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선박 선별 수주 등 연이은 수주랠리에도 올해 적자 예정
실적 턴어라운드 내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 전망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나란히 2~3년치 도크 채워
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 M&A, 해 넘기며 3년째 제자리

글로벌 조선 시황이 풀리며 조선업계가 올 한해 수주 랠리를 이어오고 있다. 모처럼 맞은 호황기에 국내 조선 3사는 이미 2~3년치 일감을 채운 상태다. 수주 후 실적 반영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올해 3사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할 예정이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 신조선가가 오르는 데다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향후 전망은 밝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2019년부터 추진해온 인수합병(M&A) 심사가 난항을 겪으며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 초과 수주에 2년 치 일감 채웠지만…올해 3사 모두 적자 전망

올 한해 조선업계는 괄목할만한 수주 성과를 거뒀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세계 선박발주량은 4507만CGT로 전년 동기(1897만CGT)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 3사 모두 올해 초 제시한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달 초 기준 수주금액은 현대중공업그룹이 225억달러, 삼성중공업 122억달러, 대우조선해양이 107억 달러로 나타났다. 각 사가 연초 제시했던 수주목표액인 149억달러, 91억달러, 77억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들 3사가 한해 수주 목표치를 넘긴 것은 2013년 이후 8년 만이다.

수주가 급증하고 선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실적에는 오롯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수주에서 인도까지 2년가량 걸리는 업종 특성상 기존 저가수주 물량이 여전히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탓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올해 한국조선해양의 연결기준 매출은 15조543억원, 영업손실은 624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준 삼성중공업의 매출은 6조5530억원, 영업손실은 1조1094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은 4조3891억원, 영업손실은 1조2940억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은 앞서 3분기 14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지만, 환율 효과와 공사손실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을 제거하면 실제 벌어서 남긴 돈은 없다.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강재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 반영으로 89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통상 후판은 선박 건조가격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3사는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실적 턴어라운드가 이뤄질 전망이다. 가장 먼저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곳은 한국조선해양으로, 2022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3143억원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행양은 영업손실 폭을 줄여나가며 2023년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 고부가가치선 선별 수주…유가 상승에 삼성重 미인도드릴십 해소도 순항

안정적 일감을 확보한 한국 조선사들은 LNG(액화천연가스)선 중심의 선별 수주에 나섰다.

LNG선은 대표적인 고부가 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LNG운반선 신조선가는 척당 2억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 8600만 달러에 비해 1900만 달러 상승했다.

각 사가 밝힌 올해 현재까지 LNG선 수주 현황은 현대중공업그룹이 32척으로 가장 많고, 삼성중공업이 22척, 대우조선해양이 15척으로 나타났다. 세계 LNG수요 증가에 따라 내년에도 양호한 발주량이 예상된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LNG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카타르, 모잠비크 프로젝트를 제외해도 2~4척의 중소 규모 수요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유가 상승이 이어지며 삼성중공업의 미인도 드릴십 해소 작업도 순항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초 유럽지역 시추 선사에 드릴십 1척을 매각했고, 지난 6월에는 이탈리아 시추선사와 용선계약에 성공했다.

올 초 배럴당 50달러에도 못 미쳤던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한때 8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등의 이슈로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다시 우상향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 채산성이 높아져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투자가 확대된다. 올해 삼성중공업이 악성재고 미인도 드릴십 2척을 해소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드릴십은 해상에서 원유 및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삼성중공업은 2013~2014년 드릴십 5척을 수주했지만, 유가 급락으로 채산성 악화를 우려한 선주사들이 잇달아 계약을 파기하며 재고를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올해 2척의 드릴십 매각 및 용선 성공으로 삼성중공업은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해 재무구조가 더욱 건실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유가 상승 추세에 힘입어 시추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만큼 나머지 남은 드릴십 3척도 조속히 매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중공업이 매각에 성공한 드릴십

■ 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 M&A, 3년째 제자리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기업결합 심사가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3년간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13일 글로벌 기업 간 결합을 심사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며 분위기는 바뀌었다. EU 경쟁 당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 우려를 들며 M&A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번 M&A가 무산되고 재매각이 추진될 경우 대우조선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주 절벽으로 오랜 기간 적자를 이어온 대우조선은 2018년 8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어렵게 위기를 넘긴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7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M&A가 무산되더라도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성과를 남기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6월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했다. 신설 자회사로 분할한 현대중공업도 지난 9월 이미 상장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하면 기존 3강 체제에서의 출혈 경쟁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M&A 성사에 최선을 다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말 심사를 재개한 EU는 내년 1월20일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한국조선해양이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6개국 중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는 이미 승인 결정을 내렸고 현재 한국, EU, 일본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데드라인을 내년 1월 20일로 잡았다는 로이터 통신 관련 기사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경쟁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인용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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