달러를 수주했다. 셔틀탱커 3척과 유조선 2척 등 총 5척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72.1억 달러 목표 중에서 4억 달러를 수주했다. 선종은 셔틀탱커 2척과 유조선 1척 등 총 3척이다.

미국 석유기업 엑슨모빌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330억달러에서 230억달러로 축소하고, 아프리카 모잠비크 로부마 LNG프로젝트 투자를 연기하기로 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경영난을 겪는 탓이다.

모잠비크 로부마 프로젝트는 모잠비크 4구역 내 맘바 가스전에서 채취한 가스를 육상 액화천연가스(LNG) 트레인을 통해 액화, 판매하는 프로젝트다. 주주사들은 지난해 1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초기투자결정을 마쳤고, 올해 1분기 최종투자결정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투자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프로젝트에 필요한 LNG선 발주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LNG선 14척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됐던 삼성중공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타르발 LNG 운반선 발주도 늦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QP(카타르 페트롤리엄)는 LNG 연간 생산량을 7700만t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t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초대형 증설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코로나 사태에 프로젝트 입찰을 연기했다.

유조선리서치업체인 포텐앤파트너스의 멜라니 로바트 재무어드바이저는 트레이드윈즈에 "올해 예상됐던 LNG프로젝트 20개가 코로나 확산과 저유가, 어려운 금융환경으로 철회될 것"이라며 "프로젝트가 진행되더라도 일정이 지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

■ 국제유가 끝없이 추락…10달러대로 내려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무너지며 10달러대로 추락했다. 산유국들의 감산(減産) 합의에도 유가는 연일 하락세다.

15일(현지 시각)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2% 하락한 배럴당 19.8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002년 2월 이후 18여 년 만에 최저치다.

6월물 브렌트유도 6.5% 급락한 배럴당 27.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CNBC는 "추가적인 감산이 없는 한 추가 유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우리가 높은 경쟁력을 가진 해양플랜트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돼야 발주가 이루어지고 우리 업체들이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현재 유가 추이가 계속된다면 수주 자체가 끊겨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국내 조선업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최근 들어 해양플랜트 발주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즉, 갑자기 발주가 줄어드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 이미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비중을 줄였고, 인력들도 전환 배치해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선박 발주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유가급락으로 1분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71.3% 줄었고,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LNG선 발주는 단 2척에 그쳤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선박인수 지연, 자금회수 차질 등으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는데, 선박 제작금융의 만기연장, 운전자금 공급 등 금융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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