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협회 거제지부가 전국연극제와 희극축제를 개최하면서 지급받은 보조금을 유용·횡령한 사건은 공무원의 근무 소홀과 일부 예술인들의 '도덕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거제시는 보조금을 지급할 때는 행사 주최자가 자부담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 자부담금을 먼저 확보했는지, 자부담금을 보조금 지원에 앞서 지출했는지 등을 감시·감독토록 '거제시 보조금 관리조례'에 명시돼 있으나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눈에 콩깎지가 끼였는지' 그냥 눈감아 주었다.

전극연극제와 거제세계희극축제에 관여한 일부 예술인들이 저지른 불법자금 조성 수법은 거제 예술인의 자부심을 한순간에 깔아뭉개는 치욕스런 사건이다.

'배고픈' 예술인들의 사정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시민의 혈세인 보조금을 유용하고 횡령한 것은 무대 위의 연극작품이 아니고 무대 밖 현실이다. 엄연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L 모씨는 며칠 전 본사로 전화를 해 "자부담을 조성하기 위해 불법자금을 조성했다"는 점은 시인하면서도 "거제 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전국연극제 때 시민들이 즐겁게 받아들였다. 희생하고 봉사했다. 음해할려고 하는 세력이 있다"고 변명했다.

이번 사건은 L 모씨를 비롯하여 예총 거제지부 C 모 관계자, 거제문화예술회관 일부 직원 등이 공모한 조직적인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불법으로 조성한 2억1,530원 중 7,009만원은 사용처가 밝혀졌으나 나머지 1억4,521만원의 사용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 조사가 진행중이다.

예산을 배정해준 감사(?)의 선물로 '100만원짜리 양복 티켓을 일부 정치인들에게 돌렸다'는 등 끝모를 소문이 횡행하고 있다. 또 이 당시 담당공무원은 다른 지자체에서 개최를 꺼리는 행사를 앞장 서 유치했다는 이야기도 거제시청 주위에서 흘려나오고 있다.

전국연극제와 거제세계희극축제에서 드러난 불법자금 조성은 그동안 거제시에서 개최한 각종 행사와 축제 등에 내재한 여러 문제점 중 일부분만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시민의 불신이 팽배하고 있다.

'서바이벌 게임'은 담당과를 바꾸어가면서 예산을 따내 행사를 열었다. 모 체육단체는 예산을 초과해 흥청망청 쓴 후 사후에 예산 승인을 신청했다가 반려된 경우도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보조금 집행 잔액 정산 부적정', '기부금품 모집 부적정', '축제 협찬 명목의 기부금품 모집 부적정', '시금고 지정에 따른 축제·행사 기부금 집행 부적정', '축제 보조금 집행에 따른 세금신고업무 불철저' 등의 감사 사항을 지적해 해당 지자체에 주의 또는 시정을 요구했다.

예술인이기 때문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술은 정신적 노동의 산물이다. 친일매국노 이완용의 서예작품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듯, 예술은 예술인의 삶의 괘적과 가치·명성을 같이한다. 예술인의 삶과 예술작품은 하나이다. 무대 뒤에서 불법을 저지르면서 무대 위에서 진실을 노래할 수 없다.

자부담을 조성하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행사 후 자부담 명목으로 조성한 불법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시민 앞에 낱낱히 밝히는 것이 예술인으로써 앞으로 거제서 살아갈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