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용 거제경실련 사무국장

라. 고용창출의 구상들

▲ 김범용 거제경실련 사무국장
고착화 된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기업들에게만 고용을 책임지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고용의 사회적 문제는 국가경제의 문제이지 기업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고용노동부나 기획재정부에서 뭐 특별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도 없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하는 희망근로나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그냥 일부 모사꾼들의 자기잇속 차리기로 끝나거나 그냥 내버리는 돈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고용 없는 성장은 국가(국민)가 없는 발전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근본적인 고용문제와 관련해서 여러 세미나에서 거론된 중요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정권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1) 수출 대기업위주의 성장패턴을 포기해야 합니다.
현재의 고용문제는 더 이상 고용노동부의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은 이미 자본집약적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고용의 여력이 고갈된 상태입니다. 수출에서 내수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제조업에서 고용 흡수력이 큰 서비스업으로 산업정책 전반의 성장패턴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세제, 환율정책 등도 고용창출의 관점에서 운용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수출을 더 많이 하도록 세제를 지원하고 그에 따른 환율정책을 구사해왔다면, 앞으로는 일자리를 더 많이 늘리는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를 위해 정부차원의 국가적 판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3) 대형 국책사업에는 고용영향평가가 정착돼야 합니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이미 노무현 정부 때 마련됐지만, 시행령이 없는 상태입니다. 주요 산업정책을 마련할 때 사전에 고용효과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합니다.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도 고용효과를 평가한 뒤, 고용효과가 높은 곳에 우선 지원되어야 합니다.

특히 중앙정부의 재정정책은 반드시 구체적인 고용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준수해야 합니다. 이는 공항극복을 위해 실시된 루즈벨트대통령의 뉴딜정책의 핵심이 Work Projects Administration(WPA)를 통한 고용의 창출이었다는 것에 비해서, 고용문제는 거론되지 않고 건설업체 살리기에 주력하는 현재의 4대강 사업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4) 거제시에 요구합니다.
- 고용노동부와 협력하여 지역주민들에게 교육비뿐만 아니라 교육기간 중 생활비도 지원해 주는 기능교육이 필요합니다. 많은 실업자 가구가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해서 기능교육을 충실히 받을 수 없습니다.

-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을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수용, 활용하도록 거제시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 거제시 주도의 ‘지역취업박람회’ (Municipal Job Fair)도 필요합니다.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기업과 지역근로자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 지역 노사평화선언도 필요합니다. 지역 노동조합은 실업해소를 위해 일자리도 나누고, 노사안정에 협력해야 합니다.

마. 제3의 산업혁명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아직 부족합니다. 결국은 정부의 산업정책의 변화와 새로운 고용창출형 성장동력의 발굴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경제적 변혁만이 실질적인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말 삼성전자의 키워드는 당시로선 생소한 단어인 IT Convergence 였습니다. 첨단 기기의 융합, 통합이라는 생소하던 그 말은 이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구체적인 주류 제품으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첨단기술이나 제품의 개념이 실제 구현되고 대중화 되기까지에는 약 10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제 세계는 제3의 산업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3의 산업 혁명이란 「미테랑」프랑스 대통령이 베르사유 궁에서 열렸던 서방 경제정상회담에서 세계경제가 실업과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제3의 산업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역설한 데서 출발했습니다.

제3의 산업혁명은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주장하듯이 새로운 과학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기술로 얼마든지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 매력이 있습니다.

에너지의 중앙집중에서 지방분권화(스마트그리드 發電), 재생가능한 에너지, 화석연료에서의 탈출 등이 그것입니다. 단지 필요한 것은 제3의 산업혁명을 시작하고자 하는 정치지도자들의 의지일 뿐입니다. 풍력, 조력, 태양광 발전 그리고 수소에너지 및 전기자동차 등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모든 Co2(이산화탄소) 저감산업이 제3의 산업혁명의 아이템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조선산업에 밀린 유럽의 중소 조선산업 단지 중 많은 곳이 이미 풍력발전이나 조력발전용 플랜트 제조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거제의 조선산업에 주는 시사점이 있습니다.

세계 에너지 체계의 변화와 기후변화 그리고 북극항로시대의 개막으로 거제의 조선산업은 20~30년간은 더 번영을 구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제의 조선산업은 이러한 분야에 선제적 투자를 늘리고, 인력을 고용하고 교육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거제의 조선산업과 미래세대가 함께 공존하는 길입니다.

희망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젊은 세대에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나 국가는 소멸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능력과 비전이 있는 정치지도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주) 본 기고 내용은 거제경실련의 공식의견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기고하는 것입니다. 내용에 대한 토론이나 잘못된 부분의 지적에 대한 수정용의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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