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 '백지화' 파장 만만찮다…거제시도 공식 입장 밝혀야
같이 시작한 사천·진주 항공국가산단, 밀양 나노융합 국가산단 조성 순항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이 14일 사업시행주체인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주) 청산주주총회를 끝으로 ‘백지화’됐다.

거제인터넷신문이 이번달 4일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이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몇몇 독자는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거제 정치권 한 인사는 “남부내륙철도 거제역(驛)은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 사업계획을 세울 때, 계획했던 ‘철도역사 부지’에 결정됐다. 국가산단이 없어진만큼 철도역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의견을 나타냈다.

또 다른 시민은 “거제시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만료된 환경영향평가 1년 걸려 다시 하면 되지, 그것이 뭐가 그리 큰 문제라고 거제 백년 먹거리를 없애버리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시민은 “이제는 공유수면매립 허가 받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그래서 해양수산부에서도 5년이 지났지만, 공유수면 매립 허가는 유효한 것으로 해석했다. 거제시는 산악지형이 많아 가용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어렵게 받아 놓은 공유수면 매립 허가는 어떻게 하든지 살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이름이 ‘국가산단’이었으면, 국가기관이 시행‧시공을 맡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은 민관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추진하는 ‘민간주도형’ 국가산단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2013년 4월 4일 국토교통부는 ‘2013년 국정과제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이때 “밀양(나노), 거제(해양플랜트), 사천(항공), 원주(의료) 등에 미래 창조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산업단지 조성을 중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밀양 나노융합국가산단과 사천 항공국가산단은 결실을 하나하나 맺어가고 있다. 사천 항공국가산은 진주지구, 사천지구로 나눠져 공사가 진행중이다. 경남항공 국가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꾸었다. 진주지구는 진주시 정촌면 일원에 82만㎡(25만평)을 조성한다. 사천지구는 사천시 용현면 일원에 82만㎡(25만 평)를 조성한다. 총 165만4910㎡(50만평) 규모다.

밀양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는 밀양시 부북면 일원에 166만㎡(50만평)규모로 사업비 약 3,209억 원을 투입해 조성 중이다. 밀양 국가산단은 이번달 14일 국토부로부터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지정을 받았다.

▲ 밀양 나노융합스마트그린산단 조감도
▲ 밀양 나노융합스마트그린산단 조감도

항공국가산단, 나노국가산단은 50만평 규모다. 이에 반해 사곡 산단은 약 115만3,000평이다. 국가기관이 아닌 민관 합동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추진했던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은 규모가 너무 컸다.

사업비도 1조2,664억원으로 턱없이 높았다.

면적이 너무 크고, 사업비도 1조 단위를 넘어 ‘대기업’ 참여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으면 승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 국토부 입장이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밀양 나노산단이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지정된 후 “나노융합 스마트그린 국가산업단지가 지역 성장을 주도하는 혁신거점이 될 기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품 산단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일호 밀양시장이 밝혔듯이, 국가산단은 ‘지역성장을 주도하는 혁신 거점’이 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지역 경제 버팀목 역할을 수십년째 하고 있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거제시 성장이 멈추어있다.

거제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국가산단은 9부 능선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국가산단은 사곡만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수면 아래로 침몰했다.

국가산단 지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묶여 수년째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사등면민‧토지주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까지 참고 지내온 것은 국가산단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거제시는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이 백지화된 후, 사곡 지역은 KTX 거제역사 입지라는 점에서 역세권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등 새로운 대안을 구상할 계획이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역세권 개발’은 간단치 않다. 이미 통영시에서 역세권 개발은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통영시 역세권 개발 규모보다 더 커야 한다. 그런데 어떤 자본으로 적정 규모를 갖춘 역세권 개발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거제는 되는 것이 없다’는 시민들의 ‘패배감과 상실감’은 무엇으로 보상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거제시도 국가산단 백지화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4일 거제인터넷신문 기사보도에 많은 시민이 댓글을 달았다. 하나를 소개한다.

“세계 무역 거래는 죽느냐 사느냐 경제 전쟁이다. 조선업 또한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피를 깎는 단가싸움과 기술력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사곡산단은 조선업 세계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조선기술 기초를 다진다는 사고방식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성공시켜야 된다는 열망으로, 거제 미래 자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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