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항공국가산단에서 우주항공청까지, 같이 출발한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좌초
부산, 공항배후도시 개발계획 수립 중…경남도, 거제 공항배후도시 밑그림도 못 그려

거제시를 중심으로 서쪽 진주‧사천시에는 ‘우주항공청’ 설립, 우주항공복합도시 건립, 동쪽 부산시는 ‘글로벌 허브 도시 실현’으로 도시 성장 정책 목표가 뚜렷하다.

이에 반해 거제시는 올해 시정 정책 목표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상 후보들이 ‘거제발전’을 중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일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사천시에 우주항공청 청사가 들어서고 우주항공복합도시가 건설되는 근저에는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가 큰 역할을 했다.

경남항공국가산단, 밀양나노융합국가산단,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이 최초로 거론된 것은 2013년 4월 4일 국토교통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2013년 국토교통부 국정과제 실천계획’을 보고할 때다. 국토부는 “미래 창조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산업 입지를 중점 지원하겠다”며 밀양(나노), 거제(해양플랜트), 사천(항공), 원주(의료) 등을 예시로 들었다.

경남항공국가산단은 2017년 4월 27일 국토부로부터 국가산단 지정 승인을 받았다.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는 사천지구‧진주지구로 나눠져 있다. 사천 항공국가산단은 전체 면적이 82만㎡다. 진주지구는 83만㎡다.

▲ 항공국가산단(왼쪽:사천지구, 오른쪽:진주지구)
▲ 항공국가산단(왼쪽:사천지구, 오른쪽:진주지구)

입주 기업은 항공 우주 산업 분야 외에도 전기장비 제조업,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조선기자재, 기계,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 업체가 입주했거나, 입주할 계획이다. 진주지구에는 서부경남공공병원 건립이 확정돼 있다.

2017년 4월 항공국가산단 지정 승인이 났을 때, 경남도는 “항공국가산단이 조성되면 항공산업 집적도가 더욱 높아져, 진주‧사천은 세계 항공 수요시장을 주도하는 항공산업 메카로 발전할 잠재력이 커진다”며 “동북아시아 항공산업의 생산허브가 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G7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고 했다.

진주‧사천시는 항공국가산단이 최초로 거론된, 2013년부터 약 10년 세월이 흐른 후 거짓말같이 ‘우주‧항공 산업 메카’가 됐다. 수조원의 경제적 부가가치와 수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일으키는 ‘블루오션’이 됐다.

사천‧진주시 항공국가산단과 함께 출발했던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은 거제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지 못하고 사곡만에 ‘좌초’됐다. 거제시는 국가산단이 좌초된 사곡 지역에 남부내륙철도 거제역(驛) 역세권 개발을 통해 갈음하겠다는 입장이다.

거제시 역세권 개발 면적은 약 43만평(139만㎡)이다. 주요 토지이용계획은 주거시설 용지 31만㎡, 산업시설용지 13만㎡, 도시지원시설용지 2만8천㎡, 관광시설용지 24만㎡, 공공시설용지 67만㎡ 등이다. 장차 거제역을 이용하는 하루 2~3천명 내외 승객으로 43만평의 역세권 개발이 필요한지 의구심이 든다. 대다수 시민들은 ‘거제 역세권 개발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반응이다.

부산광역시는 올해 2024년 시정 운영 방향 정책 목표가 ‘대한민국 중추도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실현’이다. 글로벌 허브 도시 출발점이 될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조율하고 있다.

부산시 시정 운영 방향 5대 과제 중 ‘글로벌 물류‧거점 도시, 글로벌 문화‧관광 도시’는 거제시와 직‧간접 관련을 갖는다.

“가덕신공항 건설과 배후 공항 복합도시 조성, 육해공 트라이포트 물류 플랫폼 치 미래 항만 인프라 구축, 연계 철도망 확충을 통해 글로벌 물류‧거점 도시로 도약하겠다. 세계적 수준의 문화‧공연시설 확충과 글로벌 관광콘텐츠 개발, 워케이션‧웰니스 관광 특화로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나가겠다.”

부산시는 지난 1월 11일 2029년 12월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는 즉시 활주로를 2본으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전략 선포식을 가졌다. 자료집에는 ‘공항구역 경제권’, ‘공항복합도시’, ‘(대한민국) 남부권 광역 공항 경제권 형성’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항의 핵심거점인 터미널 중심으로 차별화된 공항구역 경제권 조성할 계획이다. 여객터미널 인접지역 14만㎡에 해양문화·관광, 호텔·컨벤션·쇼핑 복합지구를 조성하고, 연안여객터미널 지역 7만㎡ 해양레저·관광 복합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공항복합도시는 눌차지구 약 140만평(460만㎡)에 인접지역 기능 연계 및 공항 지원수행을 위한 복합도시를 조성한다. 주거‧상업‧국제업무‧문화‧의료‧관광시설을 갖춘다. 두문지구 56만㎡는 공항‧항만‧철도 트라이포트(Tri-port) 기반의 해양수소 신산업 거점 조성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 환경에너지 융합 기업이 들어선다. 천성지구 약 47만평(154만㎡)에는 해양지역 관광 거점 조성하고, 관광문화행사 연계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리조트, 문화복합시설, 체육시설 등이 들어선다.

공항구역 경제권은 공항이 건설되면 자동적으로 들어서는 시설이다. 공항복합도시는 ‘로드맵’이 선명해야 한다.

부산광역시 신공항추진본부 신공항도시과 ‘가덕신공항 에어시티 개발 구상 및 사업타당성’ 담당 공무원은 15일 거제인터넷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공항복합도시 기본구상을 이미 끝내고, 토지이용계획 등이 담긴 개발계획을 수립‧준비하고 있다”며 “개발계획이 수립되면, 공항복합도시 예정지역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키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올해 내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할 계획이다”고 했다.

부산시 공무원은 “올해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 기본 및 실시설계와 함께 내년부터 투자유치에 적극 나설 것이다”고 했다.

▲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부산시는 가덕도를 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부산시는 가덕도를 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거제권역 공항배후도시는 아직 구상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12월 20일 도청에서 거제권역 공항배후도시 ‘트라이포트 배후도시 개발구상 수립용역’ 보고회를 가졌다. 하지만 용역 내용이 부실해, 올해 6월까지 용역기간을 연장했다.

지난해 보고된 거제권역 공항배후도시는 해양레저·관광휴양 비즈니스 도시에 방점을 뒀다. 거제 공항배후도시 섹터 면적은 약 735만㎡(약 222만평) 규모다. 거제 공항배후도시는 크게 거제관광‧휴양지구, 거제조선해양벨트, 거제비즈니스타운으로 나뉜다. 개발구상 밑그림 입지 시설은 대부분 부산광역시가 개발계획을 짜고 있는 가덕도 공항복합도시와 중첩된다.

경남도 용역은 ‘어디 지역 무슨 시설을 넣으면 좋을까’ 구상단계, 스케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실현 가능성은 차후의 문제다. 가덕도 신공항은 하나인데, 부산광역시, 경상남도가 따로 놀고 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부산광역시와 경남도가 가덕신공항을 놓고 공항복합도시의 여러 기능 중 어떤 기능은 어디에 배치하고, 어떤 기능은 어디에 배치하는 등 ‘협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올해 6월 이후에 거제권 공항배후도시 ‘밑그림’이 그려지면, 개발계획 수립, 경제자유구역 거제 확대 지정 절차 진행 등 절차가 만만찮다. 행정절차와 별개로 투자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

박종우 시장 취임 후 ‘사법리스크’ 해결한다고 2년을 허비했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벌써 임기 3년차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재판에서 설상 시장직을 유지하는 형량을 선고 받더라도 임기 2년이 지났다. 시장 임기가 4년이지만, 임기 4년 차에 접어들면 다음 시장 선거 분위기로 접어든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3년 밖에 안된다. 그런데 2년을 큰 성과없이 흘려보냈다. 일할 수 있는 임기는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박종우 시장 취임 후 한 것이 뭐 있느냐”는 것이 시민의 정서다.

거제시가 1월 8일 발표한 ‘2024년 거제시 시정 운영 방향’은 기대치 이하다. 핵심 과제가 100년 거제디자인, 내부청렴도 향상, 공공용지 확보다. 이 외에도 100명의 시민숙의단과 함께 본격적인 정책 발굴, 기업혁신파크, 기회발전특구, 경제자유구역 확대 지정 추진,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 경감, 출산장려금 지급, 지심도 산마루문화놀이터 명소화 등 남해안권 해양레저 관광벨트 기반 조성 등이다. 중량감이 많이 떨어진다. 거제 미래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시정 목표, 핵심 전략, 과제 등이 체계화되지 못했다.

거제시장을 한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는 ‘오직 민생, 거제발전’을 구호로 내세우며 예비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아침마다 시내 곳곳에 피켓을 들고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원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보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김건희 특검’이다.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김건희 특검이 거제 발전과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올해 1월 4일 발표한 거제시의원들의 청렴도는 경남 8개 시부에서 하위권이다. 또 거제시 공무원, 의회 근무 공무원, 개발공사 등 산하 기관 임직원들이 평가하는 ‘부패경험률’은 경남 8개 시부 중에서 ‘꼴지’다. 거제시의회가 가장 부패했다는 말이다. 우리들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지 모르나, 임기 2년이 다돼 가는 9대 시의회가 한 일로 기억에 남는 것은 허구헌날 기자회견이다. ‘정치쇼’ 한다고 2년을 허비했다.

남부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는 낙동강유역환경쳥 협의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는 실시계획 승인 단계에 진입했다. 그런데 아직도 아침마다 거제시청 정문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은진‧최양희 시의원 등이 남부관광단지 반대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노자산을 수백년 지켜오고, 앞으로 지킬 사람은 남부면민이다. 노자산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심고 가꿔보지 않은 시의원들이 남부관광단지 반대를 외치고 있다”고 시민들이 지적했다.

부산에 살고 있는 한 향인은 최근, “전국 지자체가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거제시에 투자를 하겠다고 해도 허구헌날 반대만 하고 있으니, 누가 거제시에 투자하겠느냐”고 했다.

조선 산업 경기는 ‘부침(浮沈)’이 심하다. 거제시민들이 수십년 동안 경험했다. 조선산업이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2010년 활황기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시내 곳곳에는 한 집 걸려 빈 점포이거나 ‘임대’가 붙어 있다. 조선산업은 ‘생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예전처럼, 조선산업이 거제발전‧인구증가 등을 견인·추동하지 못하고 있다.

‘거제시 미래 성장 엔진’을 새롭게 준비하지 않고, 이대로 가다가는 10년 내 경남 8개 시(市)부 지자체 중 가장 발전이 더디고, 퇴보하는 도시로 몰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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