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수본에 고발장…방사청 '현대중 입찰 참가자격 유지' 따른 후속조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입찰을 앞두고 국내 특수선 시장 '양강'인 HD현대와 한화오션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4일 KDDX와 관련된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HD현대중공업의 대표와 임원이 군사기밀을 수집·누설하는 데 관여했는지 다시 수사해달라는 것이다.

이번 고발은 방위사업청이 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는 행정지도를 의결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가능 여부를 논의한 결과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참가를 제한하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이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의 조직적인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대표와 임원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를 면제했다"며 "한화오션은 중대하고 명백한 범죄행위가 HD현대중공업의 '꼬리 자르기'식 은폐에 가려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소한도의 법 테두리 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토양이 회복되기를 바라며 방위산업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HD현대중공업의 대표와 임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이 속한 HD현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갈등은 국내 특수선 시장에서 수십년간 형성됐던 경쟁 구도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178척) 건조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주인 없는 회사'라는 경영상 이유로 적극적인 수주에 나서지 못했다.

그런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보유한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세계 1위 조선업체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군함과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비등한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지난 7월 두 회사가 경합한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경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오션(91.8855점)과 HD현대중공업(91.7433점)의 점수 차는 0.1422점에 불과했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 등에서 앞섰으나, 군사기밀 유출에 따른 보안 감점(1.8점)을 받았다.

잠수함 분야에서는 한화오션이 장보고-Ⅰ·Ⅱ·Ⅲ를 모두 수주하는 등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아울러 한화오션은 현재 운용 중인 해군 구축함 사업의 모든 라인업(KDX-I,II,III)에서 건조 실적을 가진 유일한 업체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전신 대우조선해양이 방위산업에 주력하는 한화그룹으로 인수되면서 한화오션이 특수선 전문조선사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다만 한화의 특수선 사업부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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