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대우(大宇)' 45년 만에 거제역사 뒤안길로…거제시 환영 대형 현수막
"충무공 정신 살아 숨쉬는 옥포만은 '24만 거제시민' 자존심·생명줄이다"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연혁’ 첫 머리는 “1973년 해양한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충무공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옥포만에 조선소를 건설하여”라고 시작한다.

대우조선해양 창립일은 1973년 10월 11일이다. 이날은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 건설 착공일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973년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로 출발해 1978년 대우그룹에 인수되면서 대우조선공업‧대우중공업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사명은 2002년 3월 16일부터 사용했다.

대우조선공업‧대우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1978년 대우조선 창립기념식, 1981년 옥포조선소 종합 준공식 거행, 1987년 대우조선 노동조합 설립과 노사분규, 1999년 8월 26일 대우그룹 구조조정으로 워크아웃 돌입, 2001년 8월 23일 워크 아웃 졸업 등 ‘영욕(榮辱)’의 역사가 쌓여 있다.

23일, ‘옥포국가산업단지’ 조선소가 대한조선공사 시작부터 치면 50년, ‘대우’ 이름으로 치면 45년 만에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45년 동안 거제시민과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함께 한 ‘대우(大宇)’는 이제 거제역사 뒤안길에 이름만 남기게 됐다.

450만㎡(약 150만평), 하루 3만5,000명이 출퇴근하는 ‘옥포국가산업단지’는 24만 거제시민의 ‘생명줄’이었다. 거제 주봉인 계룡산(鷄龍山)의 닭이 알을 낳는 것처럼, 배를 한 척 한 척 바다로 내보내 거제시민을 먹여살렸다. 옥포국가산업단지는 숨이 막히는 한여름 ‘뙤약볕’에도 용접 불꽃을 튀기며, 성실하게 일한 근로자들의 ‘피와 땀’이 50년 동안 쌓여 있는 곳이다.

23일,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오션플라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제24기 1차 임시주주총회서 사명(社名)을 ‘한화오션’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 등 9명의 새로운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도 결의했다. 권혁웅 한화지원부문 부회장이 한화오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2년 만에 민영화됐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1차 인수 무산 후 15년 만에 꿈을 이뤘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잠수함, 구축함 등 대우조선의 특수선 분야 역량을 흡수한 한화는 기존의 항공우주·지상 방산에 해양 분야까지 더해 육해공 종합 방산업체로 몸집을 키워 '한국판 록히드마틴'에 다가서게 됐다.’

‘한화그룹은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친환경에너지, 방산, 우주항공 분야에서 조선·해운까지 진출하게 됐다. 업계에선 한화오션을 앞세워 선박 건조는 물론 해운업, 해상화물운송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주총회 후 한화오션 첫 보도자료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자 한화오션 ‘기타 비상무이사’는 첫 일성으로 “‘정도경영’과 ‘인재육성’을 통해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기업으로 키워나가”고 했다.

권혁웅 한화오션 신임 대표는 “오션의 임직원들은 옥포만 위에 세계적인 회사를 일궈낸 저력이 있고, 한화에는 수많은 M&A를 통해 역량 있는 기업과의 시너지로 핵심사업을 이끌어낸 성장 스토리가 있다”며 “한화오션의 장점인 기술 중심의 우수한 문화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기술 기업,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잇는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권혁웅 대표이사는 이미 거제시청을 방문해, 박종우 거제시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혁웅 대표이사가 24만 거제시민의 대표인 박종우 거제시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인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인수 컨벤션 효과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주가 주춤하고 있다. 올해 68억8000만달러의 수주 목표액 중 수주는 10억6000만 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목표 대비 15.2%에 불과하다.

수주가 주춤하는 것은 인수 과정을 지켜보자는 선주사들의 관망세, 저가 수주 지양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인수 확정 후 수주 잭팟을 터트리자는 ‘숨겨놓은 수주 물량’도 있을 것이다.

옥포국가산업지가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범(出帆)’하는 것을 축하한다. 거제시청 건물에도 “한화오션 출범 거제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힘찬 첫걸음을 축하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 거제시청에 걸린 현수막
▲ 거제시청에 걸린 현수막

거제시는 인근 김해시‧양산시와는 다른 도시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김해시는 약 7,500개의 지역 기업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거제시는 죽도국가산업단지 삼성중공업과 옥포국가산업단지 ‘한화오션’ 두 조선소가 지역 경제 버팀목이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대기업에 거제 경제를 내맡기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금까지 거제시민과 동고동락했다. 기업의 1차적 책임인 생산‧고용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지역 경제활성화와 상생발전‧인재육성 등에 발벗고 나섰다. 거제사랑상품권 대량 구매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세계 조선소 ‘빅3’ 중 2‧3위가 거제에 있는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대형 선박이 접안하기 좋은 연안의 깊은 수심, 우리나라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대형선박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좋은 지정학적 위치, 창원‧부산‧김해‧양산 등 다수의 조선산업 협력업체 생태계 구축, 우수한 인재 등이 작용했을 것이다.

거제시민이자 근로자들의 근면과 성실, 단결력 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방산 기술 유출에서 보듯, 대우조선해양이 동종 업계인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갔을 경우를 상상해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금쯤 반토막 났을 것이다.

거제시민과 근로자들이 대우조선해양을 굳건히 지켜왔기에 한화의 바람대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됐다.

한화가 2008년 인수를 추진했을 때 인수가액이 6조원이었다. 이번에는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 지분 49.3%를 인수했다. 누가 봐도 ‘헐값 인수’다. 정권교체 후 절묘한(?) 인수 타이밍도 있었지만, 큰 특혜를 본 것은 사실이다.

한화오션에 남은 숙제는 거제시민과 ‘화학적 결합’이다. 옥포국가산업단지를 품에 안은 ‘한화오션’은 거제시민과 거제시 발전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