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거제시가 발주하는 각종 관급공사 '부실시공'으로 전국 언론 연일 '톱뉴스'
건설전문가 박종우 거제시장 '100년 거제 건설·건축' 불변 메뉴얼 마련해야

16억 혈세 들인 거제 ‘거북선’ 해체 작업이 연일 전국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옥포해전 등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수많은 승첩(勝捷)지인 거제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431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가슴 아프다.  

2010년 2월 경남도‧거제시는 금강중공업에 거북선 제작을 발주했다. 국산 소나무만을 사용토록 했다. 하지만 값싼 수입 소나무를 사용해 거북선을 건조했다. 바다에 띄우니 복원력 등에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바다에 있어야 할 거북선이 육지로 갔다. 부실' 거북선 건조였다. 

이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국산 소나무로 국립산림과학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해 받은 ‘임업시험성적서’ 등 가짜 증빙서류를 발주처에 제출했다. 감리사와 공모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강중공업은 10억원을 편취했다.

지난달에는 일운면 회진 저류조 부실공사가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회진 저류조는 토지보상비 60억원, 공사비 122억원, 설계비 6억4,000만원, 감리비 10억원 등 204억원이 들어갔다.

회진 저류조는 집중 호우와 만조가 겹칠 경우 일운면 지세포 회진마을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상부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이다. 우수저류시설은 약 2만5,000톤 용량이며, 폭 54m, 길이 102m, 높이 6.6m 사각형 콘크리트 박스 구조물이다.

거제시는 2021년 8월 3일 부분 준공, 8월 30일 콘크리트 구조물 준공을 해줬다. 2021년 9월 6일 ‘힌남노’ 태풍이 내습했다. 집중 호우 후 저류조 벽면 밖 지하수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저류조가 균열, 파손, 누수 현상 등이 나타났다.

설계사‧시공사‧감리사는 부실시공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소송을 통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전면 재시공을 할 경우, 150억원의 예산이 또 들어가야 한다.

2019년 10월 24일 착공식을 갖고, 지난해 4월 14일 준공식을 가진 일운체육공원은 올해 5월 1일에야 ‘준공’을 받았다.

일운체육공원은 일운면 지세포리 477-1번지 약 3만㎡ 부지에 12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축구장 1면, 테니스장 3면, 풋살경기장 등 시설이 갖춰져 있다. 부지매입은 U2 기지 건설 ‘지역상생협력금’ 26억원을 포함해, 34억원이 들어갔다.

체육관 등 운동시설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 의무 시설’이다. 실시설계 때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심사 기준에 적합한 지 ‘예비인증’을 받고 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해, 뒤늦게 반영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또 부실시공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인조 잔디가 깔린 운동장 바닥은 진흙을 밟는 것처럼 물렁물렁거렸다. 인조 잔디를 걷어내, 바닥 기반 공사를 새로 했다. 운동장 바닥은 울퉁불퉁 요철 현상이 심하다. 운동장에 비가 잘 빠지지 않아, 보강공사를 다시 했다.

5월 1일 준공했음에도, 일운 면민의 날 때 트럭이 인조잔디장을 드나들어 곳곳에 파여 있다.

권민호 전 전 시장 때 시작됐고, 변광용 전 시장 때 새로운 사업자와 계약, 박종우 현 시장이 이어받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행정타운 조성 사업도 ‘부실 지질조사’가 단초였다. 행정타운 조성 부지에 있는 돌을 캐, 돌을 판 돈으로 행정타운 부지를 조성할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돌이 얼마나 있는 지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다.

행정타운 조성 부지는 전체 면적이 9만6,994㎡로 큰 규모임에도, 거제시는 980만원의 적은 예산으로 임도변 3곳만 ‘보오링’ 지질조사를 했고, 산마루 정상 부위 1곳만 ‘탄성파’ 조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면적 분포를 고려할 때 30곳 이상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지질 조사를 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음에도 형식적 지질조사만 해 문제를 키웠다. 권민호 전임 시장 시절 때 이러한 잘못이 있었으면, 변광용 시장 시절 새 사업자와 계약을 할 때는 지질조사를 정확히 했어야 했다. 다시 지질조사도 안하고 새 사업자와 계약을 했다.

새 사업자는 원 사업자에게 지금까지 진행된 공사비 명목으로 31억7,000만원을 줬다. 거제시가 중재를 섰다. 31억7,000만원은 “타절 준공 기성금으로 지급됐다”고 박종우 거제시장이 거제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밝혔다.

건설분야에서는 공사가 끝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중간에 중단되는 경우를 ‘타절(打切)’이라 한다. 시공사 귀책사유인 경우는 행정절차상 ‘타절선고’, 발주처 사정에 의해 공사 중단인 경우는 ‘타절 준공’이라 한다.

행정타운 최초 사업자에게 ‘타절 준공 기성금’ 명목으로 돈을 줬다는 것은 발주처인 거제시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최초 사업자가 거제시에 내기로 한 100억원을 내지 않아, 39억3,000만원을 몰취해놓았다. 그런데 거제시가 소송에서 져 39억3,000만원을 되돌려줬다. 부실한 지질조사 등 거제시 책임도 있었기 때문이다.

109억원의 예산으로 2021년 9월 2일 착공해, 올해 2월 13일 준공한 아주동 ‘거제시 가정행복지원센터’도 부실 공사로 여론도마에 올랐다.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4,802㎡ 큰 건물이다.

지하 1층 바닥, 3층 천장에 누수가 생기고, 시멘트 악취 등 하자가 생겼다. 층간소음이 심하고 외벽크렉이 가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거제시는 능포동 480-43번지에 9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상 2층, 연면적 368㎡인 ‘나잠(해녀) 어업인 쉼터’를 올해 3월 준공했다. 전임 시장 시절 설계를 끝내고, 지난해 9월 착공해 준공했다. 7월 11일 열린 거제시의회 경제관광위원회 거제시 수산과 업무보고가 있었다. “준공된 건물 지붕에서 누수(漏水) 현상이 일부 발생하고 있다”고 수산과 관계자가 밝혔다.

거제시에서 부실공사가 곳곳에서 드러나자, 거제시 부실공사 방지 조례에 ‘예비준공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례에는 ‘시장은 공사비 3억 원 이상 또는 공사기간이 6개월 이상이 걸리는 주요공사에 대해서는 공사 준공 1개월 전·후로 하여 준공기한 내에 준공가능 여부, 설계도서와 시방서대로의 시공여부 확인, 미진사항의 사전 보완을 위하여 예비준공검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밝혀져 있다.

예비준공검사를 철저히 한다고 부실 공사가 근절될까.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

통상 공공 공사에는 관급자재가 들어간다. 전임 시장 시절을 비롯해, 역대 시장 시절에는 ‘관급자재로 장난을 많이 친다’는 말이 시청 주위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도서와 시방서에 A회사 제품 관급자재을 쓰게 한다. 관급 자재 납품 대가로 ‘뒷돈’이 은밀하게 오고 간다”고 했다.

2019년 5월 23일 거제시에서 경남생활체육대회가 열렸다. 거제시 종합운동장 트랙 우레탄을 교체했다. 관급자재가 16억원 들어갔다. 이 중 10%인 1억6천만원의 사용처가 묘연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또 시의원 등 정치인들을 비롯해, 지역 연고가 깊은 인사들이 수의계약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특히 거제시의원들은 ‘이 공사 어느 업체, 누구 줘라’고 면‧동장이나 공무원에게 다반사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직접 건설업을 하고 있는 한 시민은 "건설업 면허도 없으면서, 지역 연고 하나로 면·동에 다니면서 수의계약을 수주해, 일정한 수수료를 떼고 건설 업체에 넘기는 전문 브로커도 있다"고 했다. 

고질적인 원청 하청 수수료 관행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공 능력은 없지만, 건설 업체 면허만 있으면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 하청 업체에 공사를 줘야 한다. 공사 수주한 대가로 수수료를 떼고, 하청업체에 공사를 넘긴다. 건설업계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는 “수수료는 20%라는 것이 지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했다.

관급자재 뒷돈 챙기기, 정치인·지역토호세력 공사 수주 압력 행사, 원청‧하청 수수료 관행 등이 부실공사의 ‘깊은 뿌리’다. 이러한 뿌리깊은 관행을 도려내고, 근절시키지 않는 한 부실공사가 없어질 리 만무하다. 

결국 온전히 건설‧건축되어야 할 각종 공사가 ‘차 떼고, 포 떼다' 보면 '누더기 공사'가 된다. 거제시가 발주한 각종 공사 현장을 보면, 육안으로 봐도 현격한 품질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명진터널
▲ 명진터널

거제시에서 공사가 진행중이거나 시행될 공사는 66억원 장승포동 다어울림 행복 문화센터, 73억 거제문화예술회관 대‧소극장 무대설비시설 전면 교체 공사, 117억 거제문화예술회관 호텔 리모델링 거제시 문화예술지원센터 건립, 174억 고현동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 115억 파크골프장 조성, 100억 도립미술관 거제 분관, 96억 거제시립박물관, 80억 사업용 차량 공영주차장, 70억 어린이교통공원, 238억 고현동 복합커뮤니티 센터 건립이 있다.

또 215억 과학영농조합 시설 타운, 94억 종합사회복지관 이전 공사, 85억 거제시립 장승포 도서관, 고현동 도시재생 앵커건물 리모델링 등 부지기수로 많다.

박종우 시장은 건설회사를 오래 했기 때문에 토목‧건축 등 건설의 전 공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 건물 외관만 봐도 ‘이 건물은 좋은 자재로 잘 지었다. 값싼 자재로 부실하게 지었다’고 판별해 낼 수 있다.

‘누더기 부실공사 거제시’ 오명(汚名)을 벗고 ‘깔금하고 반듯한’ 거제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건설 전문가인 박종우 시장의 역할‧책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어떤 시장이 취임해도 변하지 않는 100년 거제시 건설 매뉴얼을 반드시 만들어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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