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요금 싸고 환승·환승할인되는 교통수단 두고 왜 시외버스만

5일자 경남의 모 일간지에 '거제~부산 시내버스 운행은 안 된다'는 사설이 실렸다. 부산~거제 시내버스 운행 문제가 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보고자 사설을 참고했다.  또 이 언론은 지금까지 부산~거제 시내버스 노선 신설에 경남도의 입장을 견지한 측면이 강하였기 때문이다. 

◆ KTX 이용 편의를 위해 경남도가 거제시민에게 부산~거제 시외버스 혜택을 주었다?

이 신문 사설의 시작은 '거가대로 개통 이후 경남도가 거제시민들의 KTX 이용 편의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시외버스 거제~부산사상 노선이 (시내버스 노선 신설 때문에)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경남도가 거제시민들의 KTX 이용편의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시외버스'라는 표현은 좀 지나치다.

시외버스를 한번 타보면 주 승객이 어떤 사람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시외버스 이용 승객의 절대 다수는 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는 근로자, 부산과 거제에 각각 연고지를 두고 있는 자가용이 없는 서민, 부산 출신으로 거제서 근무하는 공무원ㆍ교사ㆍ기업체 종사자, 20ㆍ30대 젊은 층이다. KTX 이용 승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부산의 도시구조는 동서형보다는 남북형에 가깝다. 크게 남부, 중부, 북부로 나뉜다. 중부권은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을, 북부권은 동부시외버스터미널을 기종착지로 하는 시외버스로 거제ㆍ부산시민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주고 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부산 사하구, 중구, 서구, 영도구 등 부산 남부권과 거제 왕래 문제이다. 여기는 부산KTX역도 포함된다. 시외버스가 신평역에 정차하지만 특히 거제로 들어오는 시민은 불편이 많다. 신평역 대기 승객은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좌석이 꽉 찬 승객으로 인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 경남도 소송패소는 시외버스 아닌 새로운 교통수단 강구하라는 경고 메세지

'시외버스 신평역 정차가 부당하다'며 경남도가 창원지법 1심 소송에서 패소한 이유를 되짚어보면 '문제가 많은 시외버스 말고 부산 남부권과 거제를 왕래하는 새로운 교통 수단을 강구하라'는 경고 메세지다.

사설에서 '현행법상 거제~부산 간 시내버스 운행은 불가능하고 불법일 수밖에 없다'고 단정지었다. 어떠해서 불가능하고, 무엇이 불법인지에 대한 논리 전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주장이라면 양산ㆍ김해~부산, 양산~울산 시내버스도 모두 불법이었다는 이야기와 같다.

여기는 '시외버스' 운행만이 유일한 대안이다는 저의가 깔려있다. 시외버스는 부산역을 기ㆍ종착지로 할 수 없다. 이에 경남도는 궁여지책으로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역, 광복동, 남포동, 하단, 신평, 거제를 왕래하는 '시외버스' 노선을 부산시에 제안했다.

이것은 시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시외곽으로 나와서 거제로 오거나, 거제서 부산 시외곽에 도착했다가 도심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시외곽으로 나오는 '지그재그형' 시외버스다.

경남도는 부산지형을 아는 지 궁금하다.

◆ 지하철ㆍ경전철 개통 후 유휴 시내버스 새로운 노선에 투입하는 것은 당연지사

또 사설은 '부산시가 시내버스 운행을 들고 나온 것은 '거제 경제권'을 끌어들여 침체된 '광포동(광복동+남포동)' 상권을 살려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부산~김해 경전철 개통으로 감차해야 하는 70대 부산 시내버스를 거제로 돌리려는 의도도 숨어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산시는 거제시가 동일조건의 시내버스 노선 개설을 원한다면 '거제~하단이나 신평' 시내버스를 먼저 개설하자고 이미 밝혔다. 그렇다면 광포동 상권과는 관련이 없다. 시외버스가 광포동을 경유하면 괜찮고 시내버스는 경유하면 안된다는 앞뒤 맞지 않는 궁색한 논리는 제쳐두고라도, 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

양산~부산은 지하철이 운행하고 있고, 부산~김해 경전철이 곧 개통된다. 지하철과 경전철은 시민을 위한 교통수단이다. 부산 도심에서도 80년대 지하철이 개통될 때 지하철 노선 위를 다녔던 버스 노선은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부산~김해 경전철이 개통되면 수요가 줄어든 시내버스 노선을 그동안 시내버스 혜택을 보지 못하는 곳으로 옮기는 것은 당연하다. 시내버스를 거제로 돌려 거제시민이 혜택을 보면 안되는지 되묻고 싶다.

미래에는 부산~거제 경전철이나 해저터널 지하철 노선도 생길 가능성도 있다. 그때는 그동안 다녔던 거제~부산 버스 노선을 경남도청~거제를 왕래하는 노선으로 옮길 수도 있다.

사설에서 가깝고도 먼 이웃인 부산과 경남은 부산항 신항 명칭 결정, 남강상수도 부산 공급 논란 등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며 '부산시내버스의 거제 진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끝맺고 있다.

부산 시내버스의 거제 진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면, 거제 시내버스의 부산 진입도 있을 수 없는 일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고 시내버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다.

◆ 부산~거제 시내버스 신설은 ‘필요충분조건’이 다 갖춰졌다

냉철하고 차분히 생각해보자. 시내버스, 지하철을 비롯해 대중교통은 서민의 '발'이며,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대표적 복지시스템이다. 그리고 대중교통수단은 교통체증, 공해발생, 자원낭비를 막아주는 유능한 수단으로 인식돼 선진국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서울, 부산 대도시에서는 마을버스, 시내버스, 도시철도,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저렴한 요금으로 자유롭게 환승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부산~거제 시내버스 문제가 이 시기에 대두되는 것은 거가대교 개통으로 거제ㆍ부산시민의 '필요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비싼 요금, 환승ㆍ환승활인이 안되는 시외버스로는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외(外)'에서 '내(內)'의 단계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부산~거제는 거가대교 개통으로 시외서 시내로 탈바꿈했다. 필연적 사회현상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시민이 필요로 하는 시내버스 '충분조건'을 채워주는 일이다. 충분조건을 갖추는 일은 행정, 버스업체 등의 몫이다.

충분조건을 채워주기 위해 방법을 찾고, 법률적 제약이 있으면 법을 바꾸고, 가용 가능한 모든 행정서비스를 강구하면 된다.

◆ 김두관 도지사, “시ㆍ군이 발전해야 도가 발전한다”

또한 지금은 도시끼리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도시는 개혁ㆍ개방을 통해 선진 도시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높은 도시경쟁력의 종착점은 시민의 행복한 삶이다. 시외버스보다는 시내버스가 도시 개방을 한층 가속화시킨다.

김두관 도지사는 6일 파격적으로 46세의 김석기 부이사관을 거제시 부시장을 내려보내는 임명장 수여식에서 "도정 발전의 토대는 바로 시ㆍ군의 발전이다"고 말했다. 경남도의 거제시가 아니라 거제시 발전 속에 경남도가 있다는 의미다.

경남도청 공무원들도 김두관 도지사의 도정철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부산~거제 시내버스는 시내버스 허가권을 가진 거제시에 맡겨놓아야 할 것이다. 경남도가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고 있는 ‘협의조정권’이 시내버스 면허권 보다 앞서지 못할 것이다.

경남도는 왜 거제시민이 부산을 오고가는데, 싸고 편리한 교통수단(시내 좌석버스 3,500~4,000원, 환승활인 가능)이 있는데 요금이 비싸고 불편한 교통수단(시외버스 5,000원, 환승 할인 불가능)을 강제하는가.

분명 김두관 도지사가 지시한 사항은 아닐 터이다.

부산~거제 시내버스 개설 당위성은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하고도 넘친다. 경남도의 과도한 집착은 또 다른 화를 부르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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