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장평파출소 순경

▲ 김수영 순경
찌는 듯한 햇볕아래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도 어느덧 지나는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가을을 왔음을 알리는 듯하다.

내 어릴적 동심에는 추석이 오면 이유 없이 설레여 그 느낌이 참 좋았는데 경찰관이 되고 보니 이맘때면 가정폭력 신고, 형제간 싸움,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을 보게 되어 마음 한구석에 씁쓸하고 뭉클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쩌면 내가 평생 느껴야할 직업병일지도 모르겠다.

으레 명절이 다가오면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에 다들 분주하지만 경찰관들은 특별방범진단으로 관할을 점검하고 교통체증에 대비하고 일제검문검색, 추석맞이 봉사활동 등 평소보다 더 많은 일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러고 나면 정작 추석에는 가족들과의 만남은 다음으로 미룬 채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보내게 된다.
경찰에 입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이러한 것들이 내가 외로운 직업을 선택했구나 라고 느껴지기도 했는데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는 파출소에 있다보니 이러한 생각도 차츰 무뎌지는 듯 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틈도 없이 갑자기 파출소에 민원인들이 몰려와 분주할 때 갑자기 “이거 드세요!” 파출소 민원테이블 위에 어느 남자의 투박한 손이 복숭아 3알을 건낸다. 괜찮다는 말에도 그냥 지나가다가요…드시라구…

고맙습니다…잘먹을께요… 소박한 마음에 감사를 느끼며 바쁜 와중에 직원분과 나는 향긋한 봉숭아를 한입 베어 먹으며 마주보고 웃게 된다.

누군가의 작은 행동이 이러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며 나도 다른 사람에게 잊지 못할 친절을 베풀며 사는 경찰관인가 떠올리며 여유로움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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