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는 남강광역상수도 '끌여쓰라', 최근 부지 내 관정 5곳 뚫도록 방조
업체 관계자, "관정 뚫은 것은 광역상수도 대용으로 쓰기 위한 것이다"
마을주민, "지하수 의존 황포·송진포 주민 다 죽어라는 격"

장목 로이젠 골프장(드비치 골프클럽)이 골프장에 필요한 물은 남강광역상수도를 끌여와 쓰겠다고 거제시로부터 골프장 허가를 받아놓고 최근 골프장 부지 내 지하수 관정을 최소 다섯 곳 뚫은 사실이 밝혀져 거제시의 방조 묵인 의혹을 사고 있다.

로이젠 골프장 측은 2006년 거제시로부터 골프장 허가를 받을 때 골프장에 필요한 하루 1,700톤의 용수 중 음용수 200톤, 잔디용수 1,000톤 등 1,200톤을 남강광역상수도 물을 끌어와 사용하겠으며, 나머지 500톤은 연못, 저류지 물을 사용하겠다고 물 공급 계획을 밝혔다.  

▲ 골프장 곳곳에 있는 지하수공

하지만 로이젠 골프장 사업지역은 현재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는 '비급수지역'으로 이번에 뚫은 다섯 곳의 관정을 통해 골프장에 필요한 하루 1,700톤의 물을 끌어올려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관정을 뚫은 사실이 로이젠골프장 관계자의 입을 통해 드러났다.

로이젠골프장 측 송 모 담당자는 "남강댐 광역상수도가 아직 안들어오니까 그 대용으로 쓰기 위해 관정을 뚫은 것은 사실이다"며, "관정허가가 나면 변경협의에 들어가겠다"고 17일 밝혔다. 

로이젠골프장 측이 광역상수도 대용으로 쓰기 위한 용도로 관정을 뚫었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거제시 건설과 신동율 건설행정계장은 "물 공급 계획에 지하수를 뚫도록 해놓았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

▲ 지하수 굴착을 완료하고 봉합시켜 놓은 관정. 송진포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지하수를 개발해놓았다.

골프장은 2010년 말 개장 예정이지만, 거제시 수도과는 로이젠 골프장 건설 지역에 아직 상수도 공급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는 것이 관련 서류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거제시는 골프장 허가를 내줄 때는 남강광역상수도 물을 끌여와 쓰도록 해놓고 로이젠 측이 다섯 곳의 지하수 관정을 뚫겠다며 지난해 12월 2일 거제시 건설행정계에 낸 '지하수 영향조사를 위한 굴착행위 신고'는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고 받아주어 의구심을 자아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장목 황포마을 송진포마을 주민들은 거제시와 로이젠골프장측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황포마을 주민인 김현수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골프장에 필요한 1,700톤의 물을 광역상수도를 끌여와 쓰겠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광역상수도 인입공사는 계획도 세우지 않고 골프장 부지 내 지하수 관정을 뚫었다는 것은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황포마을과 송진포 마을 주민은 다 죽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 골프장 공사장 곳곳에 지하수 관정이 뚫어져 있다.

김 의장은 덧붙여 "시민의 생명은 아량곳없이 골프장 업자측과 결탁한 거제시의 잘못된 행정은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며, "거제시장의 사과, 다섯 곳의 관정 폐쇄, 골프장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인 조처를 취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로이젠 골프장 현장 관계자의 안내로 관정이 뚫려있는 다섯 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지난해 12월 2일 거제시에 낸 '지하수영향조사를 위한 굴착행위신고서' 상의 다섯 곳의 착정위치도(관정을 뚫을 곳의 위치)와 실제 관정 위치는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골프장 공사장 내에는 신고한 다섯 곳 외에도 더 많은 관정이 있지 않아 하는 의혹을 자아낸다.

▲ 지난해 12월 2일 '지하수 영향 조사를 위한 굴착행위 신고서'에 첨부한 착정 위치도. 아래 사진과는 많은 차이를 보임. 아래 사진 참조(PW-3공의 경우는 바닷가쪽이 아닌 반대편 마을쪽으로 뚫어져 있음)

지하수 개발을 담당한 (주)인기엔지니어링 오성환 대표는 지난해 12월 2일 거제시에 낸 '지하수영향조사를 위한 굴착행위신고서' 상의 착정위치도와 실제 뚫은 관정의 위치와는 별 차이가 없느냐는 물음에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고 15일 통화에서 밝혔기 때문이다.

▲ 현장을 확인한 후 개략적으로 표시한 실제 관정 위치


또한 관정을 뚫었을 경우 지하수의 위치를 표시한 임야도, 지하수 개발 이용시설의 설치도, 지하수영향조사서 등의 구비서류를 갖춰 반드시 허가를 받도록 '지하수법'에 밝혀져 있음에도 허가도 받지 않고 물을 퍼올려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 허가를 받지 않고 물을 퍼올려 식수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관정

거제시 건설행정계 담당 공무원은 "'굴착행위 신고'만 받아놓고 지하수 관정을 굴착한 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허가받지 않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현장을 15일 직접 확인한 후 (주)인기엔지니어링 오성환 대표에게 허가받지 않고 물을 사용해도 되느냐고 묻자 "식당 식수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오리발 답변을 늘여놓았다.

거제시는 15일 기자가 골프장 현장에서 관정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 같은 시간에 지하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주)인기엔지니어링 대표를 불러 '굴착행위 종료신고서'와 '지하수 개발·이용허가서'를 급조해 15일 거제시에 접수시키도록 친절한 행정 안내(?)를 해준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 지하수 관정을 뚫은 지점에서 황포마을 방파제가 보인다.

지하수법에는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를 신청할 때는 환경영향평가서와 비슷하며 지하수의 개발 이용이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예측하는 '지하수영향조사서'를 반드시 첨부토록 돼있다. 

곽승규 거제시 건설과장은 "골프장 내 농약 오염 우려가 있는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한다면 지하수 이용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16일 밝혔지만, 공사중인 현재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은 생명이다'는 모 방송사의 광고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별다른 물 걱정없이 순탄하게 살아온 황포·송진포 마을 주민들이 '물 없는 세상' 위기에 처해 '명재경각'이다.

저작권자 © 거제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