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승화 전 부산지방국토관리 청장

▲유승화 전 부산지방국토관리 청장
지난해 3월 거제, 진주, 의령, 합천 등 4개 단체장들은 도청(道廳)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거제와 김천을 잇는 남부내륙철도(이하 남부내륙선)의 조기 건설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금년 초에는 홍지사가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방문을 통해 남부내륙선을 올해 안으로 조기착수키로 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바야흐로 거제에도 철도의 길이 열리게 될 전망이다.

남부내륙선 건설(연장:186.3km, 사업비:6조7,907억원)은 지난 2010년 8월 전국KTX고속철도망구축계획에 처음 언급되었고 다음해인 2011년 4월 제2차국가철도망구축계획(2011-2020:이하 제2차계획)에 포함되었다. 비록 후반기사업(2016-2020)이긴 하지만 계획대로라면 사업기간 10년(설계3년, 공사7년)을 감안하더라도 2026년이면 우리는 KTX를 타고 2시간 이내에 서울을 갈 수 있게 된다.

과연 우리의 기대와 같이 2026년이면 개통이 가능 할까? 철도사업은 역사(驛舍), 변전소, 차량기지 등을 포함하는 복합프로젝트라 공사기간도 만만치 않을 테지만 무엇보다 천문학적 예산의 확보가 가장 걸림돌일 것이다.

우선 제2차계획이 어떻게 추진될 것인가에 대한 답(答)을 얻으려면 먼저 지난 제1차국가철도망구축계획(2006-2015:이하 제1차계획)의 진행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제1차계획의 신규사업(新規事業)으로 전반기(2006-2010)에 10개소, 후반기(2011-2015)사업으로 8개소 등 도합 18개 사업을 계획 추진하였으나, 2012년 말 현재 전반기 7개소, 후반기 1개소 등 겨우 8개 사업만이 착수되었을 뿐이다. 사유는 두말 할 필요 없이 예산 미확보였다. 제2차계획의 신규사업(전반기 10개소, 후반기 9개소) 역시 상당기간 지연(遲延)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제2차계획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본 계획은 총 58개 사업(완성 및 진행사업 39, 신규사업 19)에 88조원의 예산을 필요로 하고 있다. 계획기간 10년 동안 매년 평균 8.8조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2012년도 정부 철도시설 부분 예산이 3조8,488억원임을 고려하면 향후 철도예산의 대폭 증가가 없는 한 88조원 확보에는 22년의 기간을 요(要)한다.

현실적으로 철도예산의 대폭 증가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국가예산 기조(基調)는 국가기간망확충 보다 복지(福祉)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다. 더욱이 제2차 신규사업들은 우선순위가 높은 제1차 미착수 사업을 먼저 해결한 후에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단선(單線)으로 계획된 진주-거제 연장구간은 더욱 우선순위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남부내륙선 착수가 계획기한인 2020년을 넘길 경우 거제의 철도는 빨라야 2040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그것도 계획기간 중 국가경제가 비교적 호황을 이어 갈 경우에 한해서다. 앞으로도 남부내륙선은 KTX(시속400km)로 할 것이냐, 일반고속(시속250km)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결과는 지켜볼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을 당초계획대로 실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물론 향후 여건이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백지상태로 되돌아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대형국책사업은 그 추진되는 과정 과정마다 기회와 실망이 연속되게 마련이다. 고비마다 행정책임자는 항상 올바른 판단으로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우리는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거제연장사업의 착수를 눈앞에 둔 채 놓치고 말았다. 참으로 뼈아픈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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