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통영지원, 희생자 84명 인정…"소멸시효 해당 안 돼"

▲ 1950년 5월 6일 장승포에 있었던 거제경찰서에서 촬영한 사진. 이 사진에는 넥타이를 맨 사람과 일반 서민 복장을 한 두 부류로 크게 나뉜다. 넥타이를 맺거나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사찰(査察)유격대 소속으로, 일반 서민 복장은 국민보도연맹에 소속된 사람으로 추정된다. 일반 서민 복장 민간인은 대다수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한국전쟁 전후 군인·경찰 등에 의해 학살됐던 국민보도연맹 희생자와 그 유족들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권기철 부장판사)는 거제‧통영 보도연맹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희생자 본인에 9000만 원, 배우자에 5000만 원, 부모·자녀에 1000만 원, 형제에 400만 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국가)측은 소멸시효 등을 이유로 기각을 요구하고 있지만 소멸시효를 인정할 수 없고, 유족들의 일관된 진술과 자료에 의하면 국가가 배상의 책임이 있다"라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정한다"라고 판결했다.

거제‧통영 보도연맹사건은 1947년 8월부터 1950년 9월 사이 군인과 경찰 등에 의해 보도연맹원이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정식재판도 거치지 않고 집단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피해자들은 한산도 앞바다와 거제 지심도 앞바다 등에서 집단으로 총살되거나 수장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는 2009년 9월 15일 거제통영 보도연맹사건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 결정이 나오자 희생자유족회는 법무법인 '희망'(김한주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해, 2012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소멸 시효는 3년인데, 정부 측 소송대리인은 보도연맹 학살사건 발생한 날부터 따져 소멸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유가족들은 진실화해위 결정이 나온 뒤부터라고 응수했다. 재판부는 유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번에 소송을 낸 거제‧통영 보도연맹 희생자는 86명이고, 유족은 420여 명에 이른다. 재판부는 이들 중 희생자 2명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했고, 나머지 84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박우영 전 거제유족회 회장은 “늦은 감이 있고, 충분치 않지만 64년 만에 국가에서 보상판결이 난 것은 의의가 있는 일이다”며 “특별법이 빨리 제정돼 미신고자, 미발굴자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거제시에서도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있는 만큼 거제시민이었던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탑 건립 등 위령사업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한주 변호사는 “국가가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에게 보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며 “2명이 기각된 것은 아쉽다. 판결문을 보고 대처를 할 것이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겼지만 재판과 비용을 들여 오랜 시간 재판을 하는 것이 맞는가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을 통해 구제를 받은 사람은 희생자의 일부다. 제주4‧3사건이나 거창양민학살사건 보상처럼 특별법을 제정해 구제를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정부 측 소송 대리를 지원해온 통영경찰서 관계자는 항소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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