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거제 시내버스 신설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 김철문 기자
부산~거제간 시내버스 노선 신설을 놓고 부산시, 경남도, 거제시가 대립하고 있다. 부산은 적극적인 반면 거제 경남은 머뭇거리거나 반대하고 있다.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항상 대두되는 것이 관점 즉 패러다임(paradigm)이다.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그리고 배운 정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항상 여러 관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 예속된 환경적 요인 때문에 관점이 고착돼 있다. 동굴 속에 갇힌 사람은 햇빛이 들어오는 곳을 동쪽으로 착각하기 쉬운 것과 같다.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행정 또한 매한가지다. 부산~거제간 시내버스 신설 문제가 대두될 때 어떠한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접근방법, 해결방법에 큰 차이를 보인다.

시내버스 노선 개설에 여러 관점과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대충 요약하면 이렇다.

부산은 가덕을 기점으로 하면 고현까지 오는데 문제가 없지만, 거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8조 1항 때문에 저도에서 부산역까지 30㎞가 넘어 거제 시내버스는 운행할 수 없다.(30㎞가 도로거리인지, 직선거리인지도 명확하지 않음.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토해양부 장관이 고시하는 경우 50㎞도 가능)

시외버스 노선 신설을 놓고 경남도와 부산시의 법정 싸움 연장선상의 감정싸움이다.(경남도는 부산시와 협의를 무시하고 시외버스 신평역 정차를 강행하다 '신평역 정차는 불법이다'며 1심서 패소)

▲ 시외버스 신평역 거제방향 정류장. 경남도가 거제시민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카드결재도 안되고 시외버스 정류장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이러한 시설이 존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내버스 허가권은 거제시가 가지고 있지만, 협의조정권은 경남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제시와 부산시가 시내버스를 협의할 것이 아니라 경남도가 나서야 한다.(경남도 주장.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과 양산․김해가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할 때는 경남도가 간섭하지 않더니만 유독 거제시에만 간섭하고 있다고 함.)

경남이 제안한 5,000원 요금의 부산역 왕래 리무진 시외버스는 부산시가 반대하고 있다. 김해 경전철이 개통되면 부산~김해 왕래 시내버스 노선이 줄어들기 때문에 거제쪽으로 시내버스를 돌릴려고 하는 부산시의 속셈이 숨어있다.(경상남도, 경남 일부 언론 주장)

시내버스가 광복동에 정류하는 것은 광복동 롯데백화점으로 거제시민을 끌어들이기 위한 부산의 전략이다.(백화점 쇼핑객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시내버스를 잘 이용하지 않음)

경남도는 시외버스 업자편을 들고 있어 시내버스 노선 신설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부산시 주장)

부산~거제시내버스가 개통되면 거제시 시내버스 업체 수입이 줄어들어 거제시내버스 업자는 반대한다.(거제시 주장. 협상 여하에 따라 거제 버스업체들이 부산에 투입되면 수입은 더 증대할 수도 있을 것임)

시외버스보다 이용이 편리한 시내버스가 개통되면 거제경제의 부산쏠림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시내버스는 막아야 한다.(거제시 일부 공무원과 일부 정치인)

그야말로 '동굴의 우상'에 얽매인 편협된 주장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여러 주의 주장보다는 시내버스가 갖는 의미, 부산~거제 시내버스 개통돼야 하는 당위성을 살펴보자.

먼저 시내버스, 시외버스, 고속버스, 마을버스, 지하철 등은 '서민'의 발이며 대중교통수단이다. 일차적으로 자가용이 없는 서민이 이용한다. 광역환승할인제도가 도입되면 부산과 거제서 시내버스 지하철 등을 마음대로 갈아탈 수 있다. 요금이 3500∼4000원 선으로 사상 6700원, 동부 9300원의 시외버스 요금보다 훨씬 싼 비용에 부산~거제를 왕래할 수 있다.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 부산~거제를 3~4,000원의 요금으로 얼마든지 왕래할 수 있음에도 9천원 이상을 주고 왕래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또 자가용 시대에 꽉 막히는 교통난을 해소하는 유일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선진 외국도시나 서울, 부산의 도심에는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단순히 서민 교통난을 해소 차원보다는 도심의 교통난을 완화시키는 역할이 매우 크다.

부산과 거제는 거가대교로 연결됐다. 시내버스 노선 신설 문제가 이 시기에 대두된 것도 많은 인적 물적 교류에 따른 필연적 사회현상이다. 광역지자체인 부산과 기초지차체인 거제시는 도시 경쟁력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산은 행정 교육 문화 교통 환경 등에서 거제보다 경쟁력이 앞서고 있다.

경쟁력이 높은 도시와 교류가 잦아지면 '빨대효과다 뭐다' 하면서 쏠림현상을 우려한 적이 있다. 편협된 관점이다.

눈앞의 빨대효과나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보다는 도시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거제는 도시라고 하지만 도시답지 않은 도시다'라고 하는 것은 섬 지역의 지리적 폐쇄성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개방이 시대적 대세이다. 개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개방을 통해 선진 행정시스템, 도로교통시스템, 문화, 의료 등을 받아들이는 마음자세와 대처능력을 갖추면 도시경쟁력은 높아진다.

부산~거제 시내버스 노선 신설 또한 거제의 개방과 연관돼 있다. 시외버스보다 저렴한 요금, KTX, 지하철에서 시내버스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환승시스템이 도입되면 교류는 더 늘어날 것이다.

▲ 거제 시내버스가 부산을 왕래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개방과 왕래가 잦아지면 시민의 눈높이는 높아진다. 행정과 의료, 교육, 문화, 사회각계 각층이 시민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기민하게 대응한다. 전체적으로 거제의 도시 경쟁력이 높아진다. 작지만 강한 도시로 거듭난다.

서울의 위성도시는 말할 것 없고, 부산과 가까운 양산 김해는 대학병원, 지하철, 경전철, 종합대학, 국립박물관 등을 보더라도 거제시보다 앞서 있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 이르러 그 도시는 부분적이 아니라 전체가 몰락하고 만다.

시내버스가 저렴한 서민 교통수단이고, 도심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책, 그리고 거제의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개방의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관점(paradigm)은 명확해졌다. 시내버스 개통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거제시 행정은 '시내버스 개통에 문제가 있는데 하면서 하기 싫은 듯'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고 있다. '궁즉통(窮則通), 통즉변(通則變)'의 간단한 이치만 생각하면, 시내버스 개통에 맞닥뜨리는 문제점 해결 방법은 '누워 떡먹기 보다 쉬운 일이다.'

일본에서 1981년 창업을 해 30년 만에 3조엔(42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손정의(54)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사업의 비전을 설정할 때 어떠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지 새겨볼 대목이 있다.

"눈앞만 보면 멀미가 난다. 사업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앞날이 막막하고 잘 안 보일 때는 더 먼 곳을 바라보라. 수백㎞ 앞은 물결이 잔잔하고 평온하다. 나는 300년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며 사업을 진행한다."

300년이 아니라 10년 앞만 내다보면 그때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하고 후회하지 않게끔 거제시 행정 패러다임(paradigm) 전환을 기대해본다. 이번에도 시의회 결의문 채택까지는 가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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