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철근(일운면 주민자치회장)

▲ 여철근 일운면 주민자치회장
▲ 여철근 일운면 주민자치회장

수선화는 겨울 추위 속에서 힘을 길러 새 봄이 되면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와 싹을 틔운다. 땅속에서 추운 겨울을 견뎌 낸 수선화이기에 더 아름답고 그 자태가 더 당당한지도 모른다.

고(故) 강명식 어르신도 이런 역경을 이겨내어 아름다움과 당당함을 지닌 수선화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래서 공곶이에서 반 평생을 사랑하는 반려자과 함께 수선화를 가꾸어 왔을 것이다.

어르신이 병석에 눕고 지난해 타계하시면서 공곶이 수선화도 사라졌다. 인생의 유한함을 알려 주듯 지난 50년간 공곶이에서 수선화를 가꾼 사람도, 아름답고 당당함을 지닌 수선화도 함께 사라졌다.

지난 3년간 공곶이 수선화를 볼 수 없게 되자 많은 시민과 관광객의 불만이 쏟아졌다. 거제 9경 중 하나가 사라질 상황이었다. 이런 여론을 받아들인 거제시가 공곶이를 직접 가꾸어 올해 아름답고 당당한 수선화가 피어나게 되었다. 거제시의 결단과 노고에 감사드린다.

지난해 거제시가 공곶이에 수선화 구근 7만 본을 심자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높아졌고 수선화 축제를 열게 되었다. 처음 하는 공곶이 수선화 축제 행사라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이틀간 3만명 넘게 몰려온 관광객의 니즈를 맞추기엔 역부족 이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축제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교통 정체, 주차장, 셔틀버스 부족 등의 문제를 참아준 관광객, 손님을 내려주고 쉬어야 할 시간에 길게 늘어선 버스 대기자 두고 볼 수 없어 봉사하신 대전에서 오신 관광버스 기사님, 주말에 요청을 선듯 받아 준 지역 관광버스 관계자, 몰려든 관광객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었을 지역주민, 일운면 자원봉사자, 거제시 및 거제경찰서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

벌써부터 내년 공곶이 수선화 축제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몰려온다. 올해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여 더 나은 축제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축제 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곶이 수선화에 반 평생을 바친 고(故) 강명식 어르신의 뜻을 이어 받아 공곶이 수선화를 잘 가꾸고 지켜내는 것이다. 내년 축제를 위해 다시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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