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 공사, 아스팔트·보도블럭·대리석 공원…시, "예산이 부족해서"

매주 토요일이면 8면으로 발행되는 조선일보 7월 24일자 'Why?' 1면에는 100만평 크기의 '제주돌문화공원' 조성 총괄기획을 맡고 있는 백운철 씨 이야기가 실렸다.

"그가 세운 원칙은 간단하다. 나무를 베지 말 것, 정 안 되면 옮겨 심을 것, 건물도 나지막하게 지어서 공원 어느 구석에서건 푸른 하늘과 봉곳한 오름이 건물에 가리지 않게 할 것. 요컨대 자연을 최대한 살릴 것."

조선일보 기사 내용 중 일부이다. '친자연공원'을 머리 속에 그리며 24일 거제시가 조성중인 '독봉산 웰빙공원' 공사현장을 찾았다. 고현동 상동동 369번지 고현천 맞은편 42,100㎡에 광장, 조경, 휴양시설, 편의시설, 운동시설 등을 갖춘 시민공원 조성공사이다. 부지매입비 43억 원과 공사비 25억 원을 포함해 68억 원이 들어갔다.

▲ 상동동 고현천변 맞은편에 조성중인 독봉산 웰빙공원
오늘 8월 31일 완공을 목표로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거제시 '산림녹지과'가 책임부서이다.

거제시는 '독봉산 웰빙공원' 조성 목적을 '하천의 특성을 살린 고수부지를 친수공간으로 조성하여 문화, 체육, 휴식공간 제공 및 정서함양 기여'라고 했다.

친수공간 조성은 말뿐이고 시민이 독봉산 웰빙공원에서 고현천에 접근하기는 공원조성 전 보다 더 어렵게 해놓았다. 울타리와 뚝을 만들어 고현천 접근은 그림의 떡이다. 고현천 수질이 시민이 접근해서 접할만큼 맑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자연을 살린 공원은 아닌 듯 싶었다.

▲ 고현천 접근은 울타리가 처져 더 어렵게 됐다.
또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 독봉산 웰빙공원은 '웰빙'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자연을 거스르는 인공적인 시설이 가득했다.

대리석과 보도블럭, 아스팔트로 포장된 산책로 등이 공원의 전부였다. 잔디밭 곳곳에는 돌밭인 지 잔디밭인 지 분간키 어려웠다.

▲ 공원 옆 숲길 산책로. 아스팔트 포장이 돼있다.
시민이 앉아 쉴 수 있는 파고라 주변에는 시원함을 더해 주는 나무는 없었다.
▲ 공원 곳곳에 시설돼 있는 파고라
화장실 건물은 울긋불긋했다. 친환경적이며 친자연적인 시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점토블럭은 소재가 친환경적인 이유로 일반 보도블럭보다 2~3배 비싸다.

▲ 화장실
▲ 산책로
공원 곳곳에 심어놓은 수령이 얼마되지 않은 느티나무, 목련, 단풍나무는 뿌리내리기가 몹시 힘들게 느껴졌다. 고현천과 공원을 구별짓는 옹벽은 토사가 흘려내릴 것에 대비한 시설이 전혀 없어 고현천이 범람하거나 비가 많이 올 경우 토사 유출이 우려됐다.

▲ 가로수가 착근을 하지 못하고 말라 죽었다.
▲ 공원지역 비탈면
▲ 공원 비탈면
몇 걸음 걷지도 않아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딱딱함으로 걷는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벤치나 운동시설 주변에는 그늘을 이루는 나무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름이면 그늘도 없는 곳의 따가운 햇살과 뜨거운 바닥 열기가 침찔방 수준이다.

거제시 산림녹지과 공원조성담당 계장은 "예산이 부족해 수목식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며 "추경 예산을 확보해 녹지공간을 더 조성할 것이다"는 답변이다.

고현천은 경상남도 지방하천으로 하천구역은 지점에 따라 40m 전후의 넓이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공원조성 지역은 산에서 토사가 밀려내려와 하천폭이 급격히 좁아져 있었다.

공원구역 중 일부가 하천구역에 포함돼 있음을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거제시 산림녹지과 공원조성 담당계장은 이에 대해 "하천구역에 포함된 독봉산 웰빙공원 비탈면은 점사용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 고현천을 잠식하고 있는 공원 비탈면

거제시 또 다른 공무원은 이에 반해 "하천구역을 지정해놓은 것은 홍수량 만큼의 물이 흐르는데 필요한 양안(兩岸) 사이 최소한의 거리를 말하는데, 급격히 좁아진 하천폭 위에 돌로 옹벽을 쌓고 공원의 경계로 삼는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원 조성 지역 반대편의 고현천 둑길에 그늘을 만들어 시민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는 '느티나무'와 '독봉산 웰빙공원'의 산쪽 끝자락 소나무 군락지가 공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 공원 맞은편 느티나무아래서 바라본 공원 전경. 공원 산쪽 끝자락에는 소나무 숲이 빽빽하다.
▲ 공원 맞은 편 고현천변 황토 산책길
▲ 분수
▲ 식재한 잔디가 일부 말라 죽었다.
▲ 장애인 화장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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