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거제 (Gallery Geoje, 대표 정홍연)는 2021 네 번째 기획전 <일상을 채록彩錄하다展>

박길수_Park Kil Su 초대전 6월 15일 ~ 8월 1일 기간동안개최합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원로작가 지원 공모선정된 특별기획전입니다. 여름휴가를 아름다운 거제도 바다풍경과 더불어 예술여행을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박길수 작가는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풍경의 소재에서 미적 가치를 발견하고 그 안에 함축된 연결고리를 가지고 내면의식을 반영하고자 한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에 작가만의 기억과 경험을 담아서 작품에 옮겨 담는 창작 형태의 독자성이 돋보인다. 경험이라는 것은 자신이 지나온 발자취 같은 것인데 그 기억을 끄집어내어 작품 속에 이입시킴으로서 작품성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추수_2010년> 작품을 보면 거제면 명진리 가을 들녘 어딘가에서 이웃 아저씨들이 두레 품앗이로 낫으로 한줌씩 벼를 베는 모습은 영농기계화로 인하여 지금은 볼 수 없는 정겨운 모습으로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소환되고, <새참_2000년> 작품 속에서는 한복을 입고 상투를 틀어 망건과 갓을 쓰고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옛 거제현 관아 옆 어느 양반집 마당 속으로 타임 슬립 Time-slip 하는듯하다. 농번기가 끝나고 멍석 위에 빙 둘러 앉아 새끼를 꼬고 있는 동네 할아버지들이 출출한 허기를 달래주는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손으로 안주를 집어 한껏 목젖이 보이도록 먹고 있는 표현은, 자연과 어우러져 일상적인 노동에 전념하는 농부나 목자를 주제로 삼은 바르비종파 밀레 (Jean François Millet, 1814~1875)의 근대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고기잡이배가 만선으로 항구에 돌아와 한바탕 시끌벅적 ‘파시’가 끝나고, 출항을 준비하며 부서진 고깃배를 수리하는 정경을 채록採錄한 <작업선_2003>, <작업준비_2003>는 환경생태계의 변화로 인하여 빛바랜 풍어기를 기다리는 어촌풍경의 쓸쓸함도 엿보인다.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쉬워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다양한 일상의 조각들을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으로 삶을 반추한다. 작업의 흐름을 보면 사실주의 (19c 寫實主義, Realism) 경향이 짙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일어난 극사실주의 (極寫實主義, Super realism, Hyperrealism), 표현주의 (表現主義, Expressionism us) 특징이 정형화되지 않은 채 혼재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자 전근대적인 향토적 소재가 새롭게 등장하며, 일본의 관전풍 아카데미즘을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거제의 일상적 풍경을 주제로 극사실적인 특징이 가미된 새로운 풍경, 정물화로 전개된다. 즉, 중년기에 보이던 향토적 소재의 연장 선상에서 장년기는 다양한 소재의 일상적 풍경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풍경은 빛의 표현과 분할된 붓놀림에서 서양 인상주의 작품과 어느 정도 유사성을 지니지만 주제와 내용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지역적인 향토색 짙은 <거제면 풍경_2007>, <거제현 관아 대문_2008> 작품에서는 고향을 사랑하는 작가 특유의 채록採錄한 감성이 묻어 나온다. 민족주의 의식의 표현이나 예술가의 입장에서 저항의 의미 등 ‘심볼’을 표현한 <무궁화_1998> 작품은 부드럽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보이지만, 내면의 긴장감과 결연한 전율이 느껴진다.

박길수 작가는 1938년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중학교를 졸업 후 거제도로 이주, 제도권의 전문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이 독학으로 그림에 대한 애증과 열정으로 뿌리내린 향토작가이다. 독학 시기에 해외에서 수입된 서적과 잡지를 사들여 읽었으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 사회와 예술 환경에서 ‘기억’과 ‘마음속의 감정’에 대한 시각적 표현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하여, 매주 자연풍경을 눈으로 보고 스케치하며 연마하는 ‘일요화가회’ 활동은 폭넓은 예술세계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본인의 풍경화 작품에서 다층적 기억 모티프를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방법적으로 모색하는 방향성을 ‘일상을 채록彩錄하다展’에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본 전시는 박길수 작가가 화가의 길로 들어선 청년 시절부터 천착해온 평생의 화업을 정리, 우리 지역의 풍경 대표작품을 소개하는 회고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역 미술사에 작은 발자취를 남길 농∙어촌의 풍경화, 정물화 등 33점을 엄선하여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채록採錄하여 보여준다. 전시는 시대별로 2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제1부: 아카데믹 화풍', '제2부: 새로운 표현의 모색'으로 진행된다.

개념 미술 (Conceptual Art), 미니멀아트 (Minimal Art) 등 다양한 미술 조류들이 불안정하게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도 자연을 직접 관찰하는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화풍으로 거제도의 순수하고 밝은 공기와 자연을 표현하려 했다. 섬 속의 섬처럼 고요한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화폭에 채록彩錄, 박길수 작가만이 보여주는 향토색 짙은 예술혼이 고스란히 채색彩色되기를 바란다.

전시개막 축하공연으로 거제면 소재 '예닮음악학원' 반정현 원장님외 제자들이 협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Eine kleine Nachtmusik) 1악장/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고향의 봄/홍난파을 연주한다. 지역 초등학생들을 위한 전시연계 프로그램인 “新전원일기” 공공공Project#3 박길수 작가와 함께 진행한다.(전시 도슨트 안내, 프로그램은 갤러리 거제 홈페이지 http://www.gallerygeoje.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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