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주 변호사…"어쩌면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아 씁쓸하다"

▲김한주 변호사
우리 아이들의 밥 한 그릇을 볼모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민들을 향해 던진 정치적 도박은 25.7%라는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오 시장은 자신이 공언했듯이 당장 사퇴해야 하고,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시민을 상대로 협박에 가까운 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사죄함이 마땅하다.

오 시장이 벌인 난장판(!)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는 ‘애들 밥그릇 가지고 반대까지 해야 하는지...’와 같은 시민들의 보편적인 정서도 있었겠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복지논쟁에 대한 예비심판을 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는 크다.

오 시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그리고 일부 보수기득권층에서는 예산부족과 세금증가를 빌미로 무상급식에 대하여 알레르기반응을 보여 왔다. 어쩌면 그 이유는 핑계일지 모른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소위 선심성 예산으로 낭비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곳에 사용하거나, 자신의 치적을 위해 일회적 전시성 행사에 사용해 온 것을 감안하면 핑계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이들은 정서적으로 ‘무상(無償)’이라는 표현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반드시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보편적 복지’라는 약간 고상한(?) 표현을 사용하면 좀 덜 할지 모르겠다.

차별 없는 ‘보편적 복지정책’은 북유럽을 비롯한 선진 국가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부자들이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내겠다는 나라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어르신(노인), 장애인, 육아와 교육에 관한 복지를 두고 소득으로 차별하는 것은 ‘선진국대열에 합류했다’고 침이 마르도록(!) 자랑해 온 대한민국이 할 정책치곤 너무 낡은 것이다.

시민들의 이번 투표거부는 그 낡은 정책과 그것을 추종하는 세력에 대한 준엄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래도 정책을 놓고 심판을 받은 오 시장의 용기(?)로 추상적으로만 들렸던 복지논쟁에 불을 붙였다는 점에서는 국민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너무 많은 출혈이 있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오 시장 개인의 변신과 그와 비슷한 행보를 하고 있는 일부 보수인사들의 변신(또는 변절)도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오 시장은 TV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또한, 필자가 현재 몸담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회원이자 환경위원으로 활동했다. 아마도 당시에는 환경운동이나 환경법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많은 독자들께서도 아시다시피 민변은 오랫동안 우리사회의 소수자를 위한 변론,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악법폐지와 개정운동, 노동자과 서민을 위한 입법제안 등 활동을 하고 있는 소위 법조계의 ‘재야단체’다.

오 시장은 1993년에 단체에 가입했으나, 곧 탈퇴했고,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서울시장의 벼슬에 오르면서는 4대강 사업이나 청계천공사, 경인운화 등 환경 파괴적 토목공사를 강행하거나 적극 찬동하는 쪽으로 변신했다.

그와 비슷한 길을 걷는 경우는 많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재오 특임장관은 과거 노동운동과 민주노동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민중당 창당의 주역이자 그 활동이 어느 노동운동가 못지않았던 인물들이다. 이들이 현재 보수세력의 거두(巨頭)가 되어 정반대의 행위를 거침없이 하는 것을 보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대학후배인 최아무개의 경우도 그렇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매진하면서 총학생회장까지 했다. 사상적으로는 소위 ‘주체사상’에 심취해 있었다. 그 후 그는 정반대 편에 있는 소위 ‘뉴라이트단체’를 이끌며 보수우익의 선봉이 되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는지 현재는 MBC의 이사로 있으면서 MBC를 관제화 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젊은 시절 그렇게 부르짖던 ‘언론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을 억압하는 선봉에 있는 것이다.그 변신의 정도로 보면 과거 친일파에서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된 사람들도 비켜서야 할 정도다.

오 시장이나 김문수, 이재오, 그리고 뉴라이트 단체의 최아무개 후배를 보면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생각나 씁쓸하다.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변신과 변절의 ‘줄타기곡예’를 하며 국민의 눈을 속여 온 사람들의 결말이 어떤지에 대하여도 오 시장은 교훈을 준 것 같다. 오세훈이 우리에게 준 교훈에 대하여 어쩌면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아 씁쓸하다.<외부 필진의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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