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카페리사업도 공공 개념 접근 서비스 수준 높여야
조용하던 장목면 간곡마을이 연일 지역언론에 등장한다. 거제 장목면 간곡마을과 진해 안골 사이를 운항하는 풍양카페리선 때문이다.
마을 주민 30여명은 2일 오후 2시 저녁 7시 30분까지 거제시청 주위에서 시위를 벌였다. 10여명의 마을 노인들은 시청 정문에 이불을 펴고 밤샘을 할 태세에 들어가자 경찰과 간곡마을 젊은이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저녁 7시 30분 거제시청 버스로 귀가를 했다.
이에 반해 마을 주민들은 성우카페리선이 접안하고 있는 장목 구영마을과 같은 수준의 마을 발전기금을 요구하고 있다.
장목면 구영마을은 마을선착장, 주차장 용도의 물량장 사용, 간이터미널 등을 성우카페리선이 이용하는 댓가로 월 450만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가게 횟집 등의 소규모 지역 상권활성화 도움 등을 감안하면 마을에 주는 혜택은 자연부락이 받고 있는 혜택이 큰 편이다.
이에 반해 간곡마을 주민들은 한해 300만원, 500만원, 700만원을 받고 있다가 2007년 10월 전임 이장 박 모씨 혼자와 풍양SNT측이 비밀리에 맺은 '마을주민동의 약정서'에 명시된 1,000만원을 주겠다고 하고 있다. 2008년이 지난지가 1개월이 지났는데, 2008년도 마을 발전기금도 아직 정산되지 않았다.
풍양SNT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한해 25만대의 차량과 6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간곡마을 주민들은 전임 이장 박 모씨 혼자와 풍양SNT측이 '마을주민동의 비밀약정서'를 맺은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간곡마을 주민들은 또한 선착장 점사용 연장 허가를 법에 정한대로 3년마다 갱신하는 줄도 몰랐다. 2000년에 맺은 약정서에 따라 풍양SNT가 매년 주는 데로 마을발전기금을 받았다.
간곡마을 주민들은 인근 구영마을이 3년마다 점사용 연장허가를 받고 있고, 마을주민과 원만히 협의하는 과정을 알게 됐다.
이에 간곡마을 주민들이 거제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간곡마을의 선착장 점사용허가 과정과 점사용 연장허가 과정의 서류를 살펴보게 됐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살펴본 서류가 오류 투성이였다. 전임 박 모 이장이 마을 주민의 전체 의견 수렴과정도 없이 풍양SNT와 '1년에 마을 발전기금은 1,000만원으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마을주민 비밀동의 약정서'가 2007년에 작성돼 첨부돼 있는 것도 알게 됐다.
간곡마을 선착장은 제2종 어항시설로 '어선을 위한 시설'이다. 어선의 경우는 어항시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을 '어촌 어항법'에 명문화시켜놓았다.
풍양카페리의 접안으로 어민들이 어항시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돼 해당 선착장을 주로 이용하는 어촌계(궁임어촌계) 사전 동의는 관습법화 돼있다.
그런데 어촌계의 사전 동의 서류도 허점투성이었다. 궁임어촌계가 어촌계원 전체 회의를 거쳐 풍양카페리선의 점사용에 동의해준 것이 아니었다. 어촌계장과 간사 총무 4명이 비밀리에 동의해준 서류가 점사용연장허가 서류에 첨부돼 있었다.
거제시는 1월 30일 간곡마을 주민 앞으로 공문을 보내, '점사용연장허가에는 주민동의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전임 이장의 비밀약정서'와 '주소가 틀리고 어촌계 간부만 날인 어촌계 동의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보냈다. 민선 시장의 면피용 답변에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중재안의 문서화'와 '풍양SNT 책임있는 관계자의 사과'등 요구했다. 중재안 문서화도 이뤄지지 않았고, 책임있는 관계자의 사과도 없어 2일 집회를 강행하게 됐다.
풍양SNT사의 실질 사주인 김 모 씨는 거제에서 풍양카페리를 하기 전에 인천에서 카페리사업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인천의 카페리사업은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고향인 거제를 찾게 되었고, 한해 25만대의 차량과 6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며, 최소 1년동안 6~70억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 반열'(?)에 올랐다. 김 모씨가 지난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진해시에 5백만원을 쾌척했다는 언론보도를 보았고, 본인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오늘의 김 모 씨가 있기까지 밑거름은 '장목면 간곡마을'이고 '간곡마을 주민'이 선착장 사용을 동의해주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의 카페리선 운항 경험을 통해 김 모 씨는 주민동의과정과 선착장 사용 인허가 과정을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었고, '인천의 실패'를 좋은 거울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목면 간곡마을 주민들은 카페리가 무엇인지, 점사용 허가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시골의 노인들이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다. '풍양카페리'가 없었으면 오늘과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원인 제공자가 주민 앞에 당당히 나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풍양카페리의 문제는 비단 마을 주민과 풍양SNT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60만명의 승객과 25만대의 차량이 이용하면, 카페리는 이제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서비스' 수준을 넘어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의 서비스'이다. '공적인 개념'으로 접근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좁은 2차로에 승차를 위해 한 차선을 점거하고 몇 백 미터 늘어선 불법 주정차 문제, 소음, 비산먼지, 매연, 매점 등 간곡마을 풍양카페리 터미널을 방문하면 한심스러운 수준이다.
풍양카페리 터미널도 거제의 '또 하나' 얼굴이다. 승하차가 용이한 주차시설, 비산먼지가 생기지 않고 그늘과 휴식공간이 있는 광장, 갈끔하고 청결한 매점 등의 시설을 갖춰 한 차원 높은 서비스가 있을 때 거제의 이미지는 한결 높아질 것이다.
거제시도 '개인의 사업이니 맘대로 해라'가 아니라, 이제는 '공영간곡카페리터미널'이라는 인식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김철문 기자
kcm@gj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