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중 관계자 "군산조선소 재가동 긍정 검토"…물량 빼가기 우려
"거제 경제 '나락'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범시민대책위 구성 시급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내용이 확정・발표된 12일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는 직원이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이 직원은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현대중공업에 매각을 바라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점령군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이 홈그라운드다. 물량이 넘치면 고루 배정할 수 있는데 모자라면 1순위는 울산부터 채울 것이다. 그 다음에 대우조선을 채울 것이다. 시황이 안 좋으면 현대중공업만 살리고 대우조선은 내팽겨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수주잔량은 약 100여척이다. 약 20조원 정도된다. 약 3년 물량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도크가 빈 곳은 없다. 100% 가동이다. 현중은 일부 도크가 비어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보다 강한 것이 방산 무문 특수선과 LNG선이다. 알짜배기 기술은 다 가져 가고, 거제는 중소 조선소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덧붙여 “울산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현대 도시 아닌가. 현대중공업이 거제에 애정이 있겠나. 현대중공업이 거제에 와서 지역사회에 기여를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중 하나가 무너지면 거제가 입는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지금은 거제가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이다”고 우려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있는 지역 일간신문인 ‘전북일보(全北日報)’는 지난 6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추진…군산조선소 호재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군산조선소 재가동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2017년 7월 1일부터 가동이 중단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5만 톤 급의 선박 4척을 한꺼번에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130만 톤급 도크 1기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조선소’다.

▲ 현대중 군산조선소 주변 시가지 모습

전북일보는 기사에서 전북도청 관계자와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희망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기사에서 “전북도 관계자는 ‘신규 선박 배정이 힘들다면 선박 블록이라도 올해 안으로 배정받아 군산 조선소 재가동의 불씨를 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또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군산조선소 재가동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연관짓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대우조선 인수가 전반적인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 일감 확보의 전환점을 마련해준다면 군산 조선소 재가동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언급했다.

▲ 전북일보 기사
▲ 전북일보 기사

전북일보 기사 링크 :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32277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단일대오로 ‘대우조선해양 매각 대응 범시민대책위’가 구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변광용 거제시장,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 문상모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위원장, 전기풍 거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위원장 등은 대우조선매각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장 등은 집권당 소속이어서 대응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12일 열린 ‘양대조선소 협력사 대표 협의회’ 회의에서 “합병 문제가 정부 정책으로 진행되는 만큼 반대를 한다고 해서 막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전제했다. 변 시장은 “매각이 이뤄질 때 대우조선의 기존 매출구조가 유지되고, 대우조선 중심으로 형성됐던 물량과 하도급업체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보장되는 선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변 시장은 “앞으로 시민대책위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거제시, 대우조선 및 노동자, 협력사 이익을 위해서라도 거제시 행정도 대책위에 참가할 생각이다”고 했다.

옥영문 거제시의회 의장은 12일 ‘제205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조선산업은 거제 경제 근간이다. 대우조선은 지역 경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인수합병이 거제를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도록 전 시민이 혼연일체가 돼 공동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했다.

옥 의장은 “정부는 두 기업이 합병하면 연구개발 통합, 중복 투자 제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재료 절감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장미빛 청사진’만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합병은 수주물량 이동과 필연적인 구조조정이 뒤따른다. 대우조선 물량으로 현대중공업을 채울 가능성이 크다. 거제 지역 경제를 파탄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 옥영문 의장이 12일 열린 205회 임시회 때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전기풍 행정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산업은행이 당사자와 한마디 논의 없이 동종업계에 일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올바른 매각 방향은 산업은행의 보유지분을 장기간에 걸쳐 국민기업화 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다”고 했다.

문상모 위원장은 지난 11일 산업은행 관계자에게 △ 인수합병 시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인위적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해소방안, △, 대우조선해양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사내∙외 협력사 및 기자재 납품업체들의 계약관계 유지를 위한 방안, △ 거제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토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거제경실련은 오는 20일 ‘대우조선 매각 관련 긴급 토론회’를 열 계획으로 토론자 참석을 섭외하고 있고 밝혔다. 거제경실련 관계자는 “토론회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토론회가 열리면 범시민대책위 구성이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거제지역 200여개 단체가 포함돼 활동하고 있는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 범시민대책위’를 한시적으로 ‘대우조선 매각 대응 범시민대책위’로 전환시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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