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만㎡ 크기의 차세대산업단지는 거제시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에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의 권민호 시장 공약이 아니다.

◆ 조선산업에 버금가는 성장동력 수레바퀴가 차세대 산업단지

거제시는 흔히들 조선산업과 관광이 양대 성장 동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람되지만 관광산업이 조선산업의 크기만큼 거제의 미래를 담보하는 ‘성장동력 수레바퀴’가 되지 못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굴뚝없는 미래 산업이 관광이고, 잘만 개발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 관광산업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탄성을 자아낼만한 자연경관, 많은 자본이 투자된 관광상품과 인프라, 독창적이며 창의적인 관광상품이라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남원시와 경주시는 유구한 역사문화를 갖춘 전라북도, 경상북도의 대표적 관광도시이다. 두 도시는 많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시민들이 관광으로만 먹고 살기에는 힘이 부치는 형국이다.

인구가 급격히 준 후 늘지 않고 정체돼 있다. 남원시는 인구가 9만명에 불과하지만, 투자유치과를 신설하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남원시 기획실 담당공무원은 “70년대에는 17~18만 인구였지만, 매달 200명씩 줄어 지금은 8만7천명이다”며 “투자 유치가 잘 안되기 때문에 투자유치과를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성과는 많이 나오고 있지 않다”고 했다.

경주시는 산업이 없는 관광도시로만 먹고 살기 힘들어, 오직 돈 때문에 대표적 님비(Nimbyㆍnot in my back yard)시설인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유치했다. 정부의 특별지원금 3,000억원에 폐기물 드럼당 63만7,500원을 받아, 경주시 예산 충당과 지역발전사업비로 사용된다.

통영의 케이블카가 300만명의 관광객을 달성했다고 요란하다. 300만명의 케이블카 탑승료는 200억원 내외가 될 것이다. 케이블카 탑승객이 정상에서 옥수수 하나 사먹고, 그보다 조금 더하면 횟집을 방문해 식사하고 떠나는 수준으로는 시민이 먹고 살기 힘들다.

거제시의 조선산업 성장동력 수레바퀴 크기에 비해 관광산업 수레바퀴는 크기가 너무 작다. 언밸런스(Unbalance)이다. 새로운 바퀴가 필요하다. 그것은 차세대산업단지가 조선산업에 버금가는 수레바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거제시 몸에 맞는 차세대 산업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하지만, 거제시의 미래성장 동력이 될 차세대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제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왜냐면 방향을 잘못 잡고 있고,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어디가 좋은 지 입지 찾는데 최소 1년, 1ㆍ2안 입지 중 여기가 맞다 저기가 맞다고 논쟁 벌이는데 하세월, 환경파괴 등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문제 해결, 설상 입지가 선정되더라도 막상 인허가를 받을려고 하면 맞다뜨리는 각종 난관 등등...

현실을 되짚어보자. 거제시는 세계 1위 조선산업의 핵심도시다. 세계 1위의 조선산업도시는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필요충분조건이 맞아떨어진 필연적 결과물이다.

세계 최초의 철갑 돌격선을 만든 선조들의 역사적ㆍ정신적 유산, 온화한 기후, 조선산업에 적합한 지리적 위치, 근면성실한 근로자, 우수한 인재, 강한 바닷바람에 맞선 끈질긴 시민 생명력 등 모든 조건이 어우려진 결과의 산물이다.

조선산업이 거제와 궁합이 맞아 세계 1위 도시가 되었듯이, 조선산업에 버금가고 거제시의 몸에 맞는 미래성장 동력이 될 차세대산업이 무엇인지 찾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거제의 역사, 지형, 지리적 조건, 지정학적 위치, 기후, 시민정신, 교통, 인접도시와의 연관성 등 모든 조건을 고려한 최적의 차세대산업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조선산업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세대산업만 찾아놓으면 그 다음 일은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수월할 것이다.

차세대산업을 찾는 일은 국내의 두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제공모를 통해서도 꼭 찾아야 할 것이다. 거제의 몸에 맞는 차세대 산업이 발굴되고 무엇이냐는 따라 차세대 산업단지 적지는 계룡산 정상도 될 수 있고, 사곡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산자원보후구역인 거제만, 하청 개안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적지를 찾는 일은 그 다음 문제다.

거제시는 4억원의 예산을 들여 차세대 산업단지 입지타당성 조사 용역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조달청에 발주를 해놓고 있다. 두 번 유찰이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4억원의 용역 예산이 들어가는 정부 표준품셈 기준은 용역기간과 용역의 범위 즉 면적이다.

용역기간은 내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이고, 면적 330만㎡이기 때문에 용역비가 4억원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차세대산업을 찾는 데 4억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거제시 담당공무원은 이에 대해 “차세대산업 발굴도 포함돼 있다”고 하지만, 용역이 완료된 후에는 왠지 모르게 거제시의 몸에 맞지 않을 예감이 든다.

각종 행정용역은 수요자의 인식 수준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로 돼있다는 것이 통례이다. 수요자의 요구에 끼워맞추기식으로 용역이 수행된 사례가 허다하다. 몇 년 전 예산을 들여 ‘세계군무축제가 거제시에 가장 맞다’고 용역을 했지만, 세계군무축제 옷은 한번도 입어보지 못하고 폐기처분됐다. 아까운 예산만 허비했다.

◆ 차세대산업단지가 거제시청 울타리 안에서 맴돌고 있다

차세대산업단지 조성 업무 추진이 거제시청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제시와 시의회에서 티격태격(?)이다. 거제시의회는 “예산 승인 권한을 가진 시의회를 무시하고는 한발짝도 못간다”며 발목을 잡고 있어 더디기만 하다.

지방자치 시대에 그 도시의 발달 수준을 결정짓는 것은 자치단체장과 시의원들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사업에 예산이 들어가고, 그리고 예산을 심의ㆍ의결하는 곳이 시의회이기 때문이다. 거가대교 개통 대비 대책을 그동안 거제시와 시의회는 수없이 논의했을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것이 있는가? 거제시장이 잘못해서 그런가?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시의회의 잘못도 크다.

사람마다 인식 수준의 한계와 능력의 한계를 누구나 가지고 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내가 하는 것은 다 맞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스런 발상이다. 지금의 선택이 옳은 지 그른 지를 두려워할 줄 아는 겸손한 마음이 앞서야 한다.

도로를 뚫기 위해 논의된 노선이 유일한 방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먼 미래에는 잘못된 결정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민호 시장은 거제시의원을 상대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도 (차세대산업단지를) 추진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각자의 이해관계로 갈등이 생긴다면 차세대산업단지는 어렵다”며 “미래를 보면서 대승적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자”고 23일 밝혔다.

◆ 인재가 필요하다

차세대산업단지는 산이 많은 거제의 지형 특성상 바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다를 매립해서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토해양부 등 정부 부처를 설득시키기가 만만치 않다.

정부는 올해 여름,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미래의 공유수면 매립 수요 조사를 마쳤다. 각 지자체가 요청한 매립 면적의 40% 정도만 매립 인허가가 날 것이라고 한다. 그 이후의 매립 인허가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한다. 거제시가 추진하는 차세대산업단지는 매립 수요 면적 조사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공유수면 매립과 관련해 국토해양부, 한국수산개발연구원 등 정부 부처 관계자를 설득시켜 관철시킬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공개채용으로 새로 뽑던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고현항 재개발이 공유수면 매립, 상업용지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 기본계획까지 완성시켜놓은 것은 삼성중공업의 자금력(26억원, 경남도 자료)과 인재, 인맥, 로비력, 중앙 부서 인맥을 가진 거제시 해양항만과 담당공무원의 노력 때문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고현항 인공섬은 큰 난관을 넘었기 때문에 금융사정만 호전되면 사업을 진척시키는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세대산업단지와 관련 내년 1년 동안 하게 될 입지타당성 조사 용역 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물밑 협의를 거쳐, 추후에 ‘공유수면 매립 반영 요청서’만 국토해양부에 제출하면 중앙연안관리심의회가 열릴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차세대산업단지는 권민호 시장의 개인적 공과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거제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다. 언젠가 사양길을 걷게 될 조선산업 이후를 생각한다면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 미래산업이 없어, 시민이 거제를 떠나고 곳곳에 텅빈 아파트만 있는 황량한 도시로 전락했을 때를 상상해보자.

미래의 생존을 걱정하도록 하는 끊임없는 위기감 조성이 '1등 삼성'을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거제 미래를 두려워하는 위기의식만이 우리의 후손들이 '희망찬 거제'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넓고 크게 멀리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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