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양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거제지회장

2011년11월5일 거제교육지원청 주관하에 거제지역 초, 중학교 약3만 명(초등학교 35개학교 18,9000명, 중학교 18개학교 10,185명)학생들이 동시에 내 고장 거제도를 바로알고 애향심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걷기대회를 한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을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며 여기에 어느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법과 절차의 문제이다. 학교는 매년 그 해의 교육과정을 학부모들과 교사,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여 결정한다. 미리 계획 되었던 사업이라면 단위 학교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하여 충분히 검토해서 학교 사정에 맞게 진행했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교육과정의 변화가 있을 때 반드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하는데 이번 걷기대회는 각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없이 진행되는 것이므로 절차상 문제가 있다. 절차를 어겨가면서 굳이 하루를 정하여 초, 중학교 학생들이 한꺼번에 걷기대회에 참석해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에 학생들을 동원한다고 오해받기 충분하며 재고되어야한다. 게다가 각 학교마다 1년의 교육계획이 있는데 갑자기 상위 기관에서 특정업무를 하달하면 학교는 우왕좌왕 할 것이다.

계획에 없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담당교사는 그 업무에 매달려야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아이들에 돌아올것이다. 거제교육의 수장인 교육장은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행정보다는 교사들을 공문에서 자유롭게하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전념할 수있게 하여 거제교육의 수준을 높일 수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전상의 문제도 학부모로서는 걱정이다. 거제지역은 굽은 도로가 많고 인도가 잘 확보되지 않은 곳이 많다. 11월 5일, 주말이면 거가대교 개통이후 엄청난 관광객들이 몰려오는데 거제지역 초, 중학생 수만 수천 명의 아이들이 한날 한 시에 위험한 도로를 걸으면서 애향심을 가지고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낄수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1, 2학년 저학년 아이들의 안전을 누가 담보할수있겠는가? 어린아이들은 답답한 교실 대신 바깥을 나왔다는 것만으로 신나서 좋아하겠지만 안전사고대비에 담임선생님들은 조마조마할 것이다. 그리고 각 학교마다 가을소풍을 다녀온 뒤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굳이 강행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학교마다 창의적체험활동, 재량활동을 다양하고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그런 활동 중 '내고장 거제도 걷기'를 포함시켜 진행할 수있도록 거제교육지원청에서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학부모입장에서 학교가 행사로 너무 지나치게 바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가 바쁘면 선생님들이 바쁘고 선생님들이 바쁘면 우리 애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불행하게도 요즘 학교는 너무 바쁘다. 거의 매일 가정통신문을 발행하고 있고 거의 매일 학부모들을 학교,교육청으로 불러내고 있다. 애들과 함께 있어야 할 선생님들이 공문처리와 학부모들한테 전화한다고 바쁘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아이들과 수다도 떨고 함께 교감을 쌓아가면서 아이들의 개성을 발견하고 그 아이에게 맞는 진로 상담도 하고, 부적응 아이들이 없는지, 아이들의 고민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 어른들은 다 경험했을 것이다.

학교를 좀 가만 뒀으면 좋겠다. 함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봤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불편하지 않게 공부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고 교사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귀를 열고 들었으면 좋겠다. 그 역할을 누군가 해줬으면 정말 좋겠다.

2011년10월29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거제지회장 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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