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비·운영비 비싸고, 냄새나고, 폐수처리 실적 없는 업체 선정됐다"

거제시에는 유독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낙인 찍혀 있다.

삼성중공업 뒷산 신현매립장 침출수 처리를 위해 도입한 쇼니케이션, 하청석포 쓰레기매립장 침출수 처리를 위해 도입한 AMT 기계가 제기능을 못해 다른 공법으로 교체한 후 기존 처리기계는 소송 등에 휘말려 낮잠을 자고 있다.

연초면 오비 중앙하수처리장 안에 95억4천5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하루 30톤 처리용량으로 2007년 8월에 착공해 2009년 8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또한 몇 년째 시험 운전을 하고 있다. 악취를 잡지 못하고 있다.

▲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공사 개요
거제시는 2013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폐수 해양투기 금지에 앞서 ‘음식물 폐기물 공공처리시설’을 지을 계획으로 처리 공법 업체를 최근 선정했으나 또 다시 악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거제시는 현재 쓰레기 소각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장평동 1129-3번지 일원 9,737㎡(2,590평)에 180억원의 예산을 들여 1일 120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을 짓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이 들어설 장평동 거제시 폐기물 소각장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여러 공법 중 ‘건식사료화 방식’으로 결정한 후 기술제안서를 제출한 7개 업체를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주)W테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추석 전인 9일 결정했다. 이 업체는 기술제휴자를 (주)D기계공업과 함께 제출했다. 건식사료화 공법이 차지하는 공사비 비중은 120억원으로 전체 공사비 180억원의 67%를 차지한다. 공법 결정 후 실시설계를 거쳐 건설업체를 선정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공법 최종 업체 선정은 1단계 기초평가와 2단계 기술평가로 이뤄졌다. 1단계 기초 평가는 전체 배점 100점 중 정상가동실적 6점, 공사비 8점, 운영비 13점, 재정상태건실도 3점 등 30점이다. 거제시에서 자체적으로 평가한다.

2단계 70점의 기술평가는 9명의 기술평가위원들 중 위원장을 제외한 8명의 평가위원들이 계획성(18점), 시공성(12점), 안정성(10점), 환경성(10점), 유지관리(10점), 경제성(10점)을 ‘우수미양가’로 평가해 합산한다.

하지만 우선협상 대상 업체 선정에서 탈락한 6개 업체들은 한결같이 이번 업체 선정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탈락업체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기술제안서 제출 참가자격’의 문제점, 거제시에서 자체 평가한 항목에 대한 특정 업체 이중 감점, 7개 기술제안서를 낸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실사를 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공사비와 운영비를 높여준 점, 평가 위원들이 평가한 점수를 합산해 최종 집계를 내는 시간이 상식선을 벗어나 2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점, 지역 인사 모씨가 평가위원들에게 특정 업체를 잘 봐 달라고 사전에 부탁을 한 점 등을 들었다.

거제시는 기술제안서 제출 참가자격 기준 등을 지난 8월 5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고했다. 이중 참가자격 첫 번째 항목은 ‘최근 10년 이내(건조기 설치일 기준) 시설규모 40톤/일 이상의 국내 음식물류폐기물 건식사료화시설에 건조기 또는 건조기를 포함 전ㆍ후단 1개 공정 이상의 설비를 설치 또 제작 납품하고, 공고일 전일 기군 180일 이상 정상 가동중인 시설에 대한 정상가동실적을 보유한 자’이다.

탈락업체들은 이에 대해 “통상적으로 건식사료화 공정의 경우는 설비 첫 라인에서 마지막 생산 라인까지 전 공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완제품을 생산하게 되는 만큼 ‘건조기 포함해 전ㆍ후단 1개 설비’로는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며 “건조기 부품하나 만드는 업체에다 20개 공정에 이르는 전 공정에 대한 참가자격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음식물류폐기물 건조기술을 가진 업체와 기술제휴를 하면 참가자격을 인정해주는 점 또한 “종합 운영이나 기계를 제작ㆍ설치한 경험 없이 단순히 공고 전에 기술협약(MOU)만 체결하면 된다는 것은 아무나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탈락 업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특정업체는 2중 감점을 당해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거제시가 자체 평가하는 1단계 기초 평가 항목 4개 중 중 가장 큰 배점인 13점을 차지하는 운영비 평가에서 이중으로 감점을 당해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운영비는 제안자 중에서 최소 운영비를 제출한 업체에다 최고 점수인 13점을 주고 나머지 업체는 운영비 만큼 순차적으로 감점을 해 최소 점수인 7.8점을 주도록 하고 있다.

거제시가 현장 조사한 결과 1톤당 73,661원으로 가장 낮은 운영비를 제시한 Y산업이 운영비 평가에서 13점인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업체는 세부 자료를 지정기간 내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차에 1.8점을 감점받았음에도, 또 다시 자료 미제시를 이유로 운영비 최하점인 7.8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이번에 선정된 (주)W테크는 톤당 운영비가 85,233원을 조사돼 10.4점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Y산업이 5.2점(13점-7.8점)을 감점당하지 않았더라면, 83점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주)W테크보다 오히려 1.92점이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이 탈락 업체의 주장이다.

▲ 거제시가 제시한 자료 중에 Y산업은 운영비 점수를 최하점인 7.8점으로 주었다는 내용
세번째, 거제시와 입찰용역을 대행하고 있는 H기술은 기술제안을 한 7개 업체를 대상으로 자체 제안 공사비와 운영비를 현장 실사해 다시 산정했다.

기술제안자가 제출한 공사비와 운영비보다 현장 실사 금액이 통상적으로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주)W테크의 경우는 공사비와 운영비를 올려주었다. 당초 업체가 제안한 공사비는 124억9,450만원인데 반해 거제시는 126억183만원으로 1억7백여만원을 증액시켜 주었다. 다른 여섯 개 업체는 업체가 낸 제안 공사비와 거제시가 적용시켜 준 공사비는 모두 똑같은데, 유독 한 곳만 공사비를 올려주었다.(아래 표 참조)

운영비 또한 이번에 선정된 업체는 1톤당 74,448원을 제시했는데, 거제시는 오히려 1톤당 85,233원으로 10,785원으로 올려주었다. 올려준 금액은 하루 120톤 처리 기준으로 할 때 1년에 4억7,238만이며, 15년으로 잡으면 무려 70억8,570만원이나 된다. 조사 대상 7개 업체 중 운영비를 올려준 경우는 이번에 선정된 B사를 비롯해 D사와 두 개다. 탈락업체 관계자는 "기술제안 회사는 통상적으로 운영비를 높게 제출해 실제 조사에서 깎이는 것이 보통인데, 오히려 운영비를 높여주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기술제안자별 공사비와 운영비. 공사비와 운영비 중 제안은 해당 업체가 제안한 것이고, 적용은 거제시가 현장 실사를 거쳐 적용한 금액이다. 이번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에는 B사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B사의 공사비는 업체가 제안한 공사비보다 적용 공사비가 높게 책정됐으며, 운영비 또한 마찬가지다.
9명의 기술위원들이 지난 9일 거제시청 소회의실에서 가진 ‘2단계 기술평가’ 최종 점수 집계 과정도 석연찮은 의혹을 남기고 있다. 위원장을 제외한 8명이 기술평가를 하는 2단계 기술평가 점수는 14개 항목 전체 70점이다. 전문교수 4명, 거제시의원 2명, 거제시 기술직 공무원 2명 등 8명이 기술평가에 참여했다. 업체의 프리젠테이션 설명을 듣고 각 항목마다 ‘우수미양가’ 점수를 주면 최종 합산하는 방식이다. 평가위원 매긴 점수표는 거제시 공무원에게 넘겨져 컴퓨터로 집계를 냈다. 컴퓨터 집계는 간단하게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2시간 정도 점수 집계시간이 걸린 후 "(주)W테크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기술평가에 참여한 A 모 위원은 “평가 위원들이 각자 점수를 매겨 최종 집계하는 과정은 엑셀로 처리하면 간단히 합계 점수를 낼 수 있는 것을 두 시간 넘게 점수를 집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B사는 어떤 연유인지 음폐수처리시설에 대한 시설명을 제출하지 않고, 그냥 1차 고액분리 시설로 하겠다는 자료만 제출했다.(파란색 선부분: 사료화 시설, 진노랑 선부분: 음폐수 처리시설)
한편 2차 기술평가에 앞서 9월 초 거제시 공무원과 평가위원들은 기술제안서를 제출한 업체가 운영하고 있는 업체를 비밀리에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현장 점검에 함께 간 B 모씨는 “이번에 선정된 업체가 가동하는 시설은 방문한 것 중에 가장 재래식 방식이고, 악취도 제일 많이 나는 업체인데 어떤 연유로 선정이 됐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 인사는 “채점방식이 어떻게 돼 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덧붙였다.

또한 2차 기술평가 위원으로 참여한 C 모씨는 "지역의 모 인사로부터 기술평가에 참여하기 전에 이번에 선정된 업체를 잘봐주라는 전화 청탁을 받았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기술평가에 참여한 A 모 위원은 “환경기초시설은 건설비 싸고, 운영비 적게 들고, 냄새 안나고, 폐수처리 잘되는 업체를 선정하면 되는데, 어떤 연유인지 이번에는 건설비 비싸고, 운영비 비싸고, 냄새 나고, 폐수처리 운영실적이 없는 업체를 선정했다”고 했다. “거기다가 공사비도 올려주고 운영비도 올려주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탈락업체들은 “거제시의 올바른 환경정책과 음식물 쓰레기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거제시의회나 환경(시민)단체 등에서 이 문제를 파헤쳐 원점에서 다시 심사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감사원 감사 청구, 사법기관 고발 등을 통해 잘못된 점은 바로 잡을 것이다”고 했다.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의 입장을 듣기 위해 김해에 소재한 업체에 전화를 걸었으나,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입장을 듣지 못했다. 전화 번호 또한 남겼으나 연락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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