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암반 부존량 산출 없이 시작한 것이 두고두고 발목잡는 형국
'몰취'한 39억3천만원 세경건설에 되돌려줘야…2024년 완공도 어렵게 돼

▲ 행정타운 부지 조성 공사 현장

정치인 시장의 업적 쌓기 행정을 시 집행부가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시행했을 경우 어떠한 결과로 귀결되는 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행정타운 부지 조성 사업’이다. 행정타운 부지 조성 사업은 석산개발 방식으로 사업자가 부지에 잔존한 암반을 채굴해 팔아서 부지 조성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9일 거제시의회 경제관광위원회는 집행부 도시계획과를 상대로 내년 업무보고를 받고, 예산안을 심의했다.

도시계획과는 내년 예산안에 행정타운 조성 사업과 관련해 ‘생소한’ 39억3천만원을 새롭게 편성했다. 이 예산은 거제시가 행정타운과 관련된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에 돌려주어야 할 돈이다.

권민호 전임 시장 시절 행정타운 조성 최초 사업자였던 세경건설은 서울보증보험을 대상으로 39억3천만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거제시와 세경건설은 행정타운을 조성하면서 거제시에 100억원을 납부토록 했다. 39억3천만원은 세경건설이 공사진척에 따라 거제시에 납부토록 한 20억원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몰취’한 금액이다. 거제시는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39억3천만원을 받았다.

세경건설이 제기한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은 지난 9월 28일 1심 판결이 났다. 세경건설이 승소하고, 서울보증보험이 패소했다.

판결 요지는 “공사 진척에 따라 거제시에 납부토록 한 금액을 세경건설이 내지 않은 것은 세경건설에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다. 행정타운 조성 부지에 당초 예측‧계약한 암반은 나오지 않고, 토사가 많이 나와 원활한 공정을 추진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거제시가 예측한 원석기준 233만㎥의 암반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하는 토사가 나왔기 때문에 거제시도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서울보증보험이 패소했기 때문에 거제시가 몰취한 39억3천만원을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변광용 시장 시절 재공모를 통해 2020년 3월 대륙건설 컨소시엄과 다시 협약을 체결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변광용 시장 시절 계약 때도 암반 부존량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비용을 들여 처리해야 할 토사량은 17만3㎥로 예측해, 계약을 했다. 막상 현재 공정률 약 65%에 이른 시점에 토사량은 17만㎥가 아닌 73만㎥가 됐다. 약 56만㎥가 더 늘어났다. 추가 처리비용만 해도 40~5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토사량이 늘어난 만큼 암반 부존량은 줄어들어 원석기준 233만㎥는 더 맞추기 어렵게 됐다. 판매할 수 있는 암반량도 170만㎥로 대폭 줄어들었다.

토사량 처리비용, 부족한 암반량을 합치면 사업비가 최소 60~70억원 더 들어가야 한다.

2020년 3월 새 사업자와 계약을 하면서 행정타운 부지 정지공사 완료 시점을 2024년 3월로 잡았다. 계획된 2024년 3월 부지 정지 공사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토사 처리비용이 제때 투입돼야 한다. 토사 처리비용은 투융자심사에서 ‘재심의’ 결정이 나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빨라야 내년 1차 추경 때라야 가능하다.

최성환 시 안전도시국장은 9일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토사 처리 비용이 정상적으로 투입되었을 경우 2024년 3월 부지 정지 공사 완료가 가능하지만, 추가 비용 투입이 최소 내년 1차 추경 이후로 미뤄졌기 때문에 2024년 3월 부지 정지공사 완료는 어렵게 됐다”고 했다.

새 사업자와 맺은 협약서에 부족한 암반량 보충은 ‘계획고(高)’를 낮춰서 암반을 더 채굴하는 것으로 했다. 땅 밑으로 더 파고 들어가서 돌을 캐서 팔아라는 이야기다. 부족한 암반량을 보충하기 위해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땅을 더 파고 들어가면 비슷하게 법면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부지 면적이 줄어든다. 최소 3,500평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기간이 더 길어진다. 부족한 암반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앞으로 6~7년 더 사업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될 경우, 거제시가 당초 유치키로 한 거제경찰서를 비롯해, 거제소방소, 거제교육지원청, 거제우체국, 세무서 등의 입주는 장담키 어렵게 됐다.

거제시장, 거제시의원 등의 소속 정당과 시의회 정치 지형이 바뀐 것도 변수다. 지난 11월 28일 열린 거제시의회 경제관광위원회 시 도시계획과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전임 변광용 시장 시절에는 의회도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다. 변광용 시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 협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의회 들어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국민의힘 소속인 박종우 시정에 대해 비협조적이다.

지난 11월 28일 행정사무감사 때 민주당 박명옥 시의원은 “추가 사업비를 투입하기 보다는 계획고(高)를 낮춰서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했다.

민주당 노재하 시의원은 “새 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할 때 당초 받기로 한 100억원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뒤늦게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두호 시의원은 “거제경찰서는 장평동 학교 부지로 가도록 하고, 기존 거제경찰서 부지는 거제시가 사 들여 옥포주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발하자”고 했다.

거제시는 뒤늦게 행정타운 조성 부지에 있는 정확한 암반량을 산출하기 위해 최근 ‘지반조사’를 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권민호 전임 시장은 석산개발을 한 경험이 있었다. ‘경험’만 믿고 무리하게 ‘석산개발방식의 공공청사 부지 조성 사업’을 밀어붙인 것이 사태를 크게 만들었다. 변광용 시장이 새 사업자와 재계약할 때도 부존 암반량에 대한 정확한 자료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계약을 해, 사태를 더 키우고 있다. 

정확한 암반 부존량을 산출하지 못하고 섣부르게 접근한 행정타운 부지 조성 사업은 앞으로 얼마의 예산이 더 들어갈지 아무도 예측키 어렵다. 행정타운 부지 조성 사업은 거제시 행정을 발목 잡는 '계륵(鷄肋)'이 돼 가고 있다.

행정타운 부지 조성 사업은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에 석산개발 방식으로 9만6,847㎡의 부지를 조성해, 공공청사 부지 4만1,995㎡, 공공시설 용지 부지 5만4,852㎡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거제시 예산은 부지 매입비 등 약 80억원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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