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원 거제시 회계과장

▲윤수원 거제시 회계과장
거제시 회계과장 윤수원입니다.
저는 거제에서 태어나서 한번도 거제 밖에 주소를 두어본 적이 없습니다. 공직 또한 거제에서 시작해 현재는 시청에서 회계부서 책임자로 공직에 몸을 담고 있으며, 수년후 공직에서 퇴직해서 고향에서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저는 요 며칠 사이에 유명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마도 TV 뉴스에 제 얼굴이 나갔기 때문인 듯한데 아는 친지나 친구들로부터 걱정 어린 안부 전화를 받는 바람에 저는 조금은 민망합니다.

친구들이나 친지들은 저에게 “괜찮으냐”고 물으십니다. 괜찮으냐고 물으시는 건 아마도 “공직생활을 하는 데 신분상의 지장이 없겠느냐”는 걱정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물음에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며 “별일이 없을 것이란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답하곤 합니다.

제가 이렇게 언론사에 기고를 하는 것은 그런 물음을 갖고 있지만, 차마 직접 물어보지 못하는 친지 선후배 여러분들이 더러는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며칠사이에 TV 뉴스를 보면 마치 저나 거제시가 대단한 일을 꾸민 듯 보이는데, 굳이 이번 일의 경위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미 거제시민들께서는 다 아시리 믿습니다만, 경과는 대략 이렇습니다.

현대산업개발측(현산)이 수년 전 거제시에서 공사를 수주하여 시공중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등 현장관계자들이 불미스런 일을 벌였고, 시는 그 때 부당하게 지급된 금액 전부를 이미 환수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환수와는 별도로 ‘현산’측에 입찰 제한이라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기간은 5개월이었는데 ‘현산’측이 너무 가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였으며,

이 소송은 1심에서 ‘현산’측이 승소하였고 2심에서는 ‘시’가 승소하였으므로 3심인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마는 결과는 그 누구도 장담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 시점에서 ‘현산’측은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함과 동시에 처분은 받아들이되 다만 정상을 참작하여 감경해 줄 수 없냐는 제안이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만. 그 중 가장 깊은 고민은 결과에 따라 시민이나 언론 등으로 부터, 자칫 시시비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업무담당공무원으로서 명분과 실리를 두고 고민했으며, 이것은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명분아래 자문회의를 구성해 여론을 일단 들어보기로 했으며, 두차례의 치열한 토론도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시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후 공식적으로 계약심의위원회에 부의하였으며, 계약심의위원회에서 4차례에 걸친 협의를 통하여 열띤 토론과 오랜 고심 끝에, 사회정의 차원에서는 일벌백계가 마땅하나 당시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제한처분이후 부당이득금을 전액 상환하였고, 준공이후 하자발생이 없었으며, 제한 처분시 협력업체 도산 등 국가경제 및 지역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 및 지역사회발전과 시민복리증진을 위한 자진참여를 약속해옴을 감안하는 등 우리시의 실익적 측면에서 판단하여 계약심의위원회에서 경감조치를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시에서는 차후에 행정처분이 경감으로 결정되면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 즉 대기업의 특혜, 절차나 형평성 문제, 정치적 부담 등이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계약심의위원회 안건부의에 동의한 것입니다. 동의 이전에 시가 업체 편을 들어주어 결과적으로 혜택을 준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올 법 하다는 것도 이미 예상하였습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이런 일련의 조치가 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보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른 의견들을 겸허히 받아들여 향후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향후 ‘현산’측이 거제시민을 위해 기여하리라는 것은 확신합니다.

저는 걱정하는 주변의 관심이 고맙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시민으로부터 오해받는 공직자의 불편함을 걱정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런 때 공무원이 할 일은 ‘복지부동’이 최고란 걸 알면서도 감히 거제시의 이익을 위한 걸음에 나선 것이 문제가 된다면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니 친구. 친지 여러분들, 불편한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이런 졸필을 실어주신 언론사 관계자 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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