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진성진 변호사…"현산의 사회공헌약속 '선의를 가장한 악의'"

▲ 진성진 변호사
현대산업개발의 법률적 꼼수
-선의(善意)를 가장한 악의(惡意)

대법원은 충청남도에 지역발전 협력기금을 내기로 약정하고 골프장허가를 받은 甲에 대하여 충청남도가 제기한 약정금 지급청구소송에서 위 기부 약정은 무효라고 판시했다(2007다63966 판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증여는 甲이 충청남도 지사로부터 골프장사업승인을 받는 대가로 충청남도에 계약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략) 공무원이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도 그에 대해 대가를 받으면 형법상의 뇌물수수죄는 성립하는 것이고, 형법 제130조의 【제3자 뇌물제공죄】에 있어서도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것도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여 처벌대상이 된다. (중략) 이 사건 증여는 공무수행과 결부된 금전적 대가로서 그 조건이나 동기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어서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할 것이다.」 위 판결의 주심대법관은 현 양승태 대법원장이다.

정녕 우리 거제가 선의를 악의로 갚는 자가 이득을 얻는 불의(不義)의 땅이 될 것인가? 현대산업개발사태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나는 점점 더 놀라움과 분노를 느낀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전임 시장이 한 5개월의 입찰자격제한 처분을 경감해주면 70억원 상당의 사회공헌을 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1개월로 경감처분을 해 준 것은 현산의 정교한 법률적 노림수에 말려든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산은 거제시에 낸 민원재심의·경감신청서에서 ‘(경감처분을 해주면) 거제시를 지원할 구체적 계획을 가지고 있고, 재심의 과정에서 거제시와 세부적 지원계획에 관하여 협의를 통해 결정지은 후 재심의 때 그 내용이 참작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명시(28정)하고 있는데 위 신청서의 내용 및 제출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위 대법원 판결에 비추어 보면 위 신청서 내용은 한마디로 ‘공공연한, 문서로 된 뇌물공여의사표시’로 볼 수 있고, 아울러 현산의 위 제안은 형법 제130조의 【제3자 뇌물제공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 점을 모를 리 없는 현산이 이 제안을 한 것은 나름의 시기적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산의 신청서 제출시점은 지난 4월 15일이다. 본건 행정처분에 불복, 3년 이상 법정투쟁을 벌여 오던 현산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이때 경감신청을 한 것은 나름의 정보력으로 ‘곧 대법원 최종 판결이 있고, 그 판결내용이 현산에 불리 할 것’으로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본 건 행정소송의 상고심 선고기일이 당초 작년 7월 26일로 지정되었는데, 상고기각을 우려한 현산 측 변호인의 선고기일 연기신청에 의하여 선고기일이 변경(추후지정)된 점과 본 건 경감신청 대리인이 금년 5월 14일에 열린 ‘거제시 민원재심의 자문회의’에 참석하여 경감신청한 이유에 대하여 ‘패소할 것에 대비하는 것’라고 실토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둘째, 현산은 이 제안의 불법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매우 짙다. 현산은 본 건 행정소송 시 원고 현대산업개발의 대표이사로 당시 월급사장 김정중과 함께 실사주 회장 정몽규를 내세웠다. 그런데 이 번 경감신청 시에는 신청인 현대산업개발의 대표이사로 정몽규를 빼고 월급사장 박창민 만을 내세운 것이다! 이는 검찰 수사 시 ‘회장님은 모르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빠져나가 이익은 실사주 회장이 챙기고 법적 책임은 월급쟁이 사장에게 떠넘기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셋째, 현산이 위와 같은 불법적인 제안을 드러내 놓고 한 것은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한다!’는 재벌기업의 도덕불감증의 발로인 동시에 그 보다 더한 ‘법률적 꼼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다. 현산의 셈범은 간단하다. 거제시의 경감처분으로 현산은 이미 4개월의 입찰자격제한으로 인한 1조원의 수주손실을 막는 이익을 얻었다. 남은 것은 그 대가로 거제시에 제시한 70억원 상당의 사회공헌약속 이행이다. 그런데 검찰 수사에서 현산 측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면 현산은 위 약속을 그대로 이행하면 된다.

그러면 현산은 예산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를 돕는 기업의 메세나(mecenat) 활동을 한 것이 된다. 그 경우에도 비용에 비해 엄청난 이문이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만약 검찰수사결과 현산 측이 뇌물공여약속죄로 처벌을 받게 되면(이 경우에도 실사주 회장이 아닌 월급쟁이 사장에 대해 기껏 해야 집행유예 판결정도의 처벌이 예상된다!) 현산은 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위 판례에서 보듯이 뇌물공여약정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민법 제103조)이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현산이 진정으로 위 약정을 이행하고자 해도 이행 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거제시가 이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라를 세 번이나 ‘크게 구한(巨濟)’ 충절의 고장 우리 거제가 어찌 부도덕한 기업의 뇌물을 받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되면 거제시는 시민의 혈세를 편취한 악덕 기업에 천문학적 액수의 특혜를 주고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반면 현산은 검찰 수사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 ‘땅 짚고 헤엄치기’이다. 바둑으로 치면 현산은 꽃놀이패라는 묘수를, 거제시는 치명적인 자충수를 둔 셈이다.

거제시는 본 건 경감처분의 사유로 현산이 ‘지역사회발전, 복지증진 참여를 약속한 점’을 들었다. 거제시가 현산의 사회공헌약속을 선의로 믿고 전례 없이 파격적인 경감처분이라는 선의로 답한 것이다.

그런데 현산의 사회공헌약속이 사법적 검증절차에 따라 거제시의 경감처분에 대한 대가로 평가되는 순간 뇌물공여약속이 되고 그렇게 되면 현산은 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현산이 이점을 염두에 두고 이와 같은 제안을 했다면 현산의 사회공헌약속은 ‘말 그대로의 선의’가 아닌 ‘선의를 가장한 악의’가 되며 거제시는 이에 또 다시 속은 것이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거제시의 선의(경감처분)를 현산이 악의(사회공헌약속 불이행)로 갚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현산은 몇 년 전 옥포 하수관거공사에서 거제시를 속여 공사대금 44억 여 원을 편취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기만적인 사회공헌약속이라는 미끼로 경감처분을 받아내 같은 건으로 거제시를 두 번이나 속인 셈이 된다. 제발 이런 우려가 무더위에 잠 못 드는 한 시골 법률가의 기우(杞憂)에 그치기를!<편집자 주: 칼럼은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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