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창 경남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8월 19일 토요일, 거제시 공공청사에 있는 거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실에 열두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슬기로운 거제 탐구 생활’ 참가하기 위해서다. 원래 거제 탐구 생활은 도시를 걸으며 도로와 건물 등의 공공 시설물들을 살펴보면서, 도시계획을 개선할 방법을 함께 찾아보는 모임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날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이날은 도시계획에 대해 참가자들이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모임으로 대신했다.

참가하신 분들이 평소 고민도 많이 하시고, 아시는 것도 많아서 저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그래서 거기서 배운 것들을 독자님들과도 공유하려고 이 글을 쓴다.

이 모임을 위해서 이남곡 씨가 제안한 연찬(硏鑽)이라는 대화 방법을 활용했다. 어떤 질문에 대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그 대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는 방식의 대화다.

그럼으로써 서로 옳고 그름을 따지며 논쟁하다가 마음이 상하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지식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참가한 분들이 워낙 경험도 많고 교양이 있으신 분들이라 제안에 호응해서 이야기를 편하게 잘 했다.

이 대화를 위해 몇 가지 질문들을 준비했다. (1) 도시 계획에선 무엇을 계획해야 할까요? (2) 내가 거제시장이라면, 우리 거제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3) 거제시 도시계획 중 잘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4) 거제시 도시계획 중 잘 안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5) 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도시계획을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다들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 법률상 도시계획을 결정하고 집행할 권한은 거의 오로지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계획을 잘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참가자들이 정말 좋은 말을 했지만, 지면의 한계상 다 옮기지 못해서 아쉽다. 그 중에 기억하는 것만 적어보겠다.

(1) 사람들이 인구 감소를 걱정하지만, 사실 도시계획은 인구 증가 계획이 아니라, 도시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거제시의 토지 여건상 적절한 인구는 몇 명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시설물들을 적절한 양으로 계획해야 한다. 그런데도, 거제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자체장들은 인구를 현실보다 훨씬 많이 계획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파트 등의 새로운 건축물을 새로 지으려고 한다. 하지만, 인구가 늘지 않는 상태에서 아파트를 새로 지으면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새 아파트를 짓는 것은 기존 도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2) 거제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도시에서 지구 단위 계획이 도시계획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계획에서 주택용지로 된 곳은 보통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건설업자들은 이익을 많이 만들기 위해, 도시계획상 농지나 임야 등으로 지정된 곳에 지구 단위 계획 초안을 만들어 지자체장에게 가져다 준다.

그러면 건설업자들은 훨씬 더 싼 가격에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짓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도시계획상 주택용지에는 아파트가 없고, 엉뚱한 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지구단위계획은 이런 폐해가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광역자치단체가 허가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10년 전쯤 기초 지자체가 지구단위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서 이와 같은 난개발이 심해졌다.

(3) 시민들은 이런 도시계획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불만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자신의 의사를 시정에 반영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의원들은 시민들이 그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주기를 바란다. 특히 개인적인 민원이 아니라 한 마을의 문제 등 공익적인 사안이 있는 경우, 대부분의 시의원들은 그런 문제를 시민의 뜻에 따라 해결하기를 바라고, 그걸 위해 도와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 도시계획을 제대로 만들고, 살기 좋은 거제시를 만들기 위해 시의원들을 적극 활용하자.

이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참 좋았다. 특히 전‧현직 시‧도의원도 있어서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까지 들려주었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도시계획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도시계획의 문제는 결국 시민들이 함게 대화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 참가자들 대부분이 동의했다. 그래서 이날의 대화가 참으로 유익했고 생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이런 이야기 모임에 참여하면 좋겠다. 모든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슬기로운 거제 탐구 생활은 앞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10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참가를 원하면 거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055-635-4421)로 문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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