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육지로 가라. 또 바다로 가라" 생떼…거제시의회, '바다 건너 불 구경'

한국가스공사가 내년 연말까지 마무리 지어야하는, LNG 통영생산기지에서 거제 연초까지, 주배관 매설공사가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중 가장 큰 문제는 통영생산기지에서 신거제대교까지 18㎞ 구간 중 통영시가 관할하는 국도 14호선, 통영시 군도 7호선 등 7.02㎞ 구간이 막혀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 구간에 두 차례나 통영시에 도로굴착 심의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 통영생산기지에서 거제까지 가스관 매설에 통영이 관할하는 국도14호선, 군도 7호선을 지난다는 이유로 발목을 잡고 있다.
내년 연말까지 1,020억원을 투자해 통영 생산기지에서 거제 연초까지 매설키로 한 주배관 길이는 23.4㎞였다. 통영생산기지에서 해저배관 9㎞, 성포에서 국도 14호선을 따라 연초까지 14.4㎞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 24일 9㎞ 해저구간 매설을 포기했다. 통영생산기지에서 국도 7호선, 국도 14호선, 통영시 군도 7호선, 신거제대교, 국도 14호선, 성포리로 선회했다. 당초 매설 노선 길이보다 17.8㎞가 늘어났다.

▲ 당초 통영생산기지에서 성포까지 해상으로 가스관을 매설키로 했으나 바다 보상 협상 난항으로 육지로 선회했다. 통영시와 통영시의회는 또 바다로 가라고 하고 있다. 국가기간 동맥을 놓고 '이래라 저래라' 지나치다.
바다 매설에서 육상으로 선회한 가장 큰 이유는 통영 생산기지에서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를 통과하는 해저구간의 어업권 보상 협상 난항과 과도한 보상금 책정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거제시, 통영시, 어민, 환경대책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어업권 피해보상을 논의했다.

어민들은 "통영생산기지에서 생기는 냉배수의 어업 피해보상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해저 배관 보상협상에 나서지 않겠다. 육상으로 우회해라"고 요구했다.

모 대학에서 산정한 어업권 피해 예상액이 1,000억원으로 공사비와 맞먹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과도한 어업권 피해 예상액을 산정한 모 대학은 수사기관의 수사선상에 지금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영시 광도면, 용남면 등 어민들이 다른 보상을 빌미로 어업권 보상 협의에 나섰지만, 한국가스공사는 그렇다면 육상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결정을 내렸다. 육상 구간도 또 통영시 광도면과 용남면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 용남면 이장들이 지난달 24일 모임을 갖고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운운하고 있다.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가스관 매설이 육지로 선회함으로써 바다구간 보상금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육로 구간 공사를 어찌하던 막아야 한다. 그래야 얻을 것을 얻어낸다. 그 선두에는 통영시 광도면 용남면 등에 지역구를 둔 이장근 통영시의원이 있다.

국도 14호선과 군도 7호선이 관통하고 있는 통영시 광도면, 용남면 등이 지역구인 이장근 통영시의회 의원은 지난달 19일 시정질문으로 "육로 가스관 매설은 안된다. 처음 계획대로 바다 구간으로 공사를 해라"고 통영시와 한국가스공사를 압박했다.

통영시의회는 지난달 28일 이장근 통영시의원의 시정질의에 결의문 채택으로 맞장구를 쳤다. 통영시의회는 "해저노선으로 시공해라. 육상 노선을 고집할 경우 통영시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고, 그 책임은 한국가스공사에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육로로 가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또 바다로 가라는 것은 '보상금 만큼 통영에 뭘 주고 가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  

통영시의회 결의문에는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는 내용도 들어있다. "통영시에는 2004년부터 가스공급이 시작된 후 보급률이 31%에 그치고 있다"며 "(LNG생산)기지가 있는 통영시에는 투자를 꺼리면서 수용가가 많은 거제지역을 위하여 통영 시민은 가스 폭발의 위험성에 노출되고 재산권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육상노선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통영가스관은 안전해서 폭발 위험이 없고, 거제 가스관은 폭발 위험이 높다는 것인지 도무지 앞 뒤가 안 맞다.

통영시는 결국 이번 기회를 통해 통영시의 가스 공급률 증대를 앞당기고, 다른 것도 더 받아내자는 속셈이다. 그리고 통영시의회는 거제와 관련된 현안만 거론되면 ‘결의문’이다 뭐다 하면서 강수를 떠, 어리둥절하게 한다. 뭔가 피해를 본다는 피해의식이 잠재된 느낌이다.

통영시에는 2009년 5월 15일 한국가스공사와 협의한대로 '통영시 가스공급 확대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54억원의 예산을 들여 가스관 13.6㎞를 매설한다는 계획이다. 통영시도 가스공급이 늘어나면 지금의 12인치인 주배관은 포화상태에 이른다. 지금 매설하고 있는 30인치 주배관에서 지선을 빼내야 한다. 거제까지 오는 30인치 주배관은 장기적으로 통영시에서도 반길 일이다.

그렇다면 거제 사정은 어떨까. 2012년 말까지 주배관 매설이 완료되고 또 정압관리소 공사가 마무리되어도 각 가정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각 산업현장까지의 가스공급은 또 한 차례 공사가 남았다. 정압관리소에서 각 가정, 산업현장까지 지선 가스관 매설은 경남가스공사가 담당한다.

도시가스가 정상적으로 공급되면 각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금액은 100억원이 넘을 것이다. 산업현장의 생산원가 절감액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다. 가정 경제의 부담을 들어주고 새롭게 들어서는 아파트 등의 분양가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각 산업현장의 경쟁력은 덩달아 높아질 것이다.

이같은 절박함에 비해 거제시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거제시의회나 시의원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통영시의회가 저렇게 나서는 것은 장사도 문제의 연장선상이다’는 식으로 강 건너 불 구경하고 있다. 장사도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고, 가스 문제는 거제시민 전체의 문제이다. 차원이 다르다. 거제시의회를 바라보는 거제시민의 여론은 그렇게 좋지 않다.

거제시, 통영시, 거제시의회, 통영시의회 4자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하루 빨리 강구해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도 통영 지역구 국회의원과 현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군현 국회의원은 통영시 정량동에서 남부면 저구리까지 한산대첩교 건설을 의욕있게 추진하고 있다. 이 노선은 마산에서 연초까지 이미 노선이 연장된 국도 5호선을 또 연장시켜야 한다. 통영과 거제가 서로 상생하지 않으면 현안 문제 해결은 어렵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다.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연말까지 협상을 벌이다가 더 이상 진척이 없으면, 모든 사업을 접고 철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그때는 거제시의원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쏟아지는 시민의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모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61.5%가 '기초단체장 선거와 기초의원 선거는 필요없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은 결코 우연적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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