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진성진 변호사

▲ 진성진 변호사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하여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가 이미 구속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를 위한 후보사퇴 댓가로 금 2억원을 준 혐의(공직선거법상 후보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이다.

그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통하여 구속여부가 결정될 터이며 최종적인 판단은 사법부의 소관이다. 만약 그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선거법위반사범에 대한 그간의 사법부의 엄격한 잣대에 비추어 그에게는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을 넘어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선고가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서울시민은 수십억원의 혈세를 들여 교육감 재선거를 치루는 번거러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선출직 공무원들의 잘못으로 이미 유사한 사태를 익히 경험한 우리 거제시민들에게 곽노현 사태는 전혀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하다.

첫째, 선출직 공직의 막강한 영향력이다. 곽노현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수도 서울의 진보진영 교육감이다.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무상급식의제가 이를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입장과 맞부딪혀 급기야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이라는 무상시리즈 복지논쟁」으로 번졌고,

결국 이에 대한 서울시 주민투표와 오시장의 사퇴로 이어졌으며, 이는 이미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곽교육감 사건은 한명의 선출직 공직자의 성향이 국민전체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성경을 읽기위하여 촛불을 훔쳐서는 안 된다. 본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같은 성향의 후보를 사퇴시키는 댓가로 돈을 주는 행위는 공천이 득표력에 도움이 되는 텃밭에서 돈을 주고 공천을 받는 행위와 같은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원죄(原罪)이다.

곽노현은 선거유세 때 '나는 법과 원칙에 충실한 법치주의 전사이며 부패를 꽉 잡는 진보단일후보이다. 서울 교육행정이 너무 썩은 것은 밀실행정 때문이고 나는 그곳에 햇볕을 비추겠다'고 했다. 후보매수라는 불법적 수단으로 서울교육감이라는 자리에 오른 사실이 검찰수사를 통하여 밝혀진 마당에 그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교육비리청산의 목적달성도 무망하게 되었다.

셋째, 공직진입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다. 시작이 깨끗해야 과정도 결과도 깨끗할 수 있다.

곽노현의 무상급식공약이 전국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무상복지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는 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Grand Designer)을 한다. 그런데 곽노현 사건은 입후보자로서 국민의 직접 심판을 받는 본선(本選) 못지않게 후보단일화나 공직후보자추천(공천)을 통하여 경쟁력 있는 후보자가 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웅변한다.

세계최고의 IT선진국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세계최고의 조선공업도시 거제가 각 그 위상에 걸맞는 정치선진국과 선진정치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는 공직진입과정, 특히 공직후보자추천과정이 정교한 매뉴얼로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나아가 우리거제의 인재들이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고향 거제와 조국 대한민국을 위하여 정치에 뛰어들 수 있는 정치문화의 조성이 필요하다. 돈 공천파문과 그 여파로 인한 재선거 등으로 전국적인 망신을 당한 우리 거제시민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넷째, 준법의식은 공직자의 최소한의 자격요건이다. 법을 지키지 않고는 공직을 맡을 수도, 어렵게 맡은 공직을 유지할 수도 없다는 점을 곽교육감 사건은 보여준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사회질서유지를 위하여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법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나머지는 도덕의 영역으로 남겨둔다는 뜻이다.

일반국민에게도 준법의무가 있다. 이에 더하여 국회의원과 같은 사회지도층에게는 도덕적의무가 부과된다(노블레스 오블리주). 공직자에게 이러한 엄중한 요구를 하는 것은 그 막중한 영향력 때문이다. 따라서 부패전력자에게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규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다섯째, 타락한 사회지도층이 아름다운 우리말까지 오염시킨다. 곽노현은 ‘박교수에게 금 2억원을 준것은 후보사퇴의 댓가가 아니라 그의 처지가 딱해서 선의로 준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몰인정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딱한 처지에 있는 지인을 돕는 것은 인정 넘치는 일이다.

문제는 그 지인이 자신의 당선을 위하여 후보를 사퇴해준 장본인이라는데 있다. 곽노현은 우리가 그동안 좋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선의와 인정'이라는 말을 자신의 범죄를 호도하는데 악용(惡用)한 셈이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절창(絶唱)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문구만큼 부패혐의를 받는 정치인이 자주 사용하는 말도 없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책임지겠다.'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수도 서울 교육계의 수장 곽노현의 경박하고도 무책임한 언행을 접하면서 표리부동, 몰염치와 뻔뻔함, 자신의 악덕을 감추기 위하여 미덕을 덧칠하는 교활함과 노회함 등으로 뭉쳐진 타락한 공직자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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