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 통행료 협상, '상생협력' 운운하며 뒤통수 치는 격

거가대교 통행료 협상과정에서 부산시가 보이고 있는 행보가 극히 우려스럽다. 부산시는 거가대교 건설조합측에 최근 거가대교 통행료와 관련해 두 가지 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산시가 내놓은 안은 최소운영수익보장률 73.56%와 통행료 11,193원, 최소운영수익보장률 77.55%와 통행료 10,772원을 제시했다.

이는 민간사업자인 GK해상도로주식회사가 당초 내놓은 통행료 11,200원에서 각각 단돈 7원과 428원이 내려간 것에 불과하며, 이후 조정과정에서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10,772원을 그대로 수용한 격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자체 예산으로 모자라는 수익을 보장해주는 최소운영수익보장률은 당초 90%에서 73.56%와 77.55%로 각각 16.45%, 12.45%를 내렸다.

당초 예상 수입의 90%에 미달할 경우 부산시와 경남도의 세금으로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을 70%대로 낮추어 부산시와 경남도의 세금 부담을 줄이자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운영수익보장률이 내려간 것은 지케이(GK)해상도로(주)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정부 조달단가 인하, 법인세 인하, 총사업비 감액 등으로 공유이익이 1조814억원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시는 공유이익 중 극히 일부문만 통행료 인하에 적용했고, 나머지 대다수 금액은 도로운영사에 보조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비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통행료는 민간사업자가 요구한 대로 수용하고, 장차 부산시가 부담할 세금은 적게 물겠다는 발상이 깔려있다.

이에 반해 경남도는 통행료, 징수기간, 최소운영수익보장률에 대한 안을 아직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5일 김두관 도지사와 김해연 도의원 면담에서, 김 지사가 통행료 협상에 민간사업자가 통보한 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해연 도의원은 거가대교 건설 과정의 문제점, 특혜적인 협약의 문제점, 여건 변화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특혜폭탄 거가대교, 도민의 힘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가대교의 민간투자비 9,996억원에 가장 근접하는 9,946억원이 들어간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통행료 8,400원, 최소운영수익보장률 82%, 운영기간 30년이다.

그런데 거가대교 통행료는 왜 11,000원 전후가 돼야하며, 운영기간이 40년이 돼야 하는가? 부산시는 부산시 예산이 들어갈 최소수익보장률만 낮추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트려서는 안된다. 부산시는 만약에 총사업비에 대한 실사를 거쳐 통행료가 대폭 내려가고, 운영기간도 줄여든다면 무엇으로 답할 것인가?

거가대교 통행료가 11,000원 전후로 결정되는 기초 자료인 ‘99년 불변가 기준 통행료 8,000원은 부산~거제간 시외버스가 8,700원이니 이보다 조금 저렴하게 8,000원으로 하자는 ‘주먹구구식’ 협상에 의해 결정됐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부산시와 거제시에서는 최근 상생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거제시의원이 부산시의회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덕도신공항유치 거제시민연대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에서 부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거제시는 경남 소속 지자체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얻는 것이 있는 반면, 잃는 것도 많다. 많은 것을 잃으면서 부산시와 상생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부산시는 이와는 별도로 이중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부산시는 거제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될 거가대교 통행료는 거제시민은 비싸게 내라고 하면서, 부산시의 세금은 최소한 적게 물겠다는 입장으로 거가대교 통행료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리고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민간사업자의 편에 서 있는 느낌이다.

거제시는 세계 1위의 조선산업도시다. 세계 1위는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지만 강한 도시, 거제시의 저력에는 역사성과 거제시민의 강하고 끈질긴 시민정신이 담겨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동래성을 함락하고 거침없이 북진을 할 때, 바다를 통해 서해로 진격코자 했던 왜군은 조선수군의 교두보였던 거제도를 뚫지 못했다.

이순신 장군의 연전연승 기록에는 거제도 지명이 담긴 옥포대첩, 율포해전, 장문포해전이 있다. 옥포대첩 승전지인 옥포만에 대우조선해양, 이순신 장군이 종횡무진 누비며 활약한 곳인 광이(廣耳)바다에 삼성중공업이 들어서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의 일이 아니다.

23만 거제시민은 세계 1위 조선산업도시의 자긍심을 지키고 1위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광이(廣耳)바다처럼 큰 귀를 가진 거제시민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시민정서’를 가지고 있다. 부산시의 얄팍한 꼼수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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