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의회 밖 정치세력에 휘둘리는 '리모콘' 의원으로 전락

권민호 거제시장을 비롯한 거제시는 최근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 변경 불가피성, 거제경찰서‧거제소방서 건설예정 부지인 송정고개 토석은 고현항 매립용, 고현항 재개발 재추진 등 굵직굵직한 지역 현안을 ‘스스럼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역 현안이 시민의 대표 기관인 거제시의회와 사전 정책적 조율이 되고 공감대가 형성된 후 나오는 것인가에 의구심이 든다.

A 시의원에게 물었다. A 시의원은 “주요 시정 현안을 행정에서 일방적이며 즉흥적으로 발표하고 있다”며 “거제시의회는 사전 정책 조율 기능을 상실했고, 견제 감시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A 시의원은 “거제시의회는 존재가치를 상실해 문 닫아야 한다”고 충격적인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의회는 여러 기능을 갖고 있다. 조례의 제정ㆍ개정 및 폐지, 예산의 심의ㆍ확정, 결산의 승인 등의 의결권, 임시회 소집, 개회‧휴회‧폐회, 회기결정 등 자율권, 청원권, 의안발의권, 동의발의권, 발언권, 표결권,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가지고 있다.

▲ 거제시의회 전경
의회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의회는 시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자치단체의 공공이익을 위해서 집행기관에 대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의견제시권’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집행기관의 사무를 감시하고 안건심사를 원활히 하기 위하여 감사와 조사 그리고 안건의 직접 관련이 있는 서류의 제출을 단체장에게 요구할 수 있는 서류제출(자료)‧출석 요구권, 질문권을 가지고 있다.

의회 의원들이 전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제 현안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함에도 이를 포기하고 방기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B 시의원은 이에 대한 답을 내놨다. B 시의원은 “후반기 의회가 식물 의회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개탄했다.

지난해 하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으로 되돌아가보자.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외형적으로는 ‘의장단파와 비의장단파’로 분류돼 일대 격전을 벌였다. 가장 먼저 치러진 의장 선거에서 황종명 의장은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의장에도 당선됐다. 15명의 의원 중 9명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그 다음 부의장, 운영위원장, 총무사회위원장, 산업건설위원장은 모두 비의장단파로 분류되는 의원이 ‘8대 7’의 구도로 의장단 4 석을 장악했다. 비의장단파는 15명의 의원 중 8명으로 세력을 형성했다. 비의장단파는 외견상 황종명 의장에 반기를 드는 형세였지만, 내면은 의회 밖 정치세력의 힘에 ‘오락가락’하는 ‘비주체적 의회 세력’이었다.

김한표 국회의원과 권민호 거제시장이 거제시의회 하반기 원 구성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소문이었다. C 시의원은 “후반기 원구성할 때부터 정리를 당한 것이죠”라며 “권 시장의 포석대로 하반기 시의회 원 구성이 됐다”고 했다. 이렇게 되다보니 시의원으로써 가져야 할 시민의 대표기관 신분은 온 데 간 데 없고, 몇 명의 시의원을 제외하고 국회의원이나 시장의 눈치를 보는 ‘리모콘’ 시의원으로 전락했다.

▲ 지난해 7월 하반기 시의회 원구성 때 파행운영 모습
각종 상임위나 본회의서 시정에 대한 채찍을 드는 듯 하다가 해당 시의원의 지역 민원 예산 ‘당근’에 빼들었던 채찍은 슬그머니 숨기고 만다. 거제시 예산의 심의‧확정 권한은 거제시의회가 있더라도 집행부가 가지고 있는 예산의 편성‧집행 권한에 앞서지 못한다.

특히 거제시의 굵직굵직한 사업을 관장하는 해당 상임위원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C 시의원은 “위원장이 사명감을 갖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강한 추진의지 등을 가지고 움직일 때 상임위원회가 살아난다”며 “집행부가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의사봉만 두드려주는 위원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B 시의원은 “거제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냐를 놓고 밤낮으로 고민해도 시간이 모자랄 큰 전환점과 기로에 서있다"며 ”의회 차원에서라도 깊은 고민이 없어 의원으로써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시민 D 씨(47)는 “올해 가을부터는 선거 분위기가 불 것인데, 국회의원 따라 탈당‧복당 한다고 수고했지만, 내년부터는 정당 공천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지금 수준의 시의원 활동으로는 재선은 어림 없을 것이다”고 일침을 놓았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