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조직 되지 않기를…거제마스트플랜 작성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거제시는 무슨 도시를 지향하는 것 같습니까? 시민에게 물어보면 ‘조선해양관광도시’를 가장 많이 떠올린다.

2008년 거제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현재 시민이 느끼고 있는 거제의 도시 이미지는 76.6%가 ‘조선산업도시’를 답했다.

그 다음으로 10.3%가 ‘문화관광도시’, 도농어촌 혼합도시 8.0% 순으로 답을 했다. 이밖에 환경도시, 역사도시, 주거도시, 복지도시, 교육도시는 1% 미만의 답변을 보이고 있다.

같은 시민 1천 명에게 그렇다면 향후 거제시 이미지는 어떠한 쪽으로 변화됐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43.2%가 ‘문화관광도시’를 답했다. 조선산업도시 30.0% 보다 높게 나왔다. 이밖에 복지도시 7%, 환경도시 5.8%, 도농어촌혼합도시 5.4%, 교육도시 5.4% 순으로 나왔다.

거제시는 한국분석연구원에 의뢰해 '거제 비전 2020‘이라는 주제로 ’거제시 장기발전종합계획‘을 2009년 3년 수립했다.

여기서 거제시 비전으로는 ’행복도시 거제‘, ’초광역권화로 종합도시로서의 아름다운 거제‘, ’세계조선산업의 중추 및 해양관공도시 거제‘를 내걸었다.

‘행복도시 거제’는 매우 추상적이고 뜬 구름 잡는 식이다. 2020년까지 종합발전계획에 행복도시 거제를 달성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행복도시 거제의 미래상은 어떤 모습이며, 얼마의 예산으로 어떠한 실행계획을 세워 달성하겠다는 전략, 전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장기종합발전계획서에는 도시, 교통, 환경, 문화, 체육, 산업, 관광, 교육, 농어촌, 행정 등 부문별 발전계획만 잡혀있다. 부문별 발전계획도 황당무계하다. 한 예로 ‘편리한 교통물류망의 확충’ 계획 중에 대중교통체계 구상의 세부사업계획에 ‘디멘드 버스 제도 도입’, ‘바이모탈 트램’, ‘노면전차’ 도입으로 대중교통의 항시성과 정시성 확보하겠다고 하지만 생소하고 현실성이 부족하다. 또 교통약자를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 도입을 통하여 거제시를 유니버셜 시범도시로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행규 시의원은 “100년, 200년 내다보고 거제시는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밑그림 즉 거제마스트플랜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며 “법적 구속력을 갖는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에 근거해 세부적인 실행 세부지침서, 행정 지침서가 담긴 마스트플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도식 영국도시연구소 어번플라즈마(UrbanPlasma) 소장은 ‘런던플랜의 수립과정과 정책적 시사점’ 리포트에서 대런던위원회(GLA)가 4년에 걸친 연구 끝에 내놓은 2016년 목표로 내놓은 ‘런던플랜’이 던져주는 시사점을 기술하고 있다.

양 박사는 “4년에 걸친 연구와 컨설팅, 재검토의 준비과정은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회를 주는 과정이었다”며 “런던 플랜을 만드는 과정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비즈니스 관련자, 커뮤니티, 여러 이해 단체들간의 참여와 컨설팅을 이끌어낸 점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터전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덧붙여 “복잡한 도시 계획 정책의 실현과정에서 참여는 많은 시간과 재원을 사용해야 하지만, 참여를 통한 또 다른 차원의 민주주의 실현과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투명한 공공성을 확보한 것이 돋보인다”고 했다.

양 박사는 “런던 플랜은 이상적 목표의 제시가 아니라 증거중심적인 정책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런던플랜을 보조하는 전략문서, 부가계획지침서, 베스트실행지침서 등의 부가적인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고 했다.

런던 플랜은 지속가능한 런던을 만들기 위한 정책의 일관성, 토지 자본을 최대한 활용하고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계획이다고 했다.

런던플랜은 “관리 차원의 도시계획을 강조하고 있는 좋은 예다”며 “연차별 실행 계획에 대한 많은 지면 할애, 정책과 목표들이 매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연차모니터링보고서 작성, 계획이 실현되는 과정의 관리와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재반영하는 점이 돋보인다”고 했다.

거제시는 26일 오전 제5기 거제발전기획위원회 제16차 정기회를 개최한다. 전임 시장 시절에도 거제발전기획위원회가 있었다. 거제발전기획위원회가 있기는 있었지만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내가 거제발전기획위원회 위원이었다'는 '자기 만족' 외는 별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전임 시장 시절에 존속했던 제4기 거제발전기획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5월 거제시의회서 위원회 조례 개정을 통해 자동적으로 해촉을 당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취지와 맥을 같이 한다. 한마디로 시장도 바뀌었으니 전임 위원들은 모두 물러나고 새롭게 위원을 위촉하겠다는 것이다.

앞선 조례와 차이나는 점은 약간의 인원 증원을 통해 위원을 30명으로 한정했으며, 자치ㆍ기획분과, 도시ㆍ교통ㆍ경제분과, 교육ㆍ문화ㆍ관광분과, 환경ㆍ복지분과 등 분과위원회를 둔 점이 다르다.

▲ 제5기 거제발전기획위원회 위원 명단
위원들의 면면은 굵직굵직한 이력을 갖고 있다. 거제시 담당공무원은 “각 분야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했기 때문에 위원회가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수행할 거제발전기획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거제시가 밝힌 거제발전기획위원회의 기능은 '거제발전 종합계획 수립, 시정 중요 정책 개발 등 자문 및 참여'라고 밝히고 있다.

거제발전기획위원회가 ‘거제마스트플랜’격인 거제발전 종합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수 억원의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거제시 기획담당부서 공무원은 “2009년에 만들어진 거제발전 종합계획이 있기 때문에 주로 시정 전반이나 중요 정책에 대한 자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다. 거제시는 이미 위원회의 활동 범위를 한정해 놓고 있는 느낌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2009년에 만든 거제발전종합계획은 세부실행지침서 등이 없는 나열식 책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내용도 전체적으로 부실하다. 차제에 100년, 200년을 내다보는 거제마스트 플랜 작성 예산을 편성해 제5기 거제발전기획위원회가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기록을 남겨놓으면, 위원들의 이름은 영원히 거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생색내기용 회의와 각종 이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옥상옥’(?) 위원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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