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업체들, 대출길 막혀 설비증설 못해

조선일보 10월 4일 A12면 인용보도<김성현 기자>

 
◆ 수주한 선박 건조 차질 빚을까 '발동동'…전남도·해남·목포 등 정부에 지원 건의

지난 1일 전남 해남군 화원반도 북동쪽 바닷가. 대한조선㈜ 제1도크에서는 70m 높이의 600t급 겐트리크레인(Gantry Crane·일명 골리앗크레인) 아래로 17만t급 벌크선이 진수(進水)를 하루 앞두고 마무리 의장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든 세 번째 배로 길이가 298m, 너비 45m, 높이가 48m에 달해 보는 이를 압도했다.

1도크 옆에는 2도크와 안벽이 들어설 214만㎡ 부지정리가 끝났고, 너비 115m, 길이 460m의 도크가 14m 깊이로 파여 있다.

대한조선은 이곳에 2013년까지 420여 만㎡의 조선소와 190여 만㎡의 연관산업단지, 인구 5만 명의 배후도시를 갖춘 조선타운을 건설할 예정이다. 3도크까지 완성되면 매출 7조원에 3만3000명을 고용할 것으로 회사는 예상한다.

전남도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서남권 조선산업 클러스터' 구축에서도 이곳이 핵심이다. 대한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이끌고 10여 개 중형 조선소와 기자재업체 등이 가세하면 2015년에는 연 매출 15조원에 고용 6만 명 수준으로 성장, 국내 조선산업에서 3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남도는 내다본다.

김병주 전남도 조선산업담당은 "가족까지 포함하면 전남 인구의 7~8%를 조선산업이 먹여 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생 조선소 대출 막혀

세계적 호황을 타고 순항하던 서남권 조선산업에 최근 비상등이 켜졌다. 대한조선과 C&중공업 등 2곳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유입이 막혀 제때 설비(증설)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조선은 1도크가 올 들어 4번째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등 활기를 띠고 있지만, 2도크 설비투자는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주한 43척(35억 달러) 가운데 2도크 물량 22척의 건조가 차질을 빚지 않을까 발을 구르고 있다.

목포 삽진산단의 C&중공업도 자금난으로 최근 첫 선박을 건조하던 중 가동이 중단됐다. 이 회사는 2011년까지 건조할 선박 60척(30억 달러)을 수주해놓고 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모기업인 대주건설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된 뒤 대출이 꽁꽁 막혔다. 대주그룹은 자산매각 등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해 안정을 찾았으나, 대한조선 시설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중공업은 그룹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과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지 못해 발이 묶였다.

◆‘조선업 전망’상반된 시각

금융권은 최근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따라 기업 대출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데다, 조선산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자금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기존 메이저 조선업체들이 신생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과잉투자론'과 '중국의 추월' 등 논리를 퍼뜨려 금융지원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억울해 한다.

김호충 대한조선㈜ 대표는 "기술 수준과 생산성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위협'은 과장돼 있다"며 "조선 경기가 나빠질 거라면서 메이저 업체들은 왜 투자를 늘리느냐"고 반문했다.

전남도 관계자도 "중국은 전문·기능인력 부족과 인건비 급상승 등 약점을 안고 있어 우리가 20년 이상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라며 "지난해 초부터 기존 업체들을 중심으로 조선업 위기론이 유포됐고, 이 때문에 금융권이 조선업 대출에 신중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 지원”호소 잇따라

전남도와 지역 경제계 등은 이들 업체의 어려움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정부와 금융권에 지원을 건의하고 나섰다.

전남도는 최근 청와대와 국회 등에 이들 2개 업체의 상황을 설명하고 정책적 판단과 지원을 건의했다. 또 4대 시중은행을 방문해 협조를 요청하고,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에 RG 발급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도는 "2004년 정부가 조선산업을 전남지역 전략산업으로 선정, 육성해왔다"며 "이곳 중형조선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구축되면 아직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형조선 분야에서도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남군과 목포시, 목포상공회의소 등도 청와대와 정부부처 금융기관 등에 건의문을 보내 서남권 조선업체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양복완 전남도 경제과학국장은 "조선산업은 외화 획득과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큰 효자산업"이라며 "정부가 적극적 육성의지를 밝히고, 금융권도 조선산업 경쟁력을 새롭게 평가해 지원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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