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민을 위한 공무원인지 업체 직원인지?
[기자수첩]시민을 위한 공무원인지 업체 직원인지?
  • 김철문 기자
  • 승인 2008.11.18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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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가진 도시건설국 시정브리핑 자료집 표지

거제시는 거제에 상주하는 일간지 기자, 지역주간신문사, 인터넷 언론사 대표나 기자들을 상대로 거제시 현안에 대한 국(局) 단위의 정례브리핑을 매월 두 차례씩 금요일에 가진다.

14일에는 도시건설국 정례 브리핑이 있었다. 도시건설국은 도시과 건설과 허가과 수도과 주택과 재난관리과가 소속돼 있다.

도시건설국 중요 현안 사업은 부지기수다. 해양수산과로 이관되기 전까지 고현항 인공섬 개발, 한내농공단지, 2020 도시기본계획, 국도14호선, 가조연육교 가설, 거가대교, 세웅플랜트, 청구빌라 민원 등등

하지만 이날 브리핑 자료에는 중요현안은 하나도 없고, 도시과는 옥외광고업 등록제 전환, 불법 광고물 일제 정비 단속 계획, 건설과는 마을안길 등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추진, 폐 보도블럭 활용에 관한 자료를 내놨다.

수도과는 장승포 3개 동 지역 안정적 용수공급 개시, 재산관리과는 2008년 겨울철 자연재난대책 사전대비, 이동식 미분무 살수차 구입 및 전달 관련 자료였다. 주택과와 허가과는 별다른 일이 없는 듯 브리핑 자료도 내지 않았다.

브리핑이 시작되기 전에 브리핑 자료의 부실을 기자들이 따졌다. 거제시 중요 부서라 중요 현안도 많을 텐데, 몇 개월 전에 나왔던 관급 홍보자료의 브리핑 자료 부실을 문제삼았다. 공보감사담당관이 "다음부터 브리핑 자료에 내실을 기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넘어갔다.

▲ 도시건설국 시정브리핑 자료의 부실을 따지자, 이현철 공보감사담당관이 사과 발언을 하고 있다.

도시과 브리핑이 시작됐다. 도시과는 올해 4월 삼성중공업이 고현만 인공섬 제안서를 받은 곳이고, 권정호 도시과장이 4월에 '인공섬 제안이 들어왔다'며 삼성중공업과 함께 추진한다는 직접 브리핑도 했다.

이번에 기본계획 변경 요청과 함께 해양수산과로 이관되기 전까지 도시과 임 아무개 도시정비담당이 맡고 있었다.

도시과 도시정비계장이 발언대로 나와 고현만 인공섬 문제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번 기본계획 변경 신청 면적이 4월 권정호 도시과장이 인공섬에 관한 브리핑을 할 때 49만㎡만 였는데 왜 이번에는 89만㎡인가 물었다.

임 아무개 도시정비담당은 "공유수면 30만㎡가 추가된 것 말고는 변화된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계획에는 4월 삼성제안서에는 없던 인공섬 전면 항만시설 9만여㎡가 새롭게 추가된 사실은 빼먹었다. 그럴수도 있겠지 하고 넘어갔다.

임 아무개 도시정비담당은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삼성중공업이 정부에 제출한 이번 기본계획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번 고현항 기본계획 변경 요청은 삼성중공업은 할 수 없다. 거제시장만이 기본 계획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법에 명시돼 있다. 삼성중공업은 기본계획 변경 요청서를 만들어준 용역사에 불과하다.

▲ 기본계획 변경은 거제시장이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항만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약칭해서 '항만재개발법'으로 부른다.

기본계획 고시 후 사업계획 단계에서 고현항 재개발 사업자는 누가 할 것인가가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고현항 재개발을 할 수 있는 사업자는 법에 다양하게 명시돼 있다. 국토해양부, 경상남도, 거제시, 민관합동, 민간투자자 등 다양하게 나눠진다.

▲ 사업추진 절차에서 알 수 있듯 기본계획이 고시된 후 사업계획 입안 단계에서 고현항 재개발은 누가 할 지 결정된다. 국토해양부장관, 도지사, 거제시장, 민간투자자, 민관합동 제3섹터 방식 등의 다양한 사업추진 주체가 논의될 수 있다.

고현만 인공섬 개발을 직접 담당했던 담당 계장이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기본계획이 어쩌고 저쩌고' 할 때는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거제시장이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고현항 기본 계획 변경 요청서는 어쩌고 저쩌고' 해야  말이 맞다. 항만재개발법도 한번 읽어보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임 아무개 담당주사의 계속된 거짓말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항만재개발법 한번 읽어봤느냐. 왜 기자들을 속이느냐"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졌다. 다른 기자들의 중재로 격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고현만 워터프론트시티 조성 사업에서 고현항 재개발로 변경된 사유와 시민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국토해양부에 기본계획 변경을 신청한 사유에 대해 다음에 따로 시간을 가지자고 동석한 기자들이 제안했다.

임 아무개 도시정비담당은 그제서야 "해양수산과로 사업이 이관돼 도시과가 나서기는 좀 그렇다"는 궁색한 답변을 하고 한 발 물러났지만, 항만재개발법으로 기본계획이 고시되고나면 사업계획 단계나 실시계획 단계에서는 도시과 관할 업무도 많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믿음이 안간다.

기자는 10월 초에 도시정비계 임 아무개 담당주사를 찾아가 시민들이 고현항 인공섬이 어떻게 돼가는지 궁금해하는데 추진 상황에 대해 물었다. 임 아무개 담당주사는 "삼성중공업이 곧 사업제안서를 낼 것이다"고 답변했다.

임 아무개 담당 주사가 말한 사업제안서는 삼성중공업이 4월에 제안한 사업제안서의 내용을 보강한 새로운 사업제안서가 아니라, 이번에 거제시장 명의로 제출한 '고현항 기본계획 변경 요청서'였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기본계획 변경 요청서'를 '사업제안서'라고 기자를 눈속임시켰지만, 한달이 채 되지않아 거짓말이 탄로났다.

도시정비계 임아무개 담당주사는 거제시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거제시 공무원인지, 아니면 삼성중공업의 월급을 받는 삼성중공업 직원인지 지금쯤 거제시민에게 해명의 글을 내야 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국 단위의 브리핑에는 해당 국장과 과장이 브리핑에 참석한다. 하지만 이날의 도시건설국 브리핑에는 해당 과 과장들은 출장을 핑계로 브리핑에 대거 참석하지 않았다. 의아스럽기도 하고 해서 기자는 카메라를 들고 도시과, 건설과, 주택과를 둘러봤다. 도시과장 건설과장 자리는 비어있었다. 이정열 주택과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도시건설국 브리핑 시간에 브리핑에는 나오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정열 주택과장

"지금 도시건설국이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는 것을 아니냐"고 묻자, 이정열 주택과장은 "맞다"고 했다. 이정열 주택과장의 머릿속에는 '기자들쯤이야' 아니면 '21만 시민이 뭐 대수인가'로 밖에 이해되지 않았다. 

이정열 주택과장은 올여름 덕산아내아파트 임대보증금 초과징수로 인해 직위해제를 당했다가 소리없이 원대복귀해 주택과장 자리를 버젓이 지키고 있었다. 거제시장의 총애(?)만 받으면 되지 기자들과 시민의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이정열 주택과장은 이에 대해 "도시건설국 브리핑 현장에 있다가 민원 전화를 받아 브리핑 장을 떠나 사무실에 있게 됐다"고 해명했다.

시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거제시 행정의 원인이 어디에서 연유하는 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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