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12월, 한국연안방재학회에 연구 용역 맡겨…알고도 대책 세우지 않았다면(?)

고현항 재개발 공동 사업시행자인 거제시는 694억원의 예산을 들여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고현동 등 기존 시가지의 해일 홍수 자연재해 침수 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현동‧장평동에 고이는 우수를 1분당 최대 1,920톤 고현항 매립지 밖으로 빼내는 것이 핵심 시설이다.

▲ 배수펌프장 시설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설치하고 있는 이 시설은 고현동 일원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당초 계획한 ‘고현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 대안적 사업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대체시설로 짓고 있는 고현항 재개발 구역 내 배수펌프장은 고현동 등 기존 시가지 침수 피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왜냐면 480억원을 들여 지을 예정이었던 고현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은 해일, 태풍, 홍수 등이 겹칠 때 고현동 시가지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제시가 2014년 12월 1일 계약을 거쳐, 한국연안방재학회에 의뢰한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분당 1,920톤의 우수를 고현항 매립지 밖으로 빼내더라도 해일이 덮칠 경우 기존 고현동은 침수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고현항 항만재개발 후 고현항 재개발 사업지에 짓고 있는 1분당 1,920톤 배수펌프장을 가동해 기존 시가지 우수 등을 외해로 빼내더라도 고현천이 범람해 시가지 침수 피해를 입는다는 연구 결과
이 연구보고서는 그 당시 논란이 된 ‘연접매립형’과 ‘아일랜드형’ 매립형의 장단점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 주된 연구였고, 2003년 태풍 매미급의 해일 침수 피해 모의 실험도 연구 과제에 들어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나왔으면 거제시는 응당 대책 강구에 나서야 할 것인데, 시민들이나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들이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알겠느냐는 식이었다..

고현항 재개발을 담당부서인 거제시 전략사업과가 거제시의회에 지난달 4일 업무보고를 할 때 고현항 항만재개발 구역 안에 배수펌프장이 건설되면 고현동 침수 피해는 막을 수 있다는 식으로 보고를 했다. 본사는 지난 10월 5일 태풍 ‘차바’ 내습 후 '고현동 중곡동 침수 피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몇차례의 기사는 보도했다. 시 공무원들은 본사 기사를 ‘엉터리 기사다’는 식으로 시의원들에게 보고했다. 일부 시의원들은 ‘그렇느냐’고 고개를 끄덕였다.(의회 속기록에 생생히 기록되어 있음)

거제시는 거제시의회에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짓고 있는 배수펌프장이 ‘고현동의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식으로 거제시의회에 절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지난 2일 본사는 ‘공개질의’ 기사를 통해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1분당 수천톤 우수를 퍼내는 배수펌프장을 만들더라도, 한국방재학회에서 내놓은 모의실험 결과대로 해일 등이 내습할 경우 고현동이 침수될 수 밖에 없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며 “여기에는 고현동 침수 방지대책을 세울 경우 반드시 들어가야 할 매우 중요한 침수방지 시설을 빼먹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기사에서 “권민호 거제시장을 비롯해 거제시 책임있는 관계자는 빼먹은 고현동 침수방지 대책 시설이 무엇인지 거제시민에게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고 했다. 1주일이 지났다. 권민호 시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의 답변이 없었다. ‘권민호 거제시장이 보고를 받지 않아 혹 문제의 핵심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권민호 시장에게 직접 면담을 신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거제시 의뢰로 한국연안방재학회가 지난해 1월 22일 낸 보고서에는 해일 침수 모의 실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한 ‘시간별 침수 범위도’가 있다. 이 시간별 침수 범위도는 고현항 항만재개발이 안된 상태서 고현동 장평동 중곡동 연초 오비 지역이 2003년 태풍 매미급 해일이 덮칠 경우 순차적으로 어떻게 침수되는가를 밝혀주고 있다.

실험결과 19시경에는 ‘신현보도교와 신현교 사이 제방고가 낮은 곳에서 침수가 시작된다’고 했다. 22시경 ‘해일이 최고치에 도달하면서 장평동과 중곡동이 침수되어 침수 면적이 최대에 이른다’고 실험결과 드러났다. 또 ‘장평동 및 중곡동은 하수관거를 통한 해일 침입으로 침수되기 시작하나 점차 부지를 직접 범람한다’고 덧붙였다.

▲ 시간별 침수 범위도. 실험 결과 고현천이 가장 먼저 범람 또는 역류함을 알 수 있다.
▲ 실험 결과 해일 만조시간 등이 겹쳤을 경우 침수 피해면적
실험결과 고현동 기준 시가지 침수는 고현항과 연접된 고현동 지역이 먼저 침수되는 것이 아니라 고현천 범람으로 침수가 시작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하수관거나 우수관거를 통해 우수가 고현항이나 고현천으로 빠져나가야 하나, 오히려 역류해 침수도 일어난다고 했다.

한국연안방재학회의 실험결과는 고현항 항만재개발이 안된 상태의 실험이기 때문에 고현항 항만재개발이 다된 상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연안방재학회의 보고서에는 고현항 항만재개발이 안된 현 상태와 고현항 항만재개발이 끝난 상태에서 해일 침수 피해를 실험한 결과도 있다.

실험결과 현 상태로는 95만㎡의 침수 피해가 발생한다. 고현항 재개발 후에는 장평 일부 지역 9만3,000㎡는 해일 침수 피해가 줄어들지만, 고현동 중곡동 지역은 현 상태나 고현항 항만재개발 후나 똑같은 침수피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 현 상태와 고현항 재개발이 된 후 상태의 해일 침수 피해 면적 비교표. 장평동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침수 피해는 거의 같다.
이렇듯 해일이 덮칠 경우 고현동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고현천이 범람하는 것을 1차적으로 막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그 다음 고현항‧고현천 우수 방류구가 고현동으로 역류를 막는 수문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고현동에 내리는 우수를 배수펌프장을 통해 밖으로 빼내야 한다.

가장 먼저 고현천 치수 대책, 그 다음 우수 고현동 역류 방지 시설, 세 번째 고현동에 내리는 우수를 처리하는 시설이 갖춰져야 고현동의 침수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1년에 계획해 올해 연말 완공하기로 한 독봉산 5만톤 ‘고현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에는 1차적으로 고현만과 고현천의 해수·우수가 고현동으로 범람하지 못하도록 하고, 또 역류를 막는 시설을 먼저 한 후 ‘독봉산 5만토 저류지’ 시설을 갖추라고 주문하고 있다.(고현항 재개발을 핑계로 고현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은 취소됐음) 

고현항 재개발 구역 안에 짓고 있는 배수펌프장과 소규모(9,000톤) 저류조는 가장 먼저 해야할 고현천 치수 대책과 그 다음 고현천·고현만 우수·해수의 고현동 역류방지 시설을 빼먹었다.

거제시 관계자와 거제빅아이랜드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고현지구 우류저류시설’ 보고서 내용을 다시 한번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고현항 재개발 사업자인 거제빅아일랜PFV(주)와 거제시는 고현동의 해일 침수 피해는 막을 수 없고,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그냥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잘못을 시인하고 어떠한 대책을 강구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거제시의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 주길 바란다.

거제시가 2014년 12월 1일 한국연안방재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고현항 항만재개발 구역안에 건설 중인 배수펌프장으로는 고현동 해일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이 이미 도출돼 있다. 이 보고서는 거제시가  경비를 부담해 방재학회가 수행한 연구보고서다. 이 보고서를 거제시 관계 공무원들은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이 보고서에 나타난 것처럼 고현항 항만재개발을 하더라도 고현동 해일 침수 피해가 명백한 것를 알고도 거제시와 사업시행자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고현동 침수 방지 시설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고 추론·추측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로 고현항 항만재개발 계획·시행으로 인해 '고현동에 되돌릴 수 없는 명백한 해일 피해'가 예상될 경우 뜻있는 시민들이 취할 수 있는 법적인 조처가 무엇인지 거제시와 사업시행자가 더 잘 알 것이다.  이것이 한국연안방재학회 연구 용역 과업 목적에 명백하게 적시돼 있는 '최적의 고현항 재개발 계획'을 세운 것인지 되묻는다. 

▲ 2014년 12월 1일 거제시와 계약을 한 후 한국연안방재학회가 수행한 연구보고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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