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문 기자
'거제 역사의 정체성 밝혀줄 유적지 '왜곡'-신라시대 쌓은 성을 고려 의종 때 쌓은 것으로 왜곡-"성곽 전체 발굴조사와 국가사적지 지정 서둘러야"'

2007년 9월 둔덕면 거림리에 있는 그 당시 둔덕 '폐왕성지'을 취재한 후 작성한 기사 제목이다.(아래 기사 참조) 그 당시 '폐왕성지' 안내표지판에는 '이 성은 1170년 정중부 등이 무신난을 일으켰을 때 의종이 이곳으로 쫓겨와 의종이 쌓은 것이라 한다'고 잘못 적어놓았다. '둔덕 기성'은 고려시대 때 의종이 피난 와서 쌓은 것이 아니라, 신라시대 축조된 것임에도...

문화재청은 둔덕 폐왕성을 정밀 조사한 후 2010년 8월 24일 '거제 둔덕기성’으로 명칭을 확정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09호로 지정했다. 

거제시의 허락 하에 최근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안 흥남철수작전기념비가 있는 곳에 김백일 장군 동상을 세웠지만, 일제시대 '간도특설대' 친일행적이 드러나 철거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거제와 직접 관련이 없으면서 난데없이 세워진 김백일 동상으로 인해 거제시민들끼리 갈등양상을 빚고 있다. 흥남철수기념사업회 등 동상을 세운 주체들은 '동상 철거는 있을 수 없다'고 완고하게 버티고 있다.

권민호 시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김백일 동상 때문에 생긴 시민의 갈등 양상을 보고, "동상을 세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운을 떼면서 "당장 철거해야 할 뚜렷한 명분이 없어 곤욕스럽다"고 했다.

거제시는 장승포 망산공원에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의욕있게 추진하고 있다. 권민호 시장은 앞으로 조성될 흥남철수기념공원에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미국 LA 인근에 정박해 있는 '레인 빅토리호' 인수 협상을 위해 24일부터 29일까지 미국 방문에 나섰다. 당초 이 시기는 거제시의회 시정질문이 계획돼 있었지만, 시정질문도 다음달로 미루고 '부랴부랴' 미국 출장에 올랐다.

1950년 12월 15일부터 24일까지 이루어진 흥남철수작전은 웬만한 시민은 내용을 다 알고 있고, 설상 모른다고 해도 인터넷에 간단히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2, 23일 연합뉴스, 뉴시스를 비롯해 조선일보, 세계일보, 지역언론에 일제히 '거제시, 흥남철수작전 미국 상선 인수키로'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다.

모든 기사에 "거제시는 당시 군수품 등 물자만 옮긴 레드오크 빅토리호·아메리칸 빅토리호와 달리 7,009명의 피란민을 흥남항에서 거제 장승포로 수송한 ‘레인 빅토리호’를 가장 유력한 인수대상으로 작업을 추진 중이다"고 직접 인용했다.

그리고 인터넷검색을 통해 거제시 관광과 담당공무원이 올해 4월 27일 연합뉴스 방송과 가진 인터뷰 기사도 접하게 됐다. 이 공무원은 "레인 빅토리호가 1950년 12월 21일 흥남에서 피난민 7,009명을 싣고 거제도로 왔기 때문에 '레인 빅토리호'가 장승포항에 오는 데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아래 내용은 조선일보 24일자 '만물상'에 실린 '레인 빅토리호' 관련 내용이다.

"6·25 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6일 미군과 피란민 7009명을 태운 미국 상선 레인 빅토리호가 원산항을 빠져나왔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근처 흥남부두에서는 배에 오르지 못한 10만여명이 울부짖었다. 트럭·대포 같은 군 장비를 먼저 싣고 빈 공간에 난민을 태운 탓에 배 안도 지옥이긴 마찬가지였다. 사람 위에 사람이 포개 앉고 그 위로 구호용 주먹밥이 날아다녔다. 그때 "응애" 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극한 상황에서도 태어난 새 생명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이틀 후 배가 부산에 도착했을 때 승선 인원은 '7010명'이 돼 있었다."

22,23일자 언론보도, 거제시청 공무원 발언과 본사의 23일자 기사 및 24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내용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팩트(fact)는 간단하다. '레인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 6일 원산항에서 피난민 7,009명을 싣고 이틀 뒤 부산항에 도착하니 7,010명이 됐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미국으로 '레인 빅토리호' 인수협상을 위해 떠나면서 어떠한 내용을 인지하고 갔을까 궁금해진다. 거제시 관광과 담당공무원이 건네주는 자료에 근거했을 가능성이 높다.

'1950년 12월 21일 흥남에서 피난민 7,009명을 싣고 거제도에 온 '레인 빅토리호를 우리 거제시에 매각해주십시오.' 혹 권민호 시장이 미국인 앞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낮이 뜨겁다.(통역자라도 제대로 알고 바르게 통역해 주면 다행인데)

권민호 시장은 미군 심부름꾼으로 일하다 입양됐던 폴 신(77·한국명 신호범) 미 워싱턴주 상원부의장의 초청으로 미국에 갑작스레 가게됐다고 밝히고 있다. 신호범 상원부의장은 지난달 27일 김백일 장군 동상 제막식 때도 행사 현장에 함께 있었다.

김백일 동상과 같이 '레인 빅토리호'도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일정 거리를 두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인수협상을 거쳐 '레인 빅토리호'가 거제에 전시될 때, 레인 빅토리호 이력에 '12월 6일을 21일, 원산을 흥남으로, 부산을 거제로' 표기했을 경우 트위트 등 SNS에 '짝퉁이다'는 간단한 한마디로 몇 백억원이 순식간에 날라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사실 그대로를 표시해야 한다.

흥남이 요즘 자주 언론에 거론되는 곳이 또 있다. 최근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이 쓴 '문재인의 운명'이 초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을 소개하는 이력 첫머리에 '1952년 경남 거제에서 출생'이라고 밝혀져 있다. 궁금해서 책을 사보았다.

"내 부모님 고향은 함경남도 흥남이다. 부모님은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고향을 떠났다. 아직 젖먹이였던 누나를 업고 피난을 내려왔다. 나는 거제에서 피난살이 중에 태어났다. 시골집 방 한 칸에 세 들어 살 때였다. 주인집 아주머니도 임신하는 바람에 다른 집에서 나를 낳았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부산 영도로 이사했다." 문재인 이사장이 밝힌 내용은 거짓됨을 느낄 수 없다.

둔덕 기성에서도 보여주듯이 1400여년 전의 역사도 오롯이 '진실'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김백일 동상 철거 논란에서 보듯 '진실'은 쉽게 감춰지지 않는다.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안에 세워진 흥남철수작전기념비 문제점이 곳곳에 발견되고 있다.

앞으로 조성예정인 흥남철수기념공원도 흥남철수기념사업회 등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역사검증위원회를 두어 역사와 인물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은 아직 용역도 끝나지 않았으며, 예산확보를 어떻게 할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거제는 무진장한 역사의 '광맥'이 묻혀있는 곳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역사관으로 역사를 자의적으로 칼질했다가는 큰 사단이 날 것이다.

역사는 정직하고 거짓이 없다. 역사 앞에 겸허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는 흥남이 아니고 거제다.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숨결이 살아숨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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