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일방 변경 추진에 거제시의회 역할 기대 높다…재선 선거전략(?)

권민호 거제시장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차세대산업단지 조성 공약을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라는 옷을 입혀 용역 1순위인 하청 덕곡만에서 용역 2순위인 사등면 사곡만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권민호 시장은 25일 거제시의회 간담회 때나 28일 기자회견 때 “거제시는 차세대산업단지를 하청 덕곡만으로 결정해 발표한 적이 없었는데, 언론이 하청 덕곡만으로 앞서 보도해 시민에게 혼란을 주었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전임 전략사업담당관인 강영호 담당관은 지난해 6월 20일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 선정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기고글을 통해 “우리시에서는 지난 2010년 10월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선정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전문 엔지니어링 기관에 발주하고 거제 전역을 대상으로 심도 깊은 조사‧분석을 실시한 결과, 하청면 덕곡리 일원을 최적 입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거제시가 차세대산업단지를 하청 덕곡으로 결정해 내부적으로 추진한 결정적 자료는 28일 기자회견 때 내놓은 시정 브리핑 자료다. 추진 일정에도 입지를 하청 덕곡으로 결정해 실수요자 투자 협의 및 지역 주민 보상관련 협의를 추진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하청 덕곡을 차세대산업단지 적지로 내정해 추진을 해보니 크게 네 가지의 문제점이 생겨 사곡만으로 변경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청 덕곡 지역으로 내정해 추진을 해보니 2004년 STM의 하청 조선 특구 추진에 이은 차세대산업단지 추진 미적미적으로 주민 피로감 증대, 토지 보상 및 이주대책 비용이 높게 나와 조성원가 상승, 실수요자 유치 애로, 수산자원보호구역 해제 어려움 등으로 하청 덕곡만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만약에 하청 덕곡으로 결정해 밝힌 적이 없다면 2순위 지역인 사등면 사곡만, 사등면 청곡만 등에도 똑같은 행정절차를 거쳤어야 앞뒤 말이 맞을 것이다. 발표했느니 안했느니 논쟁은 이제 큰 의미가 없어 논외로 제쳐두자.

◎ 하청 덕곡 보다 사등면 사곡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차세대산업단지를 하청 덕곡만에서 사등면 사곡만으로 변경하면서 거제시가 내건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차세대산업단지를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건설한다. 두 번째 산업단지 조성 면적을 60만평에서 100만평으로 확대한다. 세 번째 확대된 부지 중 일부를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종착역 역사(驛舍) 부지로 할애하겠다.

하청 덕곡만에서 사등면 사곡만으로 변경하면서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와 ‘철도 역사’ 외피(外皮)를 덧씌워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하지만 사등면의 차세대산업단지 조성 또한 하청 덕곡만 보다 더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쉽지 않을 것이다는 분석이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 거제시 행정력의 전문성과 추진력이다. 하청 덕곡만을 우선 지역으로 선정해 추진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한 발짝도 진척시키지 못한 것은 거제시 행정력의 한계 때문이다. 수산자원보호구역을 해제하기 위한 특구 지정의 첫 단계인 특구 기본계획, 주민 보상 협의, 실수요자 유치 등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더 어려울 것이다. 관련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 공무원이 아닌 몇 명의 공무원으로 국가산업단지를 성사시킬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오다.

산업단지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나 삼성중공업 등 민간 사업시행자에게 맡겨야 한다. 국가산업단지의 기본계획과 실시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거제시 공무원들이 해야 할 역할은 고현항 재개발의 삼성중공업 기본계획 수립과정과 부강종합건설의 재추진 과정에서 보듯 보조행정 지원 역할만 담당해야 할 것이다. 보조 역할만 할 경우에도 2~3명의 공무원으로는 부족하다. 이웃 고성군이 세 곳의 조선특구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민간사업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특구지원과(課)를 신설했다. 거제시도 국가산업단지 추진단(團)‧추진과(課) 수준의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거제시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우수한 공무원을 배치해야 한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의 우수 인재도 포함시켜야 한다.

사등면 사곡만은 하청 덕곡만에서 제기됐던 문제점 외에도 더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각종 문제점의 규모도 더 크다. 거제시는 ‘인근 주거지역 편입 최소화’, ‘기존 주거지와 산업단지 사이 녹지, 수변구역 조성으로 민원 최소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하청면 덕곡 보다 시민들의 집단적인 반대, 토지 보상 요구 등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사곡만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 어업 보상 범위는 거제 해역을 포함해 인근 통영시‧고성군까지 넓어질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사등면 사곡 피솔지역의 구 혁신기업 전면 해상에 공장 확장 매립 인허가를 받아놓고도 매립공사를 늦추는 이유도 어민보상의 과다 요구 때문이다는 이야기도 그냥 흘릴 수 없다.

◎ 거제시의회 제 역할 다해야
거제시의 차세대산업단지 입지 변경 과정에서 제기되는 또 다른 큰 문제는 거제시의회의 역할이다. 거제시의회는 차세대산업단지 1순위 입지가 하청면 덕곡지역으로 결정되는데 10번의 용역 중간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용역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동반 책임자이다. 지난 11일 본사의 권민호 시장 인터뷰를 통해 차세대산업단지 입지 변경 불가피성이 보도됐다. 하지만 거제시의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난 25일 거제시의회 간담회 때 권민호 거제시장이 참석해 차세대 산업단지를 하청면 덕곡만에서 사등면 사곡만으로 변경한다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또한 거제시의회를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제시는 '28일에 권민호 시장이 차세대산업단지 입지 변경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언론에 24일 통보했다. 거제시의회 의원들에게 25일 간담회를 통보한 것은 하루 전인 24일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루 전에 간담회 사실을 통보하다보니 25일 열린 간담회 때는 15명의 시의원 중 8명만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언론 브리핑에 앞서 시의회에 사전에 설명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통과 의례’로 시의회 간담회를 가진 격이다.

황종명 거제시의회 의장은 이에 대해 "집행부에서 간담회 요청이 들어와 시간이 촉박했지만 간담회를 열었다"며 "집행부에서 차세대산업단지 입지를 하청 덕곡에서 사곡으로 변경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거제시의회는 사곡 변경에 동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황 의장은 "차세대산업단지 입지 변경 결정에 대해 차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시의회와 집행부가 합의한 후 간담회를 마쳤다"며 "그런데 집행부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곡으로 변경한다고 발표를 해버렸다"고 했다. 

◎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 카드 재선 선거 전략이 아니길
권민호 시장은 지난 11일 본사와 인터뷰에서 초선 시장이라 공약을 일부 잘못한 것도 있다고 했다. 차세대산업단지 조성 공약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괜히 공약했다는 뉘앙스로 비친다. 하지만 2010년 취임 후 약 3년 동안 ‘하청 덕곡 차세대산업단지 조성 공약’을 꺼냈다가 결국 접었다.

다시 ‘사등면 사곡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2013년 연초부터 ‘중심화두’로 꺼내 이슈화시켰다. 권민호 시장은 보통 사람보다 생각이 한 차원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역의 모 원로는 “권 시장이 내년 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꺼낸 것은 재선 선거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의미있는(?) 말을 했다.

권 시장의 이번 결단이 거제시 미래를 위해 고뇌 속 정책 변화이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그리고 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 조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꼭 성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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