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상위법 개정 후 하위법 개정 미뤄 상충할 경우 하위법 '무효'

거제경실련,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등 거제지역 9개 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거제시의회가 제2종 일반주거지역 안에서 18층 이하로 제한되었던 건축물의 층수 제한을 해제시킨 것은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개정된 도시계획조례이기 때문에 재의(再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장면(조례 개정 발의자인 이행규 시의원이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모습을 메모하고 있다)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했다는 주장은 거제시가 지난해 12월 23일 입법예고한 도시계획조례의 여러 개정 내용 중 ‘제2종 일반주거지역 층수 제한 폐지’ 부분만 발췌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입법예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졸속으로 개정했다는 주장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제한 규정은 수 십 년간 도시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도심의 과밀화를 억제하며 스카이라인을 유지하여 도시계획의 근간을 유지했던 중요한 규정인데, 난개발과 과밀화 억제 대책을 세우지 않은 단계서 층수 제한을 풀었다"는 것이다. 난개발 방지와 과밀화 억제 대책은 현재 행정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거제시 경관 관리기본계획’이 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시민단체연대협의회 회원 중 일부는 14일 거제시의회를 다시 방문해 조례 개정에 대해 큰 목소리(?)로 항의하자 시의회도 ‘토론회나 공청회를 해보자’는 식으로 물러났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경관 관리 기본계획이 세워지기 전에 거제시의회가 층수 제한 폐지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보다 앞서 거제시의회는 지난해 연말 149회 임시회서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200%에서 250%로 50% 상향 조정하는 ‘거제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했다.

정부는 또 지난해 7월 1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별표5] ‘제2종일반주거지역안에서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은 18층 이하의 건축물로 한정한다’는 규정을 없앴다. 층수 제한을 폐지했다.

지난해 연말 거제시의회서 용적률 완화 조례 개정을 할 때 층수 제한을 같이 폐지했어야 했다. 7월 달에 법률이 개정됐는데도 12월에 열린 거제시의회서 조례를 바꾸지 않은 것은 거제시 도시과와 거제시의회 직무유기가 될 수도 있다. ‘시민의 민원 해소’를 위해 상위법이 개정될 때 신속하게 조처를 취했어야 한다. 법률, 명령 등이 상위법이 변경됐는데도 조례, 규칙을 시급히 바꾸지 않으면 피해는 시민이나 민원인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

거제의회 회의 규칙에 ‘입법예고를 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안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용적률이 50% 상향 조정됐는데, 18층 층수 제한을 그대로 두면 상식적으로 어떠한 현상이 생길까. 건축물이 위로는 더 올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옆으로 건물이 퍼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주거 공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녹지공간, 주차장, 도로, 주민편익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 것이다.

층수 제한을 폐지하면 ‘스카이라인 훼손’, ‘난개발’, ‘과밀화’가 뒤따를 것이다고 주장하는데 이해하기 힘들다. 용적률 250% 밖에 되지 않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건물이 스카이라인을 훼손한다면, 용적률 900%로 일반주거지역보다 3.6배 높은 일반상업지역에 들어서는 건물은 아예 들어서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스카이라인 훼손과 난개발은 거제의 도시지역 중 자연녹지지역을 풀어서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아파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또 경관관리 기본계획이 세워진 후 층수 제한을 폐지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은 더욱 더 이해하기 힘들다. 거제시가 행정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거제시 경관관리기본계획’은 건물 층수를 제한할 수 있는 강제 규정이 아니다고 담당 공무원이 말했다. 경관관리기본계획은 권고사항이나 참고사항일 뿐이다는 것이다.

거제시의회 의원들 또한 조례개정 후 시민단체의 무지(?)를 깨우쳐주지 못한 측면은 시의원 스스로도 전문성 결여에 대한 반성의 여지를 담고 있다.

유사 판례에 따르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층수 제한’을 폐지했는데, 하위법인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하지 않고 18층 제한을 그대로 두어 법률적인 문제가 상충했을 경우 하위법인 도시계획조례는 ‘무효’가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조례 개정을 방치했을 경우 시민이나 민원인이 입는 피해는 시민단체연대협의회가 모두 배상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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